일부 연예기획사들의 지나친 돈벌이 행태가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안전·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팬들을 동원해 행사를 개최하거나 대중적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과도하게 선정적인 노출을 감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슈에 편승하기 위해 사회적 논란을 부추기는 콘셉트로 대중은 물론 팬들마저 등 돌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소수 팬과 2박 3일 팬캠프…형평성 어긋나고 안전사고 우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일부팬들이 기획사의 부적절한 기획에 집단 보이콧을 벌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그간의 팬 활동을 그만두는, 이른바 ‘탈덕’을 선언하는 팬들도 있다. ‘탈덕’은 한자어 ‘벗어나다 탈(脫)’과 한 분야에 빠지는 신조어 ‘덕후’를 결합한 신조어를 의미한다.
특히 소수의 팬만이 가수와 지근거리에서 만나는 행사는 늘 논란이 돼왔다. 일례로 지난달 12일 6인조 보이그룹 JBJ의 팬캠프 ‘위 메이크 드림 포 JBJ’가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취소됐다. 해당 행사는 오는 16일부터 2박 3일간 일부 팬들과 리조트로 캠핑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팬들이 집단으로 반발했기 때문이다. JBJ 팬들은 소수 팬에만 집중되는 혜택과 안전문제 그리고 고가의 비용 등을 문제 삼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를 반대하며 특정 문구를 게재하는 이른바 ‘해시태그 운동’이 일기도 했다. JBJ 공식 팬카페 측은 성명서를 통해 “소수 팬만을 위한 행사는 대부분의 팬들이 원하지 않으며 아티스트의 이미지 실추만 초래할 뿐이다”며 “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팬캠프 강행 시 향후 JBJ의 모든 수익 활동에 보이콧을 행사하겠다”고 강력히 대응했다. JBJ의 매니지먼트사 페이브엔터테인먼트는 곧바로 행사 계획을 취소하고 사과했다.
신인 그룹의 홍보 및 팬 서비스 차원에서 열리는 비공식 팬미팅 역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지난해 6월 데뷔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6인조 걸그룹 보너스베이비는 약 8명의 남성팬과 식사·티타임을 가진 것이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개최한 작은 이벤트로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우수 팬과의 만남 자리라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소속사의 의도와는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극도로 적은 팬 인원·행사 홍보 등을 문제 삼으며 “이 정도면 팬미팅이 아니라 사실상 소개팅이나 다름없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과한 노출에 여성혐오, 소아성애 연상 부적절 콘텐츠 등 시대착오적 기획 도마 위
여자 아이돌 가수의 과도한 노출 의상은 팬들 사이에서 ‘소속사의 과도한 상업성 추구의 폐해’로 꼽혀왔다. 사계절 내내 무대는 물론 공식석상, 각종 야외 행사에 짧고 얇은 의상을 입히는 탓에 이를 지켜보는 팬들을 안타깝게 만든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1월 29일 ‘배드보이’로 컴백한 SM엔터테인먼트 5인조 걸그룹 레드벨벳은 과도한 노출 의상 논란의 단골손님으로 꼽힌다. 컴백 쇼케이스 때 멤버들이 입은 짧은 교복과 망사스타킹 등에 대해 ‘지나친 성상품화를 꾀했다’는 비판 섞인 시각이 많았다.
레드벨벳은 지난해 활동 당시 의상 콘셉트 또한 의상 치마가 지나치게 짧아 멤버들이 무대에서 곤혹을 치르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목격되기도 했다. 팬들은 이번 활동에서도 개선된 사항이 전혀 없다고 지적하며 지난달부터 SNS에 ‘레드벨벳 코디 공론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레드벨벳 팬 강선영(22·여·가명) 씨는 “레드벨벳은 격렬한 춤을 추는 콘셉트의 그룹인데 치마가 속바지 수준으로 짧아 멤버들도 이를 의식해서 춤을 제대로 못 추는 게 보인다”며 “지난해부터 팬들이 꾸준히 치마길이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는데 SM엔테터테인먼트는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가수들의 이슈화를 의식한 부적절한 언행 또한 소속사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에픽하이의 9집 앨범 ‘위브 돈 썸띵 원더풀’의 수록곡 ‘노땡큐’에 사이먼 도미닉·더콰이엇과 함께 피처링으로 참여한 그룹 위너 멤버 송민호가 또 다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직접 가사를 쓴 본인 파트인 ‘마더퍼커만 써도 이젠 혐이라 하는 시대’ 구절 때문이다.
송민호는 2015년 엠넷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4’ 무대에서 선보인 랩 중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가사는 10대·20대 여성이 대부분인 팬들과 여성 전체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에서도 이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고, 결국 송민호는 공식사과했다.
위너·빅뱅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팬인 이강은(26·여) 씨는 “송민호가 처음 그런 가사를 썼어도 소속사가 최종 확인을 했을텐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소속사가 해당 가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뜻 아니겠냐”며 “팬들이 계속해서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가수 뿐 아니라 소속사도 같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에픽하이 등 힙합 가수를 좋아하는 박성희(25·여) 씨는 “일반인이 누군가를 비하하는 표현의 가사로 거리 공연을 해도 문제가 되는 시대인데 그것으로 대형 가수들이 팬들의 마음을 얻고 돈을 벌려고 하니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연예기획사들은 소속가수와 본사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쉬이 듣지 말고 고칠 생각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4월 당시 멤버 나이 평균 16세였던 보너스베이비는 신곡 ‘어른이 된다면’의 활동 의상으로 턱받이를 착용하고 나와 소아성애를 연상시키다 못해 대놓고 꾀했다며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팬들은 소속사 마루기획에 “성인·고등학생 멤버들에 턱받이를 입힐 생각을 대체 누가 했는지 모르겠고 기가 찬다”며 거부감을 표한 바 있다.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수 팬과의 친목 행사는 해당 팬이 스타 가까이서 얻는 친밀감을 바탕으로 SNS 등에 후기를 게재하는 이른바 ‘구체적 구전효과’를 유발한다”며 “이러한 기획으로 네티즌 입방아에 오르더라도 중소기획사와 특히 신인 그룹에게는 홍보 효과가 있는 셈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권 교수는 “연예기획사들은 걱정·지적하는 팬들보다 더 많은 대중에게 어필해 뮤직비디오 클릭 수 상승, 광고 노출, 방송 출연 등을 꾀한다”며 “철저한 고객·여론 분석이 아닌 기획사 간부들의 감과 과거 성공 기억 등에 의존한 시대착오적 기획이 가장 큰 원인이다”고 진단했다.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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