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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근로시간 단축 부작용
성급한 근로시간단축…대기업 취업재수생 양산 우려
2030세대 대기업 선호현상 심화 가능성 우려…中企 일손부족 호소
배수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15 13:20:21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워라밸’이 대세다.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문장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다. 워라밸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좋은 직장에 대한 기준도 점차 변해가고 있다. 단순히 높은 연봉을 주는 직장보다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해주는 직장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정부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높은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의도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16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을 두고 다양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단계적인 과정 없이 급격하게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대한 부작용 우려가 많다.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격차, 그 중에서도 청년들의 직장 선호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들 역시 결국 대기업 경쟁률이 높아져 청년실업 문제만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취업 전선 최전방에 있는 대학생들을 만나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기업 진입 문턱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 우선 시행으로 중소기업 취직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사진은 서울 소재 대학교 전경 ⓒ스카이데일리
 
최근 취업을 앞둔 청년들 사이에서 문재인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취업 문턱이 높아져 청년 실업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 우선 시행으로 중소기업 취직을 더욱 꺼려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청년들의 앞길을 막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이다.
 
청년일자리 창출 및 삶의 질 개선 위한 근로시간 단축…“현실 모르는 반쪽 정책”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공포안이 의결됐다.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현행 68시간인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 및 삶의 질 개선을 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300인 이상 근무하는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올 7월부터 개정안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간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등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을 적용한다.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2022년까지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추가 허용키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정부가 파격적인 근로시간 단축까지 발표하자 대기업은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 하반기부터 당장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해야 하는 대기업들은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은 물론 야근금지, 유연근무, 휴식시간 엄수 등을 내걸고 순차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법안이 의결된 가운데 앞으로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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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벌써부터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자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급진적인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시행되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대기업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기업 취업 문턱이 더욱 높아져 청년 실업률만 높아질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정부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던 청년층 사이에서 이러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 자료: 최저임금위원회·한국경제연구원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숭실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예진(22·여) 씨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취업준비생(이하·취준생)들이 더 많이 몰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급여 등 처우 문제와 관련이 깊다”며 “같은 일을 하고도 대기업이 중소기업 보다 처우가 좋으니 자연히 몰리기 마련인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처우의 차이가 더욱 커지면 결국 대기업 문턱이 높아져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경미(22·여) 씨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때문에 대기업을 더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 씨는 “중소기업에 대한 우리나라 인식 자체가 돈은 적게 주면서 일은 힘들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 않냐”며 “휴일이나 휴가도 눈치를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힘들더라고 대기업에 들어가서 좀 더 편하게 일하고 내 여유를 가지겠다는 마음이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최고라고 들었다”며 “근로시간은 줄이는 게 맞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제 살 깎아서 신규 채용한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격일 텐데 진짜 원하거나 갈 곳이 없는 취준생이 아니고서야 중소기업을 선호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배민재(가명·남·30) 씨는 “청년실업률은 계속해서 높아지는데 중소기업은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우선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배 씨는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기에 앞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정부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보여주기식 급급한 급진적인 근로시간 단축…한국경제 큰 위협 될 것”
   
▲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은 평균 37만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법안으로 기존 근로자들 임금 수준 저하가 발생할 수 있어 관련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최저임금 TF 겸 근로시간 단축 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업종별 혹은 지역별로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주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면 중소기업, 나아가 한국경제의 생존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관리직을 제외하고는 20~30대 젊은 청년들을 생산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채용공고를 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 뽑을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 사업주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대기업으로 인력이 편중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 주물업체 김석현(가명·남) 대표는 “대기업보다 기본급이 적기 때문에 직원들은 평균 수입을 높이기 위해서 야근·특근을 자처해서 챙겨가려고 한다”며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기존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바꿔야 하고 그럼 수당을 챙겨갈 수 없는 직원들은 적게는 50만~6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 급여가 차이 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층 유입을 원활하게 하고 조금씩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사업체가 커나가도록 해야 하는데 무조건 단축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중소기업들에게 사업을 접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 중소기업에 근로시간 단축 적용되면 결국 외국인 노동자 고용 증대와 생산라인 기계화를 앞당겨지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이에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설 교체 및 지원금 정책 등 실질적인 정부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종길 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중소기업체에 인력이 유입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도 필요하고 최저임금 인상도 필요하지만 그걸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게 이번 정책의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도 다르고 10년에 걸쳐서 조금씩 근로시간을 줄여나가서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자체 경쟁력이 우수하다”며 “자동화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고용이 수월해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거나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당장 시행이 힘들다고 판단해서 일정 기간 유예 기간을 설정했다”며 “관계부처에서도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현재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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