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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공짜는 없다! 취준생 24시 (上-인기직종)
‘직업의 꽃’ 그들이 피기까지…24時 인고의 터널
승무원·아나운서·교사 경쟁률 고공행진…개인 삶 잠시 접고 취업 올인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19 00:05:30
취업을 앞둔 청춘들은 학원에서, 고시원에서, 독서실에서 그들의 젊음을 투자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매 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과는 모순된 현상으로 분석된다.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특정 직업, 기업 등에 지원자가 몰린 게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은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편법이나 요행을 바라지 않고 오로지 땀과 노력으로 승부를 건 청년들이 많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고용위축, 고용절벽 등을 논하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책임을 돌려 한탄만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청년들은 좀 더 나은 직장, 미래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자신의 비전을 향해, 또는 안정적인 생활기반 마련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취준생들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치열함의 연속이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오로지 취업공부에만 매달린다. ‘공짜는 없다’라는 인생의 가르침을 취업준비를 통해 배운다. 스카이데일리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청년 취업준비생들의 현 주소를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선정하고 그들의 사연과 일상 등을 3편에 걸쳐 보도한다.

▲ 아나운서, 승무원, 교사 등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희망직업’으로 분류되는 인기 직종들이다. 그만큼 경쟁률도 높아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사진은 한 아나운서학원에서 대본리딩을 연습 중인 취업준비생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유은주·김민아 기자]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교사, 아나운서, 승무원 등의 경우 진입장벽은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인기 직종이다 보니 그만큼 지원자가 많은 탓에 경쟁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높다 보니 자신만의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준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준비 기간도 긴 편이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열정을 쏟아 부은 지원자들만이 ‘취업’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보게 된다.   
 
뉴스의 꽃 아나운서 되기 위해선 하루 24시간도 부족…“후회 없이 최선 다할 것”
 
아나운서 준비생 홍기웅(남·30·가명)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에 돌입했다. 그전까지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취업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게 됐다. 홍 씨는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4~5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취업 준비에 쏟고 있다.
 
홍 씨의 하루일과는 대동소이하다. 홍 씨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집 근처 헬스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체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다이어트를 위해서다. 아나운서는 방송을 통해 외적인 모습이 보여 지는 직업인만큼 외모관리 역시 중요한 스펙 중 하나다. 현재 체중감량을 위해 저녁을 먹지 않고 있다.
 
그는 “아나운서 학원을 등록할 즈음부터 모든 생활패턴을 취업 준비에 맞게 바꿨다”며 “담배도 끊고 1분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게 이동시간에도 항상 책을 들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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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그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3곳의 신문을 읽는다. 아나운서라면 풍부한 시사상식과 사회 문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홍 씨가 매일 신문을 읽는 습관은 언론인의 꿈을 갖고 뒤늦게 대학에 입학한 22살 때부터 시작됐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홍 씨는 “원래부터 시사에 관심이 많아서 종이신문을 매일 읽고 방송사별로 토크쇼나 시사토론 등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챙겨봤다”며 “지금까지 해오던 부분 외에도 현재 아나운서 시험을 볼 때 필요한 발성이나 대본연습, 어학공부 등을 추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서비스 경험을 쌓기 위해 쇼핑몰에서 판매직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시간에도 손님이 없을 땐 틈틈이 영어 단어장을 펼치곤 한다.
 
그는 “손님들과 대화할 때도 발성연습을 하듯이 말하고 복식호흡도 수시로 연습한다”며 “발성연습을 워낙 수시로 많이 하다 보니 시끄러울까봐 방의 창문도 방음유리로 바꿨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오후 6시 홍 씨는 빠른 걸음으로 버스정류장을 향한다. 학원스터디에 가기 전에 집에 들려 양복으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다. 그가 다니는 곳은 아현동에 위치한 T아나운서 학원이다. 집에서 학원까지는 1시간 가량 소요된다. 학원을 오가는 중에도 홍 씨는 중국어·일본어·영어회화 등 외국어 별로 공부할 수 있는 책들과 대본연습 용 스크립트 등을 절대로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임하고 있다. 남자의 경우 32세가 넘어가면 합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나운서 시험준비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탓에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올해 꼭 합격할 생각이다.
 
홍 씨는 “집에서 장남인데 아직도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있어 동생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나이가 나이인지라 1년만 더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곳에라도 취업을 할 생각이다”고 털어놨다.
 
지하철이 연착 돼 학원 스터디에 조금 늦게 도착한 홍 씨는 그와 처지가 같은 아나운서 지망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2시간 가량 대본을 연습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스터디가 끝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한시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
       
▲ 대다수의 항공사들은 채용 시 어학성적증명서를 요구한다. 국제선 객실 승무원에게 영어회화는 업무상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승무원 준비생들은 토익, 토익스피킹 등의 공인 영어시험 성적을 기르기 위해 어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강생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홍 씨는 “‘도광양회(韬光养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라는 한자성어를 좋아한다”며 “방 벽면에 닮고 싶은 국내·외 언론인들의 사진을 붙여놓거나 방송국을 직접 찾아가보는 등 정신력이 해이해질 때 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마음과 생각을 다잡곤 한다”고 말했다.
 
저녁 늦은 시간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직 그의 일과는 끝나지 않았다. 또 다시 운동·연습 시간을 갖는다. 운동이 끝난 후 2시간 가량 발성 연습을 한다. 지난번 방송사 공채 시험 도중 카메라테스트에서 긴장을 한 경험이 있어 발성연습은 거울을 프롬프터(대본 보여주는 기계) 삼아 연습하고 있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나면 시간은 새벽 1시를 훌쩍 넘어선다. 치열했던 그의 하루가 마무리 되는 시간이다.
 
면접 직전엔 몸매관리 위해 계란 흰자로 하루 버텨…1달 새 18kg 감량 경험도
 
‘하늘의 꽃’으로 불리는 객실 승무원은 유니폼에 대한 선망과 해외여행 기회, 우수한 복지 등으로 인해 여대생들 사이에서 선망 직업으로 불려왔다. 최근 들어서는 남학생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는 직업 중 하나다. 지난해 중·고등학생 희망 직업 조사에서 승무원이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임나영(여·27·가명)씨 역시 정식 승무원의 꿈을 안고 1년 째 취업을 준비 중인 이른바 ‘승무원 지망생’이다. 임 씨에 따르면 승무원에게 필요한 중요 스펙은 어학능력이다. 일정 수준의 어학시험 점수를 넘겨야 지원이 가능한 항공사들이 상당수다.
 
신체조건도 제한이 있다. 여성 기준, 키가 160cm 이하거나 팔 길이가 짧을 경우 지원이 불가능한 항공사들도 있다. 만일의 사태에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다보니 교정시력 역시 좋아야 한다. 무엇보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 옷태가 나는 날씬한 몸매와 좋은 인상도 빼놓을 수 없는 스펙 중 하나다.
 
임 씨의 하루 일과는 빠듯하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싸이클이나 스트레칭 등의 운동으로 시작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어학원에서 조교로 일하며 어학공부를 병행 중이다. 수업료 절감과 어학 성적을 높일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 객실 승무원은 여대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다. 하지만 면접을 위해선 어학성적 외에도 몸매관리나 헤어, 메이크업 등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취업 준비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진은 이스타항공 면접 장면 [사진=뉴시스]
 
임 씨는 “지난해 두 곳 모두 임원면접에서 탈락했는데 한 곳은 영어회화 실력 때문에 나머지 한 곳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두 번째 탈락한 곳은 조금 몸이 부은 상태로 가다보니 몸매 때문에 탈락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지금은 그 두 가지에 바짝 신경을 써서 공채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 정도에 조교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학원 인근에 있는 헬스클럽에 운동을 하러 간다. 임 씨는 현재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은 밥, 점심은 샐러드, 저녁은 아예 먹지 않고 있다.지난해 공채시즌에는 독한 마음을 먹고 하루에 계란 흰자 2개만 먹으며 한 달 만에 18kg까지 빼기도 했다.
 
임 씨는 “아무래도 유니폼을 입는 서비스 직업이다 보니 몸매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같이 공부를 하는 분들도 모두 날씬하다”며 “직업 특성상 수영 실력도 필요한 만큼 매일 헬스클럽에서 운동과 수영을 병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이 끝난 뒤 면접 스터디와 영어회화 강의를 듣는다. 오프라인 면접스터디 뿐만 아니라 밴드·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진행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모두 5개 이상의 스터디를 하고 있다. 항공사 관련정보가 있는 신문 내용을 공유하거나 서로 면접에 답하는 모습을 녹음 또는 동영상으로 찍어 공유하곤 한다. 예전에는 하루 자신이 먹은 음식을 올리고 몸무게가 줄어든 것을 인증하는 다이어트 스터디도 있었다.
 
임 씨는 “다이어트 스터디는 몸무게를 빼지 못하면 벌금을 내거나 성공한 스터디원에게 기프티콘을 주는 방식이다”며 “지금이 한창 공채 시기이고 다들 면접 전 몸매관리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다이어트 스터디를 통해 강제적으로라도 살을 빼려 한다”고 설명했다.
 
스터디 활동과 학원수업이 끝나는 오후 10시가 되면 임 씨의 일상은 마무리 된다. 그는 “승무원 준비도 하다보면 중독성이 있다”며 “부모님이 다른 곳도 준비해 보라고 타박을 하실 땐 속상하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보고 싶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래서 설정한 목표를 위해선 포기할 건 포기 해야죠”
 
지난해 11월 경상북도 경주에서 노량진 학원가로 거처를 옮긴 양지민(26·여·가명) 씨는 초등학교 초등임용고시 준비생이다. 교사는 초·중·고교생을 막론하고 직업선호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직업이다. 하지만 임용고시라는 높은 장벽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1년에 한 번 밖에 치러지지 않는다.
 
▲ ‘교사’는 중·고교 학생들 및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직업선호도 1위를 차지하는 인기 직업이다. 하지만 ‘임용고시’라는 높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시험인 만큼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사진은 한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 강의실 학원 모습 ⓒ스카이데일리
 
양 씨는 국·공립유치원에서 계약직으로 1년 정도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그 때 일하면서 초등임용고시를 준비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경주에는 초등임용고시 학원이 없기 때문에 강의도 듣고 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 노량진 학원가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양 씨의 하루 일과는 오전 7시에 학원 자습실 아니면 독서실, 혹은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점심 식사 전까지 공부의 연속이다. 점심식사 후에도 변함은 없다. 오로지 공부 또 공부다. 물론 공부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만큼 일주일에 2~3번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한다. 때때로 주변 합격 선·후배 또는 학원 선생님들과 고민상담 시간을 갖기도 한다.
 
양 씨는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 내내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낙천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시험이다 보니 ‘합격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부담감이 아무래도 큰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 끼에 4000원짜리 밥을 먹는 등 최대한 아끼면서 살고 있는데도 한 달 생활비로 150만원 정도가 들어가다 보니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올해까지는 공부에만 집중하고 그 다음부터는 일을 하면서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고려중이다”고 털어놨다.
 
양 씨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남자친구와 친구들과의 만남도 자제 중이다. 양 씨는 “어차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휴식 시간을 갖는 편이라 밥 먹을 때 잠깐 통화를 하거나 주말에 한번 정도 만나곤 한다”며 “원래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노는 것도 굉장히 즐기지만 지금은 친구들도 2~3달에 한 번 정도 만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음이 흔들릴 때는 책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는 그가 힘들 때마다 읽고 힘을 얻는 책의 제목이다. 또한 그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제목이기도 하다.
 
[유은주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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