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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재벌에게 없는 잊혀질 권리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25 20:56:03
▲ 김도현 부장(산업부)
공인(公人)의 개념을 둘러싼 다툼은 오래 지속돼왔다. 특히 연예인들이 공인의 범주에 포함되느냐 하는 여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팬들의 사랑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그들을 공인으로 분류하곤 하는데 사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그들은 그저 연예인일 뿐이다.
 
진정한 공인은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들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이들이 진정한 공인이다. 공인에 준하는 책임을 가진 이들도 있다. 바로 상장기업의 오너와 경영진들이다.
 
이들의 녹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지는 않으나 이들은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을 통해 사업을 펼친다. 또한 이들의 잘못된 정책적 판단 또는 개인적 물의가 회사 주가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공인에 준하는 책임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인식은 해외에서도 일반적이다.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가 공인과 다름없는 영향력을 행사함을 봐도 알 수 있다.
 
국내도 다를 것 없다. 오히려 공인에 준한다기보다 공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정부의 간택으로 성장을 거듭한 업체일수록 이 같은 책무는 더욱 짙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대한항공의 ‘대한’을 빼자는 여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일개 사업체의 그릇된 행실을 범해 온 사주가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비호아래 성장해 온 대한항공·한진그룹의 오너일가의 비상식적 언행과 행태를 꼬집는 것이다. 말 그대로 탈탈 털리는 가운데 조현아·현민 자매가 서울 소공동 한진그룹 본사와 인하대학교병원의 카페를 소유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말 그대로 그릇된 재벌의 모습 그대로다.
 
사실 장사하다보면 알짜 목이라는 것이 있다. 무엇을 차려도 어지간해선 성공하는. 누구나 탐했을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룹 본사사옥 1층과 대학교 한복판의 커피전문점은 그렇게 알짜이기 마련이다.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이를 세습하며 기업을 일구는 기업가의 장·차녀가 꼭 거기에까지 손을 뻗쳤어야 하는지 아쉬움이 따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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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와 유사한 재벌들의 돈벌이가 생각보다 빈번하다는데 있다. 신세계의 중추로 활동해 온 구학서 고문의 빌딩에는 건물가치를 올려준다는 스타벅스가 입점해있다. 대단한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상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심스런 구석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또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사촌누나는 자신이 소유한 법인을 통해 신세계 가맹점 브랜드 매장을 방대한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스타필드에서 두 곳이나 운영 중이다.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사장 부부는 본인들 명의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납품도 하지 않은 채 서류조작으로 납품한 것처럼 꾸며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부쳐진 상태다. 연매출 1000억원대 중견 식품업체의 사주가 불과 50억원의 ‘삥땅’으로 법의 판결을 받게 된 셈이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증권가에서는 오너리스크를 이유로 투자에 유의할 것을 주문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오너의 소탐(小貪)으로 기존 주주들의 대실(大失)이 우려되기까지 한다. 이 밖에도 회사를 운영하며 개인회사를 통해 남 몰래 부를 축적하거나 유통구조에 개인 회사를 끼워 넣어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숱하게 잦다. 대한민국 부자들의 민낯이다.
 
오늘날 재벌들을 둘러싼 인성 또는 부당한 부의 축적을 두고 창업주 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제법 많다. 창업주가 일으키고 그 모습을 보고 자라온 2세들이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애썼다면 할아버지·아버지의 성공 이후 태어나 부족함 없이 나고 자란 3세들이 유독 각종 물의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창업주들이라 해 모두가 깨끗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단정 지을 순 없으나 적어도 당시의 그들에겐 ‘사업보국’이라는 정신은 있었다. 개인의 부를 축적함과 동시에 나라 살림을 키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삼성·현대차·SK·LG 등을 있게 한 원동력이 그것이었다.
 
기업도 가업이다. 대를 이어 사업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회사가 많은 투자자들의 돈이 몰린 상장기업이라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국민의 수혜를 입었다면 이를 물려받고자 하는 차세대 오녀경영인의 행실은 분명 중요하다. 또한 돈을 버는 방식도 엄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대부분의 대기업 오너 및 전문경영인은 공인이나 다름없다. 공인의 물의는 잊혀지지 않는다. 반드시 회자되고 또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다. 안타까운 것은 공인이기에 ‘잊혀질 권리’란 없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김도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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