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5교 아래서 생활하던 넝마공동체 회원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아다니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80년대 영동5교 아래에 형성된 넝마공동체는 도시빈민들의 모임으로 재활용품이나 종이, 헌 옷 등을 수거해 살아가는 ‘넝마주이’들의 모임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부자동네인 강남구에서 임시작업장에 모인 도시빈민들이 자활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강남구는 지난해부터 교량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이들의 이전을 추진했고, 실태조사를 통해 주민수를 파악하고 대체부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 작업장의 규모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이전을 거부한 주민들이 지난 10월 대치동에 있는 탄천운동장을 점유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강남구는 11월15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탄천운동장에 주민들이 설치한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을 철거했다. 두 차례 모두 새벽시간에 기습적으로 이뤄졌으며 겨울철이라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강남구는 적극 반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강남구의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하자 강남구가 반박자료를 발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삶의 터전을 잃은 넝마공동체 회원들은 교회 등의 시설 등을 떠돌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자활의지를 갖고 일을 하며 살아가던 이들에게 영동5교는 삶의 터전이자 노동의 터전이었다는 점이 문제의 시작점일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인권침해 여부를 놓고 대립중인 서울시와 강남구의 입장과 넝마공동체의 강제퇴거 과정에 대해 정리했다.
|
▲ 영동5교 아래 있던 넝마공동체가 살 곳을 잃고 떠돌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촬영한 영동5교 아래 넝마공동체의 생활공간 모습 ⓒ스카이데일리
강남구 대치동 탄천운동장을 점거한 넝마공동체에 대한 강남구의 행정대집행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서울시가 발표하자 강남구가 강력 반발하면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구가 넝마공동체 회원들이 점유한 강남구 대치동 소재 탄천운동장에 대한 출입 및 음식물 반입 등을 통제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30일 밝혔다.
또 “동절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야간에 기습적으로 행정대집행을 한 것 등은 과도한 조치로 피해자들의 생존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및 임시거처 등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남구에 시정권고했다. 서울시 관계부서에 대해서도 긴급구호품 제공 및 임시거처 등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30일 발표한 반박자료에서 “서울시가 넝마공동체에 유리한 주장과 서류로만 조사하고 일방적으로 인권침해라고 단정해 외부에 공표한 행위 자체는 강남구와 소속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강남구가 대치동 탄천운동장의 천막과 난방시설 등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넝마공동체 회원들을 컨테이너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으며, 강제퇴거 과정에서 다친 주민이 있어 인권침해가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는 그러나 “서울시 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넝마공동체 회원들이 컨테이너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조치는 “불법 시설물의 철거과정에서 철거장비로부터 주민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보호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김중철 강남구 주택과 팀장은 “사람들을 못 나오게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영동5교 아래 넝마공동체 회원들은 재활용품을 주워서 분류해 파는 등 자활의지를 가진 도시빈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사진은 지난 9월 촬영한 영동5교 아래 작업장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와관련, 우필호 서울시 인권팀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강남구가 법에 따라 노력한 것과 사고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새벽시간인 4시30분경에 행정대집행을 하면서 일정시간 넝마공동체 주민들을 컨테이너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점을 인권침해로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28일 행정대집행에서 주민들에게 타박상이 발생한 점도 논란이 됐다.
서울시 조사결과, 강남구 관계자는 “점유자들에게 저항할 시간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행정대집행을 추진했다”고 발언했으며 넝마공동체 주민들이 손목이나 팔목에 타박상을 입어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됐다.
이에 대해 강남구 김중철 팀장은 “한 두 사람이 저항하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걸어서 나왔다. 손목에 멍든 것은 오래전부터 달고 다닌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서울시 조사 법적근거 없어” 주장에 서울시 반박=강남구는 서울시의 조사가 부실해 넝마공동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충분한 조사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강남구는 “서울시는 자칭 ‘넝마공동체’ 몇몇 사람의 진술과 유리한 문서만을 근거로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강남구의 반론권 등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대치동 탄천운동장을 점거한 사람들의 실체를 서울시가 파악하지 못했다”며 조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의 인권조례가 상위법에 근거가 없으며 국제규약 역시 추상적이라고 반박자료에서 밝혔다.
▲ 넝마공동체 일부 회원들이 대치동 탄천운동장을 점거하자 강남구가 지난달 15일 행정대집행을 실시해 일부 컨테이너를 제외한 컨테이너와 천막 등을 철거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시는 이에 대해 “강남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세차례에 걸쳐 조사 요청공문을 보냈으나 강남구는 세차례 모두 이를 거부했다”며 “결국 서울시에서 12월20일 강남구청을 직접 방문해 2시간 동안 면담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조사 부실 지적에 대해 우필호 서울시 인권팀장은 “넝마공동체인지 여부와 인권침해 인정 여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덧붙여 “넝마공동체에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관련 경찰서 정보관에게도 확인했다. 넝마공동체에 대한 전문가도 있어서 직접 확인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우 팀장은 서울시 인권기본조례의 법적 근거에 대해 “헌법, 국가인권위원회법, 행정조사기본법과 국제인권규약에 따라 만들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인권침해 여부는 조례가 아니라 헌법과 국제인권규약 등에 따라 판단한다. ‘강제퇴거금지’는 국가인권위가 근거로 삼는 규정으로 관련 결정례도 있어서 확인을 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 지난 11월15일 행정대집행 당시 시설을 다시 설치하지 못하도록 땅을 파헤친 모습. ⓒ스카이데일리
우 팀장은 “서울시가 강남구와 대립할 생각은 없다. 강남구가 노력을 기울인 것도 있다는 점을 조사결과에서 확인했다. 앞으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좀더 인권에 주의를 기울이자는 취지”라며 “본말이 전도돼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넝마공동체, 영동5교 아래서 쫒겨난 뒤 갈 곳 잃어=넝마공동체는 강남구 대치동 영동5교 다리 아래에서 생활하던 빈민들이 만든 자활공동체다.
30년 가까이 이곳에서 생활하던 빈민들이 재활용품과 헌 종이, 헌 옷 등을 주워 자활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곳을 ‘넝마공동체’라 부르기 시작했다.
자활에 성공해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 빈민들의 자활의지를 상징하는 곳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떠나는 사람도 있고 새로 공동체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80년대 형성된 공동체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가 지난해부터 ‘고가(교량) 하부 불법시설 정비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곳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강남구는 교량의 화재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설물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넝마공동체가 자리잡은 영동5교도 정비하기로 결정했지만, 넝마공동체 회원들은 살 곳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격하게 반발해 왔다.
▲ 강남구는 지난해부터 영동5교 아래 정비사업을 위해 주민들을 이주시키고자 조치를 취했다. 사진은 영동5교 아래 설치돼 있던 강남구의 계고장. ⓒ스카이데일리
지난 9월 현장을 취재한 스카이데일리 기자에게 넝마공동체 김덕자 대표는 “이곳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보상이 아니라 ‘넝마공동체’라는 단체가 함께 살 수 있는 적정 이전토지(대토)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관련보도 스카이데일리 9. 22 “강남부촌 ‘다리 밑 도시빈민들’ 사활건 저항”, 9. 25 “강남 한복판서 ‘다리 밑 거주지’ 철거 복마전”)
강남구는 이주대책을 협의하기 전 실태조사를 통해 거주민을 16세대 17명으로 파악했지만, 주민들은 공동체의 규모를 60~70명 가량으로 보고 있다.
결국 강남구는 세곡동 하천 인근에 임시작업장을 마련하고 넝마공동체의 이전을 요구해 10여명이 이곳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세곡동 임시작업장이 재활용품이나 고철, 헌 옷 등을 주워 이를 분류하는 등의 작업을 하기에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30여명은 10월28일 대치동에 있는 탄천운동장에 컨테이너와 천막 등을 설치하고 이곳을 점유했다.
▲ 서울시가 11월 대치 탄천운동장에 설치한 계고장. 시한이 21일까지로 돼 있는데 강남구는 이보다 6일 앞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스카이데일리
강남구는 11월15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행정대집행을 실행해 컨테이너 등을 철거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한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자 서울시가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게 됐다.
스카이데일리는 강남구의 11월15일 행정대집행이 서울시가 예고한 시한보다 6일 앞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단독보도하기도 했다(관련보도 스카이데일리 11. 16 “서울시·강남구, ‘넝마공동체’ 파리떼 쫒듯했다”). 서울시가 컨테어너 등의 자진철거 시간을 21일로 명시한 계고장을 탄천운동장에 붙여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현재 넝마공동체 회원들은 교회와 지역방과후센터 등을 전전하며 임시거처 및 대체부지 마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