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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초등학교 앞 정신건강복지센터 건립 논란
조현병자·알콜중독자 대거 몰리는 위험한 등·하굣길
초등학교 옆 정신건강복지센터 건립에 학부모·인근주민 반대 한 목소리
이한빛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01 17:51:00
최근 전국 각지에서 정신질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위치 이전을 요구하는 학부모들과 지자체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위치가 초등학교 주변에 위치해 있는 것을 우려하며 센터의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정신질환자 중 조현병 환자와 알콜중독자들이 돌발 행동을 할 경우 자기방어가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 범죄나 사고 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굳이 학교앞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장소가 많다는 게 학부모들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지역 보건당국 측은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유해시설이 아닌 만큼 이전의 필요성이 없으며 센터를 방문하는 정신질환자들은 치료를 진행 중인 만큼 범죄와의 연관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위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경기 수원과 충북 청주 등을 찾아 현재 실태를 파악하고 학부모와 센터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전국 각지에서 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이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문제를 우려해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수원 매산초등학교에 붙여진 센터 이전 요구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최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충북 청주시 흥덕구 등에서 초등학교 주변에 위치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이전을 두고 학부모와 지자체·보건당국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용자들 중 일부가 돌발행동을 저지를 경우 초등학생들이 범죄나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며 초등학교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지자체·보건당국은 문제될 게 없다며 이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관련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지자체에서 개설을 추진하더라도 공청회 등의 절차를 밟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기본적인 소통이나 설명도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통해 설치 시 거리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굳이 초등학교 앞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곳들이 많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옆 정신건강복지센터 버젓…“방배초등학교 인질극 사건 벌써 잊었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교육과 상담, 예방과 치료, 정신질환자의 재활 등을 실시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졌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건강증진시설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일컫는데 이중 정신건강증진시설은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 정신재활시설 등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재활훈련 등을 지원하는 곳을 통칭한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질환의 예방·치료 등을 위해 정신건강서비스 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에 발맞춰 전국 각 시·군·구에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설치·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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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입지를 두고 전국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와 청주시 흥덕구, 용인시 기흥구,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대전광역시 중구 등의 경우 초등학교와 인접한 곳에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위치해 있어 학부모들의 이전 요구가 높게 일고 있다. 조현병 환자와 알콜중독자들은 범죄나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데 힘이 약한 초등학생의 경우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수원시 팔달구에서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지역 주민과 지자체 간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수원시는 팔달구 매산동에 위치한 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자리에 약 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마음건강치유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음건강치유센터는 지역 내에 위치한 6개 정신건강센터들을 통합한 곳이다.
 
▲ 수원시는 6개 정신건강센터를 통합한 마음건강치유센터의 설립을 예고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현재 협의체 구성을 통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매산초 주변에 위치한 수원 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스카이데일리
 
수원시의 발표 이후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마음건강치유센터가 세워질 경우 각종 질환자들로 인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지의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치유센터가 들어서는 주변에는 매산초와 세류초, 화교소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다. 매산초등학교의 경우 센터 부지와 100m 이내에 인접해 있어 학부모들의 반발이 큰 편이다.
 
매산초 학부모 강미숙(가명) 씨는 “학교 바로 앞에 지으면 어떤 엄마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겠냐”며 “모든 학부모들이 아이의 등·하굣길을 챙겨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근처 지역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더욱 인적이 드물어지고 있다”며 “사고가 나도 관심을 가질 사람이 많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수원시는 뒤늦게 간담회를 열었지만 주민과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마무리 됐다. 결국 매산초 학부모들은 직접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센터의 이전을 촉구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매산초 학부모 신지원 씨는 “정신질환자들에게 사회적 약자라고 하는데 아이들 역시 사회적 약자다”며 “재개발과 도청 이전 등으로 주변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위험도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치와 크게 다르다”고 호소했다.
 
이어 “얼마 전에는 학교에 노숙자들이 들어와 교장실 앞까지 가서 행패를 부린 적이 있었다”며 “근처 빵집에서도 정신질환자 분들이 돌발행동을 보여 놀란 적도 있는데 어른들도 놀라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받는 정신적 피해는 더욱 클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소진 매산초 학부모 비대위원장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왜 초등학교 앞에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지자체 측의 설명은 없었다”며 “센터 측에서는 그동안 사건사고나 민원이 없었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토로했다.
 
지자체와 주민들의 갈등이 심화되자 수원시는 조정관을 파견해 정신건강증진사업을 담당하는 장안구보건소와 매산동 주민, 학부모 등의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들은 오는 11월까지 치유센터의 위치를 두고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장명희 장안구 보건소 주무관은 “외부 전문가와 갈등조정 전문가가 참여해 서로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을 염려하는 지에 대해 파악하는 단계다”며 “아직 1차 간담회와 심층인터뷰만 진행된 상황이라 도출된 결론은 없고 서로 협의점을 찾아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엄윤미 수원 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센터를 찾는 분보다 치료를 받지 않고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치료받지 않는 분들이 더 위험하다”며 “단지 센터가 정신질환자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니까 위험한 사람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이나 인식이 문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정신질환자 분들이 어떤 사고를 친 적이 없고, 지역사회에 재능기부를 한다는 차원으로 환경미화 활동도 몇 년째 해왔다”며 “재활하는 분들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 거의 없고 오히려 의지를 갖고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듣는데 이런 논란이 발생하면 당사자들이나 가족들만 상처를 받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청주 흥덕구는 이전 유예 합의… 근본적 원인 해결 요구 주장도 나와
 
▲ 청주시 흥덕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강서초등학교와 30m 떨어져있다. 지자체와 학부모 단체는 협의를 통해 2년 후인 2020년까지 이전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흥덕구 정신건강복지센터 모습. ⓒ스카이데일리
 
청주시 흥덕구도 얼마 전까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이전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새로 이전될 위치가 강서초등학교 후문과 30m 거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학부모들은 지난 7월 센터 이전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협의를 통해 2020년까지 센터를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이전 전까지 학교 후문이 폐쇄되는 오전 중에 센터의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프로그램을 마친 회원들이 집에 제대로 돌아갔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더불어 하교시간에 맞춰 순찰 인력을 배치하는 등 안전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곽인 흥덕구 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센터에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을 같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윤현주 청주 강서초 학부모 비대위원장은 “청주시 측이 현재 센터 임대가 끝나는 2년 후 흥덕구 보건소로 이전하기로 하고 기본적 안전 방안을 제시했다”며 “지자체에서 미리 홍보하고 이해를 시켜줬으면 서로 배려가 됐을 텐데 사회적 합의가 미리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 관련 논란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주민과 지자체 간 소통의 부족을 지적했다. 또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과 교육환경보호법 등의 개정을 통해 사전 소통절차를 마련하고 부지의 거리 제한을 통해 초등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소진 매산초 비대위원장은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르면 절대보호구역과 상대보호구역 등의 설정 방안이 명시돼 있다”며 “이 부분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추진해 초등학교와 거리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주장을 할 때마다 님비(NIMBY)라는 반응이 나오는데 우리는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 이전을 요청하는 것이다”며 “학교 앞만 아니라면 어디든 괜찮다”고 호소했다.
 
윤현주 강서초 학부모 비대위원장은 “아직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정신건강 관련 시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먼저 진행돼야 하는데, 소통 없이 인권만 강조되면서 혼란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지금의 상황은 분명 사회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법이 바뀌어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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