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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간호사 처우개선
격무·태움·건강악화·낮은처우…나이팅게일의 눈물
면허소지자 중 현직 근무자 절반 이하…“인력확충 보다 처우개선 먼저”
이한빛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17 16:07:23
부족한 간호 인력의 확충을 위해 정부가 간호사를 양성하는 간호대학의 학사 편입학 비율을 30%로 확대하고, 4년제 대학 학사 졸업생이 전문대학 간호학과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난 8일 발표했다. 하지만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간호사들은 인력 확충을 위한 방안 대신 기존 간호사의 근속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많은 수의 간호사들은 경우 3교대 형태로 근무를 진행하는데 이들은 정해진 시간 이상 근무하는 오버타임이 다반사임에도 불구하고 근무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엄청난 업무강도와 괴롭힘, 폭언, 폭행, 성폭력 등에 노출돼 근무 스트레스 또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가 간호사 면허를 갖고 있음에도 현역으로 활동하지 않는 유휴 간호사를 낳고 결국은 간호인력 부족 상황을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현직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들을 만나 현재 근무 실태를 들어보고 간호사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등을 진단했다.

▲ 병원 내 간호사들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곳은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동이다. 병동 간호사들은 3교대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초과근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근무에 따른 처우를 해주지 않는 등 열악한 대우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역 한 병원의 병동 모습,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음. ⓒ스카이데일리
 
간호 서비스를 찾는 수요 증대를 이유로 정부가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신규 간호인력 배출규모를 확대하고 유휴인력의 재취업 확대를 추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교육부는 8일 간호학과의 학사 편입학 비율을 30%로 확대하고 4년제 학사 학위자의 전문대학 간호학과 편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직에 있는 간호사들은 초과근무 등으로 인한 높은 근무강도와 일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이 간호 인력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에 치중된 높은 업무 비중과 초과근무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인력 충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이 계속 되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병원 내 간호인력 대부분은 병동 간호사…살인적 3교대 근무 후에도 초과근무 빈번
 
병원 내 보건 인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간호사들의 주요 근무지는 중·대규모 병원급 이상이다. 현재 국내에 급성기병상(외래 및 장기요양병상을 제외한 모든 병상)이 있는 병·의원은 1800개인데 이중 2차 기관인 종합병원은 300개, 3차 기관인 상급 종합병원은 42개다. 간호사들은 다양한 부서에 배치돼 근무한다.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동을 비롯해 외래 진료와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등 환자와 연관 있는 공간에 항상 상주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곳은 병동이다. 병동은 대부분 3교대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오전 근무인 데이(Day)와 오후 근무를 전담하는 이브닝(Evening), 야간근무를 맡는 나이트(Night)로 구성된다. 병동 간호사들의 일과는 근무 시간보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일찍 시작된다. 품목 확인을 진행하고 인수인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번 근무 당시 환자 상태에 대한 리뷰도 함께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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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가 시작되면 간호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 혈압이나 맥박 등 환자들의 활력징후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거기에 맞춰 주사를 놓거나 검사를 예약하는 업무도 간호사들의 몫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사항을 처리하고 입·퇴원하는 환자들의 수속을 밟는 등 부수적인 업무도 병행한다. 신입 간호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프리셉터(preceptor) 역시 간호사들의 주된 업무다.
 
한 명의 간호사가 십수명의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만큼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고 나면 정해진 업무시간은 훌쩍 넘기 마련이다. 실제로 간호사 1명이 관리하는 환자의 수는 20명에 육박한다. 지난 2013년 실시한 간호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은 1인당 12.3명을, 종합병원은 1인당 18.7명의 환자를 관리한다. 병원간호사회의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서도 2016년 기준 일반병동 간호사 1명이 담당한 환자 수는 19.5명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동 간호사들은 근무시간 동안 환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것을 집중하며 소위 말하는 ‘열일’을 한다. 그러는 동안 정작 간호사들은 자신들의 건강을 잃어가기 마련이다.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방광염이나 변비에 호소하는 간호사들도 부지기수다. 대체 인력이 부족해 생리 기간에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식사시간 역시 자유롭지 않다. 10~20분 이내에 식당으로 이동해 식사를 마쳐야 하는 만큼 거의 ‘밥을 마시는’ 수준으로 먹어야 한다. 짧은 식사 후에는 곧장 환자들의 상태를 살핀다. 공식 근무시간이 마쳐도 간호사들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나면 차트 정리 등 밀린 업무를 수행하고 퇴근한다.
 
간호사 출신인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경력이 많은 간호사들도 근무가 시작하면 숨을 헉헉거리면서 일할 만큼 많은 일들을 처리하게 된다”며 “일에 매몰되면서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다가 근무시간 이후에는 탈의실에서 잠시 넋을 놓게 될 정도다”고 토로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이지만 대부분 자신이 근무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건의료노조가 조사한 ‘의료기관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간의 근무를 하고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72.7%에 달했다. 휴게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는 답변도 절반 이상인 54.4%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간호사들은 받는 근무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들의 83.8%이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응답했다. 환자나 상급자 등에게 폭언 경험을 받았다는 응답도 65.5%에 달했다.
 
또 건강보험 재정 중 간호사에 제공되는 유일한 수가인 간호관리료 비율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의료비의 25%를 간호관리료로 책정하고 있지만, 간호사 인원수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백현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간호사들에 대한 인건비 보조는 간호관리료 하나에 불가한 상황이지만, 의사들의 인건비를 보조하는 의학관리료는 입원료의 40%에 달한다”며 “간호관리료의 비율을 높이든지 아니면 새로운 수가를 신설해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도 높은 근무환경에 전근대적 ‘태움’ 문화까지…면허 따도 현장 떠나는 간호사 절반 이상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도 높은 근무강도가 초래한 폐해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간호사들이 업무를 병행하면서 교육을 진행하는 만큼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높은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인격모독 수준의 언행이 병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구의 한 중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안나혜(가명) 씨는 “수술실 간호사로 처음 들어와서 프리셉터와 5~6개월을 함께하면서 돌아가는 시스템을 배웠는데 매일 같은 사람에게 혼나는 일이 반복됐다”며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패턴의 반복과 더불어 선배들이 내주는 숙제까지 하고 나면 새벽이 훌쩍 넘어 잠들곤 했다”고 귀띔했다.
 
안 씨는 “수술실에 군대처럼 갇혀있다 보니 위계질서가 엄청났다”며 “잘못 행동하거나 실수를 저지르면 엄청난 질책이 뒤따랐고 혼이 나서 주눅이 들면 더 무시하는 경향이 이어졌는데 결국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 동기들도 절반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높은 근무강도와 군대식 문화 등으로 인해 현재 병원을 지키는 간호사들은 전체 간호사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2017년 기준 간호사 면허를 가진 37만 4990명 중 18만6000명만이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간호사회가 조사한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년수 역시 2013년 이후 약 8년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퇴사·이직률도 높게 나타났다. 2015년 병원간호사회의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채용한 신입 간호사 1만 3779명 중 33.5%가 그만두거나 이직했다.
 
▲ 높은 근무강도와 열악한 대우 등으로 인해 신입 간호사들의 이직·퇴사 비율은 30%대에 달했다. 또한 면허를 소지하고 있음에도 현직에 근무하지 않는 비율도 절반을 웃돌았다. 이에 일선 간호사들은 인력충원과 더불어 근무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사진은 서울 지역 한 병원의 중환자실 모습,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음. ⓒ스카이데일리
 
일선 간호사들은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원 충원이 아닌 이러한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등의 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간호학과 편입학 비율 확대 등을 담은 인력 충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만 되풀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인력 충원 하나만으로는 절대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근무 환경과 인력 보충. 모성보호 제도 등이 잘 어우러져야 간호인력이 빠져나가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가 인력 수급계획과 교육, 양성계획 등을 수립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인력법을 만들어 주도적으로 정책을 관장,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는 태움 문화의 척결을 위해 교육만을 전담하는 ‘교육 전담 간호사’ 제도의 도입을 논의 중이다. 백현기 홍보국장은 “대학을 졸업한 신입 간호사들이 현장과의 괴리감으로 그만두는 비율을 줄이기 위해 교육만을 전담하는 간호사들을 추가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복지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만큼 이르면 내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도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간호사에 대한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내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정예지(가명) 씨는 “간호사들도 어찌 보면 일종의 서비스업종인데 무조건 친절만을 요구하고 힘들어도 무조건 참으라고만 한다”며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간호사들은 계속 이탈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지부장은 “봉사와 희생을 의무처럼 받아들여야 했던 나이팅게일 봉사정신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됐다”며 “책임감을 다해 업무를 수행했지만 간호사들의 근무는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간호사들을 의료행위의 주체자로서 대우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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