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코드에 적합한 인사를 요직에 앉히는 행위, 이른바 ‘낙하산 인사’는 그동안 정권 교체 시기의 단골손님처럼 여겨져 왔다. 해당 지위에 맡는 역할 수행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다는 이유로 전문성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낙하산 인사는 매 정권 마다 독버섯처럼 나타났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되는 사실은 낙하산 인사가 100%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성 부족’이라는 치명적 단점에 비할 바는 안됐지만 불협화음 없이 정부 코드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점은 일정 부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됐다. 정권과의 마찰로 아무 것도 못 하는 것보단 낫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진다는 일념 아래 국민 생활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사회보장제도를 관장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건보공단) 수장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낙하산 논란과 이에 따른 반발 여론을 뒤로한 채 건보 공단 수장에 앉았음에도 국민들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 내고 이는 정부 정책을 성실이 이행하긴 커녕 오히려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김 이사장은 문재인정부 최대 정책 과제이자 사실상 현 정부의 대표 수식어나 다름없는 ‘친노동’과는 거리가 먼 운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이 이끄는 건보공단은 두꺼운 유리천장을 고수하고 있음은 물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움직임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여성인재의 승진 한계를 뜻하는 ‘유리천장’은 여성인재 발굴을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단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력 역시 문 대통령이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운 사안 중 하나다.
김 이사장 취임 이후 건보공단은 이 두 가지 사안에 있어 문 대통령의 행보와 오히려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건보공단은 임원을 비롯한 고위 직급에 있어 여성이 남성에 비해 턱없이 적다. 올 2분기 기준 임원은 남성이 7명인데 반해 여성은 전무했다. 1급은 남성은 142명이나 됐지만 여성은 11명에 불과했다.
2급도 남성 513명, 여성 83명 등이었다. 3급과 4급 또한 남성이 많았다. 반면 5급 이하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월등이 많았다. 5급은 남성은 397명인데 반해 여성은 927명이나 됐다. 6급도 여성이 2039명으로 남성 1054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중요 직책일수록 남성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건보공단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움직임에도 역행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낙하산 논란까지 휩싸였던 김 이사장 취임 이후 건보공단의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18명에 불과했던 비정규직 인원은 올 2분기 241명으로 무려 13배나 급증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말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건보공단은 국민을 질병의 위험에서 보호하는 건강보험과 국민 노후의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운영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사실상 국민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국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다.
이런 건강보험이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자칫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 제대로 된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업무 수행 차질이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김 이사장 행보에 대한 우려는 더해진다. 김 이사장에 대한 자질 검증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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