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이철규·박광신 부장, 조성우·강주현 기자] 지난 1997년 우리나라는 ‘국가부도 사태’나 다름없는 IMF 외환위기를 맞이했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는 1947년 세계 무역의 안정을 위해 설립된 국제 금융 기구다. IMF는 국제 수지 적자로 인해 외화가 부족하거나 신용 추락으로 외화를 차입할 수 없는 국가에 대해 단기 자금을 제공하는 일종의 국제 은행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서 IMF에 긴급 융자를 요청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9억 달러에 불과했으며 IMF로부터 195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아 간신히 국가부도를 면할 수 있었다. 당시 많은 회사들이 부도가 나거나 경영 위기에 놓여 있었으며 대량 해고는 물론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최근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제2의 IMF 사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업률, 공장가동률 등 경제지표들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결과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거론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제2의 IMF 가능성의 주된 원인으로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소득주도성장 위주의 정책이 지금의 결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서해안 경제벨트 핵심 평택·당진…공장 줄폐업 행렬에 황량함만 가득
최근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3%을 기록한데 이어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불안한 경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례협의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이 중단기적으로 역풍(headwinds)을 맞고 있다”며 추가 경정예산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강한 부양 조치를 권고했다. 외부에서 보기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아슬아슬하다는 것이다.
일선 제조업 현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불안한 경제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서해안 경제벨트의 핵심 지역인 평택·당진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평택은 쌍용자동차 공장이 있으며 국내 항만 물동량이 5위에 달하는 평택항을 끼고 있는 산업도시다. 평택은 평택항 인근의 포승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송탄일반산업단지, 진위산업단지, 삼성전자가 들어선 고덕산업단지 등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산업단지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다.
평택과 당진은 특히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무역을 하기에 지리적으로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어 그동안 ‘제조업의 메카’로서 굳건한 입지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중국·미국과의 무역마찰로 인해 지역 기반산업 역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당진상공회의소의 최태석 기획팀장은 “당진은 국내 최대의 산업 단지, 물류, 철강 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한때는 국내 총 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철강 산업이 힘을 잃고 중국과의 무역이 어려워지면서 전반적으로 중소기업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당진 부곡지구는 현재 낡은 콘테이너 박스만 남겨진 공장을 비롯해 황량함만 가득한 공장부지가 여럿 존재했다. 문이 굳게 닫힌 채 ‘임대문의’라는 플랜카드가 붙은 공장들도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호이스트의 대표는 “인천 남동공단에서 회사를 운영하다 이곳에 내려온 지 13년이 됐지만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대표 역시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도 부실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은 오르고 사람도 구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며 “기업하기 좋은 당진이 아니라 기업하기 힘든 당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의 산업단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전의 화려했던 영광은 서서히 과거의 추억이 돼가고 있었다. 평택을 대표하는 산업단지인 포승읍의 산업단지에는 금호타이어 등을 비롯한 농심공장, 현대모비스 등과 중소기업 공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분주히 가동되던 공장들은 현재 조용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공장가동을 중지한 채 아예 문을 닫은 공장도 존재했다.
포승읍 산업단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안중읍 산업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 자리한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용품을 재가공해 플라스틱 물질 및 합성고무를 재가공하는 피인에스는 최근 판매 루트가 막히면서 공장 문을 닫고 말았다. 공장 안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 플라스틱 자재와 용품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현재 공장부지는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임대를 내놓은 상태다.
인근의 청북산업단지에 자리한 중부엔티엔은 강철 부품의 열처리를 담당하는 전문 업체로 과거 촉망받는 벤처기업이었다. ‘열처리’란 물질에 열을 가해 성질을 변화시키는 작업으로, 주로 강철 부품의 표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을 일컫는다.
중부엔티엔은 가스를 통한 연질화와 산질화를 진행해 열처리 기술에서는 국내 1위를 자부하던 기업이었으나 최근 자동차산업이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부도 처리되고 말았다. 중부엔티엔의 부지는 경매에 넘어가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현재 공장 내부에는 열처리에 사용하던 기계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IMF 당시보다 더한 불황…제조업 위기→상권쇠퇴→부동산침체
산업단지 내 공장들이 휘청이면서 지역경제 역시 흔들리고 있다. 1960년대 개설된 안중시장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평택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IMF 외환위기 시절 한 차례 위기를 맞아 규모가 크게 축소되긴 했지만 최근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최근의 상황이 과거 IMF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욱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상가 임대업을 하는 장영순 씨는 “IMF 때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정말 힘들다”며 “노후자금으로 상가를 마련해 임대비를 받으며 생활해왔는데 얼마 전 임대 준 가게가 문을 닫고 나선 상황이 막막해졌다”며 “인근 부동산에 가게를 내놨지만 선뜻 임대하겠다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산업단지의 위기는 상권쇠퇴를 넘어 부동산 침체로 이어졌다. 평택시 진위면에 자리한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평택아파트 값은 2년 전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거 분양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지역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철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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