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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밥!” 절슐랭 진관사 계호스님 [인싸의 세계]
사찰음식 명장 6인 중 한 명
사람의 인격과 몸을 만드는 건 음식
임요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2 11:43:49
 
▲ 2024년 9월5일 계호스님(가운데)이 진관사를 찾은 에밀 미네프(오른쪽) 르 코르동 블루 런던 학과장에게 사찰 음식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출가 60년을 바라보는 사찰음식 명장 진관사 계호스님. 그의 음식 철학은 ‘법(法·가르침이나 계율) 위에 밥’이라는 한 마디에 압축돼 있다.
 
사찰음식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건강에 좋고 환경 부담도 적다는 여론 덕이다. 진관사 큰 어른인 계호스님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격과 몸이 정해진다”며 3소를 강조했다.
 
3소란 소식(小食)과 소식(素食·채소식), 미소(微笑)를 말한다. 진관사는 제철 채소와 정갈한 상차림으로 절밥의 정수를 보여준다.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이 찾아와 배움을 요청하는 통에 절슐랭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수행
 
▲ 출가 60년을 바라보는 사찰음식 명장 진관사 계호스님. 연합뉴스
 
계호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사찰음식 전문가 최고 등급으로 공인한 명장 6명 중 한 명으로 손님을 모시는 날이면 스님, 종무원들과 함께 손수 가꾼 채소를 손질하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계호스님은 1950년 강원도 묵호(현 동해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인 1968년 출가했다. 2006∼2022년 진관사 주지를 지냈고 지금은 회주(會主·어른스님)를 맡고 있다.
 
스님은 “어릴 때는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랐다. 그런데 절에 와서 이 음식 먹으면 이게 좋겠다, 저 음식을 먹으면 저것이 좋겠다는 것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공양간 생활이 편할 리 없었겠지만 그는 하루하루가 수행이라고 강조한다. 절에서는 식사를 통상 공양(供養)이라고 하는데 이는 먹는 것도 수행이며 누군가가 애써 마련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도 수행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표현이다.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는 말이 있다. 쌀 한 톨이 여물 때까지 농사꾼이 땀을 일곱근 쏟는다는 의미다. 스님은 “쌀 한 톨이 수챗구멍에 떨어지면 제석천신(帝釋天神, 수명·자손·운명·농업을 관장하는 신)이 그 쌀이 썩을 때까지 합장하고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또 “산사 음식은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건강하게 먹는 게 1순위다”고 강조했다. 절밥은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먹는 음식이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이 함께 먹는 공덕의 음식이자 나눔의 음식이고 그 속에는 자비와 지혜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음식의 최고 양념은 마음
 
▲ “법 위에 밥!” 진관사 사찰음식.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현대인에게 권할 만한 음식으로 계호스님은 비빔밥을 꼽았다. “쌀밥에 푸른 채소와 김 등 몇 가지 부재료를 넣으면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청·백·적·흑·황 오방색이 된다”며 “최고 양념은 마음이다. 어떤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서 음식이 맛있어지기도 하고 맛이 없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또 빨리 가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라고 당부한 뒤 우리네 발효식품인 된장 이야기를 꺼냈다.
 
“된장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흘러가는 물도 굽이굽이 흘러야 좋다. 물은 거꾸로 안 올라가잖아요.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는 분쟁과 살육에 대해 계호스님은 “서로 가지려고 하니까 집착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을 때처럼 평화롭게 지내면 세상이 행복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생명 존중과 절제의 철학을 담은 한국 고유의 사찰음식을 조만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3월에 지정을 예고했으며 머지않아 고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호스님은 “세상 사람들이 절밥을 먹으면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고 느끼니까 무형유산이 되는 것 아니겠나.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을 더 널리 공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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