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최근 일본에서 고려시대 불교 경전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조선 전기 불화 ‘시왕도’의 2건을 환수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8일 밝혔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고려시대 사경(寫經)으로 화엄종의 근본 경전인 대방광불화엄경을 손으로 옮겨 쓴 것이다.
경전은 비로자나불(불교의 진리 그 자체를 형상화한 광명의 부처를 뜻함)이 도솔천 궁을 올라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는 부처와 중생이 하나라는 사상이 깔려 있다.
원래 사경은 불교 교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제작됐으나 점차 간절한 바람을 담아 공덕을 쌓는 방편으로 여겨졌다.
이번에 돌아온 사경은 중국 당나라 때 승려인 실차난타(652∼710)가 한문으로 옮긴 80권 본 중 22권으로 짙은 청색 종이에 금가루 안료로 옮겨 적었다. 가로 길이만 10.9m에 보존도 잘 돼 불교 예술품으로서 가치가 크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표지다. 표지에는 넝쿨에 감싸인 꽃 다섯 송이가 그려져 있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는 “불경의 표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하나의 문양(pattern)이다. 그림을 보면 조형언어의 4가지 음소인 ‘보주(寶珠)’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이 담긴 것을 알 수 있다. 보주란 한자로는 보배로운 구슬라는 뜻이지만 사실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원점이다. 만물의 시작점이자 신령한 알이며 그 자체로 완전한 우주다. 이 그림에서 보주는 꽃이다. 흔히 연꽃으로 오해하지만 이 꽃은 세상에 없는 꽃, 창조된 꽃, 영화(靈花)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원장은 “영화(신령한 꽃)는 부처님의 말씀 곧 경전 자체를 의미한다. 그림을 보면 영화에서 씨앗들이 쏟아져 나와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이 널리 퍼져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을 한 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압축된 경전 이것이 바로 문양이다”고 했다.
강 원장은 “과거에 사경을 할 때는 한 글자 옮겨 쓸 때마다 절을 세 번 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그만큼 큰 정성을 들여 완성되는 게 사경”이라고 말했다.
발원문에는 원통 2년(1334년) ‘정독만달아(鄭禿滿達兒·1290∼?)’라는 인물이 부모와 황제 등의 은혜에 감사하며 사경 작업을 완성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독만달아는 고려 충렬왕(재위 1274∼1308) 때 원나라로 가 관직에 오른 환관이다.
경전 내용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변상도(變相圖)도 주목할 만하다.
오른쪽 상단에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양옆에 여러 보살을 배치했고, 나머지 화면에는 보리수 아래, 도리천·야마천·도솔천 등을 넘나들며 설법하는 장면을 담았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정교하면서도 능숙한 선묘(線描·선으로 묘사함)를 볼 때 전문 사경승의 수준 높은 솜씨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방광불화엄경 사경은 현재 2건이 국보, 10건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번 유물은 코리아나화장박물관 소장품(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권15)과 발원문 및 내용이 일치해 동질로 여겨진다.
함께 고국 땅으로 돌아온 시왕도는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 66㎝, 세로 147㎝ 크기의 비단 위로 저승에서 망자가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시왕(十王)을 각각 그렸다. 10명의 심판관 모습이 모두 담긴 완질이다.
조선 전기 시왕도는 2023년 8월 일본 경매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해 낙찰에 성공했다. 소장자는 약 20년 전 재일교포였던 부모님으로부터 한국 유물을 다수 상속받았다고 한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복권기금을 활용해 유물을 환수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고려와 조선 전기 뛰어난 불교미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앞으로 많은 국민이 보실 수 있도록 하고 그 가치를 나눌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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