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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연일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의 잇따른 대북 유화 조치에도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북 전단 살포 중지, 개별 관광 허용 검토, 확성기 철거 등 선제적 유화 조치를 연이어 발표했다. 국방부는 지난 4일부터 전방지역에 설치된 20여 개의 고정식 확성기 철거에 착수해 하루 만에 완료했고, 군 관계자는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시작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도 폭염 등 사유로 야외기동훈련 일부가 9월로 연기되면서 사실상 축소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은 전무하다.
북한은 지난달 우리 정부가 인천 강화도 연안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의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제안에 대해 끝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군사통신선을 통해 시신 송환 의사를 공식 타진했지만, 북한 측은 회신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전자(DNA) 분석을 포함한 사망자 신원 확인 절차를 마무리한 뒤, 통상적인 무연고 사망자 처리 기준에 따라 화장하고, 해당 유해를 지방자치단체 공공 납골당에 안치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주민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북측이 인도 제안에 일체 응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게 됐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절차는 이행한 셈”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시신은 지난달 중순, 인천 강화도 해상에서 우리 해경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체 일부가 부패한 상태였으나, 북한 출신임을 추정할 수 있는 복장 및 소지품이 확인됐고, 이후 정밀 감식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북한 국적 남성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처럼 북한이 무대응 기조를 고수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유화 제스처만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국립대학에서 열린 세계코리아포럼 영상 기조연설에서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정책’도 결국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6년간 남북 민간 교류는 사실상 ‘제로’였다. 이 단절을 끝내는 것이 새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원효 대사의 ‘불이(不二)’ 사상을 언급하며 “남북은 본질적으로 둘이 아니며, 두 국가일 수 없다”고 말했고, “북한 주민들도 1,300년을 함께 살아온 남한을 이민족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의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북한이 러시아와 손잡은 이유는 안보적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남한은 GDP 규모만으로도 북한에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선(善)’의 조치를 했다”며 확성기 철거, 민간 교류 허용 등 유화적 조치를 거론했고, “북한도 확성기 차단 등 작은 응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북미 대화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며, 미국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4대 합의 사항은 여전히 유효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일방적 기대가 국내 정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대북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엇박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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