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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민지원 활동 중 순직한 해병 채 상병 사건의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이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검은 김 전 단장이 사건 기록 회수와 박정훈 대령 수사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단장은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 13일 첫 조사 이후 1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고강도 조사를 받으며 사실상 ‘집중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전 단장이 받고 있는 핵심 의혹은 두 가지다. 첫째,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미 이첩한 채 상병 사건 기록을 영장 없이 무단 회수한 행위다. 이 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수사 방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해 특정 지휘관을 보호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국방부 조사본부는 재검토 끝에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를 기존 8명에서 2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원래는 중대장·대대장·연대장 등 지휘 라인 다수가 혐의 대상에 올랐으나, 재검토 결과 혐의자는 중대장과 대대장 두 명으로 한정됐다.
이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당시 채 상병 작전 지휘 책임자)이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러한 축소 결정이 단순한 판단 변경이 아니라 김 전 단장의 개입이나 지시, 더 나아가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법조계와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즉, 해병대 수사단이 밝히려던 ‘지휘 책임 구조’를 상부 차원에서 차단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전 단장은 또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군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지휘한 인물로, ‘표적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군검찰이 청구한 박 대령의 구속영장에는 ‘증거인멸 시도’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김 전 단장이 영장 청구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검은 김 전 단장을 상대로 사건 기록 회수 지시의 경위, 박 대령 수사 과정에서의 윗선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나는 사실관계에 따라 박 대령 영장 청구의 위법성, 나아가 대통령실 개입 여부까지 수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아울러 김 전 단장은 박정훈 대령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고석 변호사와 여러 차례 긴밀히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 변호사는 군사법원장 출신으로, 윤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다. 두 사람은 오랜 법조 인연을 쌓아온 ‘동기 네트워크’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고 변호사와 김 전 단장은 육군사관학교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법조·군사라는 두 갈래 인맥이 겹치면서 단순한 직무상 협의를 넘어선 끈끈한 사적 관계가 수사 라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연유로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대령 수사가 군검찰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 또는 윤 전 대통령 측근 그룹과의 교감 속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군검찰이 박 대령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증거인멸 시도’ 등 사실과 다른 혐의가 포함돼 있었는데, 그 배경에 윗선의 개입이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뒤따랐다. 김 전 단장이 고 변호사와의 통화 과정에서 대통령실 또는 윤 전 대통령 측과 사건 처리 방향을 상의했을 가능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다만 김 전 단장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지난 13일 첫 조사에서도 “수사는 내가 전적으로 결정한 부분”이라며 “모든 일을 책임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17일 특검에 출석하면서도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에서 지시나 조율을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특검 수사는 군검찰을 넘어 법무부와 외교부 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검팀은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심우정 전 차관이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지난해 3월 6일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실무자들에게 “대사 임명에 맞춰 출금 해제를 검토하라”는 윗선의 언질이 내려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실제로 법무부는 이틀 뒤인 3월 8일 출국금지심의위를 열어 출금을 해제했다.
특검은 당시 회의가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김홍균 전 외교부 1차관도 참고인으로 불러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과 출국 관련 조율 여부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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