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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의 신작 장편소설 ‘안락한 삶’은 안락사법이 제정되고 AI가 죽음을 허가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죽음의 권리와 인간다움의 경계에 질문을 던진다.
민간 안락사 기업 ‘스틸 라이프’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미래’ 앞에 어느 날 얼굴도 몰랐던 이복동생 ‘영원’이 찾아온다.
치명적인 희귀병을 앓는 영원은 안락사를 소망하지만 스틸 라이프는 단 7%의 안락사 허가 가능성만을 도출한다. 또 미성년자인 영원이 안락사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남은 가족이 미래뿐인 상황에서 AI 프로그램과 제도는 영원을 보호하기보다 그의 행복을 가로막는 벽이 된다. 소설은 두 자매의 마음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남은 자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사이를 들여다본다.
소설은 “누군가의 죽음을 허락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이 인간적인가.” “죽음조차 AI에게 허가받아야 하는 시대, 삶과 죽음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이어 “가족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증명이 아니라 동의일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책은 비상한 사건을 통해 평범한 존재들의 상처와 진실, 관계를 탐구하면서도 끝내 인간의 존엄과 생명력,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안락한 삶’은 근미래의 소설이면서 지금 이곳을 비춘다.
한편 제1회 림 문학상 수상 작가인 이서현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현실에서 살짝 발을 떼고 있는 듯한 특유의 명랑한 분위기”와 “작가의 시선과 태도에서 감지되는 건강성”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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