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작품이 최고의 스승이다. 작품은 문헌 기록이나 논문에 우선한다.”
원로 미술사학자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의 ‘세계조형분석학회’ 정기 발표회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19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고려청자와 만병 그리고 보주의 관계’다. 고려청자는 앞서 진행됐던 불교 법당, 그리스신전, 유럽 성당, 아랍 모스크 등 종교건축, 성덕대왕 신종, 괘불 발표에 이은 네 번째 주제다.
원래 1년에 두 번 발표해 왔지만, 이번에는 9월과 11월에 열고, 해를 넘겨 3월에 한 번 더 열 계획이다. 이처럼 강 원장 지식의 샘물은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다.
강 원장이 이번 세미나에서 주목하는 것은 우리나라 자기를 대표하는 고려청자에 새겨진 조형언어다. 조형언어는 문양(pattern)으로 나타나는데 일반인에게는 쉽게 보이지 않을뿐더러 보여도 그 참뜻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조형언어는 문자언어처럼 음소를 지니고 있지만 발화하지 않으므로 ‘침묵의 언어’다. 조형언어의 음소는 단 4개. 인류가 남긴 어떤 미술품도 이 공식을 비껴가지 않는다.”
그래서 음소라는 말 대신에 강 원장은 ‘형태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강 원장은 학계에서는 불상 연구자로 알려졌지만, 영기화생론으로 건축·회화·도자기. 금속기 등의 상호관계를 밝혀나가고 있다. 그는 20여 년간 세계의 미술품 5만여 점을 ‘채색분석’하면서 인류 공용어인 조형언어를 발견했다.
채색분석이란 조형언어의 4가지 형태소인 ‘보주’ ‘제1영기싹’ ‘제2영기싹’ ‘제3영기싹’을 색깔로 분석해서 영기문을 추출해내는 방법이다. 그가 주창한 영기화생론(靈氣化生論)은 바로 이 조형언어로 표현된 예술 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당초문양은 ‘당나라 식물 문양’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고대 이집트, 그리스 작품에서도 발견되는 일종의 ‘영적 기운’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기운은 당초 외에 용이나 봉황의 형태로도 드러난다.
그렇다면 고대인들은 왜 이런 문양에 집착했을까?
강 원장에 의하면 옛사람들은 현대인보다 훨씬 영적인 존재여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기운’을 보거나 느껴 왔다고 한다. 이를 조형언어로 표현한 게 문양이고 영기문이다.
강 원장은 “조형예술은 단순히 신앙의 표현이 아니다. 그들 나름의 조형언어로 절대적 진리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고 말한다.
그의 사유는 2000년에 이르러 귀면와(鬼面瓦)를 용면와(龍面瓦)로 인식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흔히 험상궂은 ‘도깨비 얼굴’로 알려진 귀면와는 고건축에서 액막이용 장식 기와로 쓰였다고 전한다. 하지만 강 원장은 이 무서운 얼굴이 사실은 도깨비가 아닌 용으로, 이 또한 조형언어의 연장선에 있다고 전한다.
한편 만병은 ‘물이 가득 채워진 항아리’라는 뜻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만병과 도자기·금속기(청동기)와의 연결고리를 살핀다.
강 원장은 “만병에서 락슈미(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인도의 여신)가 나오고 보살이 나오고 비너스가 나온다. 만병은 보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강 원장은 “미술품은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이다. 미술품은 ‘조형언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진행된 미술품 해석에는 수많은 오류가 있었다. 이것을 바로 잡는 게 나의 사명이다. 이는 한국문화를 바로 알고,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아가는 여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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