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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계가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비만치료 급여화 필요성에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환자에게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9일 학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65세 이상 노인 대상 심혈관질환 이력 △영국 BMI 30 이상 혹은 1개 이상 비만 동반질환 환자 △일본 BMI 35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중 하나 이상을 앓는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와 같은 논의의 장은 대한비만학회에서 열렸다. 3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 ICOMES 2025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준혁 대회협력정책위원회 간사(노원을지대병원)는 “미국·영국·일본은 이미 일부 조건을 충족하는 환자에게 비만치료제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고도비만 환자부터 건강보험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혁 간사는 해외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메디케어를 통해 일부 환자에게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처방할 때 보험을 적용한다.
예컨대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는 위고비를,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 환자는 젭바운드를 파트 D(처방약 보험)로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 부담은 매달 1300달러 수준에서 325~430달러로 크게 줄었다고 소개했다.
영국 역시 국가의료서비스(NHS)가 위고비 처방을 제한적으로 보장한다. 대상은 BMI 30 이상 환자 또는 비만 관련 동반 질환자가 해당하며 영양·운동 상담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올해 3월부터는 마운자로 시범사업도 시작됐다.
일본은 더 세분된 기준을 두고 있다. BMI 35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가운데 하나 이상을 앓는 환자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관련 질환 2개 이상을 가진 환자에게 보험을 적용한다.
다만 처방 전 6개월간 식이·운동치료를 받아야 하고 이후에도 두 달마다 영양지도를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환자 부담은 약 4만6000엔에 달하는 위고비 가격에서 1만2900엔으로 줄어든다.
이준혁 간사는 “치료가 시급한 고도비만 환자 중 상당수는 높은 가격 탓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며 “고도비만 환자부터 급여 적용을 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도 논거로 제시됐다. 이청우 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 간사(중앙보훈병원)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많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청우 간사는 “2017년 기준 고도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7662억 원에 달했다”며 “이후 고도비만 유병률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부담은 훨씬 클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체중을 3~5%만 줄여도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지방간 등 질환 위험이 의미 있게 낮아진다는 연구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회는 급여화가 오남용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현재 비급여 시장에서는 정상 체중자가 미용 목적으로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보험 체계가 마련되면 처방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해져 부적절한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비만학회의 의지도 의료계와 동일했다. 김민선 이사장(서울아산병원)은 “비만을 질병으로 본다면 치료제 급여화는 당연하다”며 “고도비만 환자가 치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성 회장(계명대 동산병원) 역시 “비만을 방치하면 당뇨병, 심혈관질환, 심지어 암 발생까지 늘어난다”며 “비만치료제 보험 적용은 국가 재정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절감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만대사 수술은 이미 2019년부터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BMI 35 이상 환자 혹은 BMI 30 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다. BMI 27.5 이상 당뇨병 환자도 조건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유지 치료를 위한 비만약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요요현상을 겪는다는 게 현장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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