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양산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으며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다시 썼다.
양산은 7월31일 41.4도, 8월1일 41.6도에 이어 사흘 연속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숫자는 매일 바뀌면서 폭염 속 노동·주거 격차는 그림자 경계선처럼 더 뚜렷해졌다.
사무실에서 냉방을 켜고 일하는 사람에게 폭염은 불편한 계절일 수 있다. 반면 건설노동자에게는 작업을 멈춰야 할 위험이고, 배달기사와 환경미화원에게는 피하기 어려운 노동환경이며, 농민에게는 작물이 타들어가는 생계의 위기다.
밤에도 식지 않는 쪽방촌과 옥탑방과 반지하, 바람 없는 물류창고와 달궈진 아스팔트 위의 더위는 같은 도시 안에서도 다르다. 서로 다른 폭염을 살아간다.
열대야는 잠을 빼앗고 다음 날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회복되지 않은 피로는 작은 실수를 만들고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위험을 키운다. 폭염은 사람을 쓰러뜨리기도 하고 일할 하루를 빼앗기도 한다.
질병관리청 집계상 온열질환자는 2023년 2818명, 2024년 3704명, 2025년 4460명으로 3년 연속 늘었다. 올해에도 1일 현재 1889명으로 집계됐고 추정 사망자는 14명에 달한다. 폭염의 피해가 일시적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경고다.
정부는 2일 오후 1시 폭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격상했다. 현행 안전보건규칙은 체감온도 33℃ 이상에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두도록 하고, 정부는 35℃ 이상이면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중지, 38℃ 이상이면 긴급조치 외 옥외작업 중지를 권고한다.
다른 나라와 견줘봐도 촘촘한 대책을 갖추고 있으나 날마다 갱신하는 폭염의 불평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우선 작업중지 기준의 상당 부분이 권고에 머물고, 일을 멈춘 뒤의 임금과 책임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업을 거부하기 어려운 노동자에게 “쉬고 물을 마시라”는 안내만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폭염은 개인의 건강관리 문제가 아니라 노동권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고온 단계별 작업중지 기준과 노동자의 작업거부권, 중지시간 임금보전, 원청 책임을 하나의 제도로 묶어야 한다.
취약계층의 범위도 넓혀야 한다. 독거노인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 쪽방촌과 옥탑·반지하·고시원 거주자, 냉방기 없는 장애인 가구, 이주노동자, 사회적으로 고립된 중장년, 야간노동자까지 폭염 위험명부를 넓여야 한다.
냉방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노후주택의 차열도장과 외부차양, 지붕단열, 창호 개선을 저소득층부터 지원해 집 자체가 열을 덜 품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는 폭염 불평등 지도를 만들어 온도뿐 아니라 주거형태, 노동환경, 연령, 장애, 냉방 접근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쉼터와 그늘막, 도시숲, 방문건강관리, 주택개선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온이 주어져도 누구는 일을 멈출 수 있고 누구는 멈출 수 없다. 누구는 에어컨을 켜지만 누구는 전기요금부터 걱정한다.
폭염은 자연현상이지만 피해의 크기는 사회가 결정한다. 이제 폭염 대책의 목표는 더위를 견디라는 안내가 아니라, 누구도 더위 때문에 하루와 생계를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