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다리의 볕 뒤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시중은행의 높은 문턱에 가로막힌 중·저신용자와 서민을 끌어안으며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라는 검증대에 올랐다. 모바일 접근성과 정교한 대안신용평가를 무기로 서민금융의 새로운 저변을 열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속에서 연체율이 치솟으며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위협받는 중이다.
당국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여간 카카오·토스·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제3자에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8만 5374건이었다. 금액으로만 8808억 원이 넘는다. 연간 매각액 역시 2023년 1200억 원대에서 2025년 3500억 원대로 뛰어오르며 매서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체 채권을 조기에 상·매각하고 손실을 확정짓는 행위는 금융회사의 정상적인 리스크 관리다. 부실을 제때 털어내지 못하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유동성이 악화되고, 결국 건전한 차주를 향한 신규 대출 공급마저 막힐 수 있어서다. 포용금융의 선순환을 위해서라도 자산 건전성 방어는 피할 수 없는 책무다.
우려되는 지점은 부실채권이 향하는 목적지와 그 뒤에 남겨진 차주들의 삶이다. 전체의 70%를 넘어서는 6400억 원 규모가 민간 추심업체로 넘어갔다. 카카오뱅크의 민간 매각 비중이 81%를 넘어섰고,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도 각각 71.2%, 63.0%로 높은 수준을 찍었다. 취약 차주의 재기를 돕는 새출발기금 등 공공 정책 기금에 흡수된 물량은 일부에 그쳤다.
그렇다고 이들이 기울인 포용금융 노력을 허울뿐인 명분으로 깎아내리긴 이르다. 현장엔 공공 매입 기관의 한정된 재원과 엄격한 인수 조건, 대상 채권의 가격 매칭 메커니즘 등 실무 제약들이 얽혀있다. 공공이 다 받아주지 못하는 시장 상황에서 은행들의 민간 매각을 가로막는 건 금융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더 큰 연쇄 부실 폭탄을 방치하는 지연책일 뿐이다.
이제 본질은 부실채권 ‘매각 자체’가 아닌 ‘매각 이후의 사후 관리’로 귀결된다. 2003년 신용카드 과잉 발급과 돌려막기 여파로 터진 카드대란이 뼈아픈 반면교사다. 부실채권이 추심 시장을 전전하며 20년 넘게 장기 연체자를 양산했던 비극은, 방치된 채권 매각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날카로운 사이렌이다.
포용금융의 가치는 대출 문턱을 낮추는 ‘시작점’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경제적 위기로 연체에 빠진 차주가 과도한 추심에 노출되지 않고 채무 조정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끝’까지 살피는 데 있다.
인터넷은행의 부실채권 정리 작업이 재무제표를 깨끗이 비워내는 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은행에만 모든 짐을 지울 것도 아니다. 민간 매각 이후에도 재매각 현황과 소멸시효, 추심 절차 등을 짚어낼 수 있는 정책 가이드라인과 관리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리스크 방어와 채무자 회복이 궤를 같이할 때, 두 축의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맞물릴 때 포용금융은 단순 구호가 아닌 손에 잡히는 제도로 안착한다. 건전성 확보 없는 포용은 모래성에 불과하고, 차주 재기 없는 회수는 약탈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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