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산시장 정책 논쟁으로 소셜 미디어가 뜨겁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축소 논란에 결국 전면 재검토라는 항복선언이 나왔다. 핵심은 ISA의 세제 혜택을 얼마나 줄이고 늘리느냐가 아니다.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라고 권하면서 정작 투자 유인을 약화시키는 정책의 엇박자가 문제다.
ISA는 단순한 절세 상품이 아니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고 개인의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하면서 ISA의 투자 유인을 낮춘다면 정책의 진의가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ISA 문제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와 함께 봐야 한다.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를 해소하려면 개인에게 투자를 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배주주가 상속·증여 과정에서 세 부담을 줄이려고 주가를 낮게 유지할 유인이 있다면 이를 차단해야 한다.
한국 증시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투자자들의 외면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지배력 유지나 세 부담 절감을 우선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이를 고쳐야 한다. 주가 누르기 방지의 핵심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지배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다만 규제는 정교해야 한다.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기업을 문제 기업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업종 특성·자산구조에 따라 정상적으로 저평가되는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되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
부동산 세제 개편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은 오랜 문제다.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증식 기대가 커지면서 국민의 자금이 생산적인 기업보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구조가 굳어졌다.
따라서 부동산 세제 개편의 목표도 단순 증세여서는 안 된다. 여러 채의 부동산을 보유하며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세제와 금융제도의 유불리를 조정해야 한다.
물론 급격한 세제 변화는 경계해야 한다. 보유세나 양도소득세를 지나치게 빠르게 바꾸면 거래가 위축되고 세 부담이 임대료 등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일관된 원칙이 필요하다.
결국 ISA 확대, 주가 누르기 방지, 부동산 세제 개편은 서로 다른 정책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국민의 돈을 어디로 흐르게 할 것인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원한다면 국민에게 주식 투자를 권하기 전에 투자할 만한 시장부터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주주가치를 높이고, 지배주주는 주가를 낮게 유지할 유인을 잃어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에 과도하게 몰린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세제와 금융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이번 ISA 논란은 국민의 자산 선택을 바꾸려면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준 사례다. 경제정책의 성패는 세금을 얼마나 더 걷느냐에 있지 않다. 국민의 돈이 어디에 머물고, 어디로 이동하게 할 것인가. 핵심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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