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예금보호한도가 화제에 올랐다. “은행이 망해도 5000만 원까지는 돌려받는 것 아니야?”라는 말이 나왔다. “아니, 작년 9월부터 1억 원이야”라고 했더니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24년 만에 보호한도가 두 배로 뛰었지만 여전히 5000만 원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
더 재미있는 건 그 다음이다. 이 1억 원은 모든 은행을 합친 금액이 아니다. 금융회사별로 각각 적용된다. A은행에 1억 원, B은행에 1억 원이 있다면 각각 1억 원까지 보호받는다. 대신 같은 은행이라면 통장을 여러 개 쪼개도 소용없다. 이 경우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합쳐 1억 원이 한도다.
여기까지 들으면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얘기뿐이다. 그런데 그날 대화를 마친 뒤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 1억 원을 지켜주는 돈은 누가 낼까.
예금보호에는 당연히 가격표가 붙어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보험사·금융투자회사 등이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내고 기금을 쌓는다.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면 이 돈으로 예금자를 보호한다. 보호한도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커졌다면 위기 때 기금이 떠안을 수 있는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최근 예금보험료율 인상 가능성이 금융권에서 관심을 끄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거론된 인상 수치에 대해 “외부 연구용역의 참고치일 뿐 확정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요율은 금융업권과 전문가 논의를 거쳐 올해 말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예보료가 금융회사에서 끝나는 비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담이 늘면 예금금리나 대출금리, 보험료, 수수료 등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1억 원이라는 더 큰 우산을 얻는 대신 다른 금융비용으로 우산값을 치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예보료를 올리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누구에게 얼마나 받을 것인가’다. 모든 금융회사의 위험이 같지는 않다. 재무가 튼튼한 회사와 부실 위험이 큰 회사에 똑같은 보험료를 물린다면 위험관리를 잘할 이유가 줄어든다. 반대로 위험한 회사에 지나치게 싼 보험료를 매기면 고금리로 예금을 끌어모으고 문제가 생겼을 때 기금에 기대는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올해 말 예보료 개편에서는 단순한 인상률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위험도에 따라 부담을 얼마나 정교하게 나눌지를 봐야 한다. 요율을 올리더라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산정 근거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예금보호 1억 원 시대는 분명 좋은 변화다. 금융회사가 흔들릴 때 예금자가 잃을 수 있는 돈을 더 많이 지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안전망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계산서를 누구에게 건네느냐다. 1억 원을 보호해준다며 결국 예금자에게 더 높은 대출금리와 보험료·수수료로 돌려준다면 뒷맛이 개운할 리 없다. 보호한도를 두 배로 올린 지금, 이제는 ‘얼마까지 지켜주느냐’ 못지않게 ‘그 돈을 누가 내느냐’를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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