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도 도입에 앞장서는 일은 실행하기 어렵고,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옛 제도에서 혜택받던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게 되며, 새 제도에서 혜택을 누릴 사람들은 단지 미온적인 옹호자로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이 구절은 시대를 관통하는 개혁의 잔혹한 본질을 보여준다. 리더가 한 국가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려 할 때 마주하는 가장 큰 벽은 기득권의 거센 저항과 개혁의 혜택을 입을 대중의 냉담 혹은 방관이다.
마키아벨리는 또 "발병 초기에는 치료하기 쉽지만 진단하기는 어렵고, 시간이 흐르면 진단하기는 쉽지만 치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래에 불어닥칠 위험에 대한 초기의 경고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이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경구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개혁 작업이 사사건건 발목이 잡히고 있다. 때로는 정치적 반대 세력에 의해, 때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이익집단에 의해, 심지어는 함께 정권 탄생의 동반자라 믿었던 우군(友軍)에 의해서도 그렇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등을 국정목표로 하는 123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 정부의 업적을 계승,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의 물질적·정신적 행복’을 구현하는 것이 역사적 소명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국정과제의 원활한 이행 여부가 향후 대한민국의 100년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득권 세력과 수구·보수세력의 저항에 부딪히면서도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검찰개혁은 1차 관문을 통과했고, 사법개혁과 AI 강국 도약을 위한 로드맵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이 보여준 국익 중심 실용외교 역시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 단단한 이정표를 세워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국정개혁과제에 저항하는 전선이 갈수록 확대되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쟁을 일삼는 국민의힘은 차치하더라도 진보세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노동계마저 주요 개혁과제인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반대편에 선 것은 뼈아프다.
노동계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 균형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대원칙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충분한 검증과 당사자와의 협의'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방으로 가기 싫다'는 이기주의적 거부감 외에 다른 반대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충분히 검증하고 노동계와 협의가 이뤄진다면 '지방이전'에 동의하겠는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명분 없는 명목상의 반대는 개혁의 동력을 갉아먹을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저항 세력에겐 좋은 핑곗거리다. 지지율 하락이 개혁에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개혁은 옛 제도의 기득권자들은 사력을 다해 반발하고 있는 반면, 미래의 혜택을 받게 될 다수 대중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성과 앞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지율 정체는 개혁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필연적 '초기 비용'이자 구조적 결과다.
이 지점에서 비판받아 할 곳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여당은 이재명 정부 개혁과제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개혁의 정당성을 대국민 설득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다가오는 선거와 정파적 이해관계,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일찍이 국가의 질병을 치료하는 골든타임에 대해 "나라의 질병을 일찍 발견하면 곧바로 치료할 수 있지만, 미리 인지하지 못해서 모든 사람이 알아볼 만큼 커지게 놔두면 더는 치유책이 없다"고 경고했다.
향후 100년을 좌우할 대한민국의 성패는 '지금'에 달려있다. 진단하기는 쉽지만 치료하기 어렵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