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대기업 중에서 CEO가 주로 가족과 친인척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이다. 한국의 재벌가 후손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부모로부터 경영권을 승계 받는다. 이들이 걱정하는 단 한 가지 문제는 승계 과정에서 발생되는 엄청난 비용이다. 죽은 사람도 피해갈 수 없다는 세금은 재벌들도 피해갈 수 없는 가장 예민한 이슈다. 국내 세법은 상속증여 금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50%까지 세율을 부과할 수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과 함께 최고로 높은 세율이다. 따라서 상속세를 다 내고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합법적으로 다양한 상속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재벌기업들의 노력은 한켠으로는 눈물겨울 정도다. 그런데 국내 많은 재벌들은 비교적 적은 양의 주식으로 기업 집단 전체를 통제하는 순환출자 시스템을 구축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이재용 부회장 체재를 구축하기 위해 이 같은 순환출자 구조를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삼성SDS와 삼성SNS가 합병을 했고, 2014년 3월에는 삼성SDI가 제일모직의 소재부문을, 2014년 4월에는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했다. 이어 오늘(17일)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로 삼성의 후계구도는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다른 말로 이재용 부회장이 지휘하는 삼성그룹의 지배체제가 갖춰지게 됐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임시주총에서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합병 후 삼성그룹의 미래가치를 보고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물산의 총 주주 11만263명 중 55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시주총은 주식수 기준으로 84.73%가 참석, 이 중 69.53%가 합병에 찬성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결과는 미래가치를 본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구축된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그룹에 대해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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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약 안건 등을 주주 결의에 부치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 공세에도 불구하고 찬성표 69.53%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위 사진은 주총을 진행한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승인안건을 통과시키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아래 사진은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발한 제일모직 본사가 있는 태평로 빌딩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찬·반 팽팽 예상과 달리 ‘합병 승인의 건’ 압도적 지지로 통합 삼성물산 출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품고 있는 국내 최대기업 삼성그룹의 사운이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이 헤지펀드사인 엘리엇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늘(17일) 임시주총에서 예상보다 높은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무난히 통과했다.
주총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는 이날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이 찬성률 69.53%로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총 1억3235만5800주가 투표에 참여해 9202만3660주가 찬성한 수치다. 이는 팽팽한 찬·반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주총에서는 주식수 기준 84.73%가 참석한 가운데 참석 주주 2/3 합병승인 찬성요건인 56.5%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불참 주주가 모두 참석해 100% 참석률인 상태에서 반대표를 던진다고 가정해도 2/3 요건인 66.7%를 넘긴 셈이다. 주총 직전만 해도 삼성의 우호지분이 절반이 안되는 것으로 예상된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들이 삼성그룹의 미래가치와 그 책임을 짊어질 이재용 부회장에 대거 신임장을 보낸 셈이다.
이번 합병에 따라 오늘 정오(12시)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26조7300억원(5위)의 제일모직이 시총 11조133억원(23위)의 삼성물산을 흡수해 삼성전자에 이은 코스피 시총 2위의 회사로 탄생했다. 통합된 회사의 이름은 삼성물산이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의된 것은 지난 5월 26일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합병 배경은 기업 시너지 효과였지만 언론에서는 이번 합병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완성과정으로 진단했다.
삼성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이 삼성전자라는데 이견이 없고, 따라서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코스피 전체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시가총액 190조원의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현금이 필요하다.
만약 이 부회장이 현재 주가로 삼성전자 주식의 4%만 확보하려 해도 7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상속세 때문에 부친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온전하게 상속받기도 어렵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가장 좋은 그룹 지배력 확보 방안은 지배구조를 변경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분석돼 왔다.
▲ ⓒ스카이데일리
제일모직 지분의 23.23%를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을 통해 새로 거듭난 삼성물산 지분의 16.5%를 보유하게 된다. 새로운 삼성물산의 1대 주주가 된 이 부회장에게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4.1%가 덤으로 따라오게 됐다. 이 부회장은 본인과 이건희 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약 4%와 함께 이번에 추가된 삼성물산 지분을 합해 약 8%의 삼성전자 지분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재용 시대 활짝, 그룹 기관차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 ‘후계 승계 완성단계’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그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0.57%에 불과한 삼성전자 지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과연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삼성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을 받은 것도 삼성전자에 대한 취약한 지배력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해진다. 단순해졌지만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전보다 확실히 강해졌다.
이번 합병승인을 통해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었다. 그러나 아직 삼성 입장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이번 합병에 가장 큰 반대 세력이었던 엘리엇은 자신들의 목표가 실현할 때까지 삼성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1%씩을 최근 매입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엘리엇은 고작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갖고도 주총이 끝날 때까지 삼성 측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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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그룹 주식은 외국인 보유 지분이 많아 차후 엘리엇의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이번에는 기관과 주주들이 삼성의 미래가치 뿐만 아니라 애국심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다음에는 어쩔지 모르는 일이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합병 시너지 극대화 위해 바이오 사업에 그룹역량 집중 예정
양사는 이번 합병으로 건설부문 통합과 함께 바이오, 패션, 식음료, 레저 사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전망하고 있다. 합병법인의 매출은 2014년 34조원에서 오는 2020년 6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물산은 합병법인이 패션·식음·건설·레저·바이오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와 제약은 지난 2010년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집중 육성키로 했던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와 제약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 회사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가 각각 지분 46.3%, 삼성물산이 4.9%를 보유하고 있다. 즉, 통합 합병법인은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모회사가 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0.3%를 보유하고 있어 바이오사업의 역량도 한층 강화해 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내년 상반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킨다는 계획이다.
▲ 주총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는 이날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이 찬성률 69.53%로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총 1억3235만5800주가 투표에 참여해 9202만3660주가 찬성했다. 사진은 양재동 aT센터 주주총회장 모습 ⓒ스카이데일리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세계적 바이오 기업인 미국 BMS, 스위스 로슈사와 3건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현재도 5개 이상의 바이오제약사와 수주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CMO 분야에서 1위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삼성의 주주 가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데 바이오 사업이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합병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고 전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제품 이외에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7종의 추가 바이오시밀러 제품도 초기단계의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2025년에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매출 4조원과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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