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드럭스토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유통공룡 롯데조차 맥을 못 추고 있다. 롭스를 론칭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업계 1위 CJ올리브영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직까진 점유율이나 매출 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CJ올리브영과 롭스는 서울 시내 주요 지역에서 서로 인접해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사진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나란히 위치한 CJ올리브영(왼쪽)과 롯데 롭스 매장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CJ와 롯데의 드럭스토어 각축전이 심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블루칩으로 불렸던 드럭스토어시장은 대기업 간 경쟁이 심해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도 있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 2012년 이마트 내 드럭스토어 ‘분스’를 야심차게 출범시켰지만 지속되는 적자로 인해 1년 만에 신규 출점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드럭스토어(drugstore)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및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드럭스토어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약 1조원 수준이다.
#box1#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 드럭스토어 시장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롯데쇼핑은 ‘롭스’ 매장수를 늘리며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나갔다. 하지만 CJ올리브네트웍스의 ‘CJ올리브영’과 왓슨스코리아의 ‘왓슨스’가 시장 1, 2위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아직까진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드럭스토어 ‘CJ올리브영’을 운영하던 CJ올리브영은 2014년 CJ시스템즈와 합병했고 CJ올리브네트웍스가 탄생했다. 합병이전 매출액은 약 4000억원 전후였다. 롭스의 경우 따로 매출액이 공시된 바 없다.
기자는 CJ와 롯데 드럭스토어에 대한 현장 고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 시내 주요 매장을 직접 찾았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왕십리, 강남에 위치한 CJ올리브영과 롭스를 찾아가 고객들을 만나봤다. 각 지역의 두 매장들은 모두 인접해 있었다. 매장 이용고객 40~50명을 대상으로 두 브랜드에 대한 인식차를 취재했다.
기자가 만난 상당수 고객들은 업계 1위 CJ올리브영의 포인트 혜택, 브랜드에 익숙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굳이 신규 매장 롭스를 주요 구매처로 변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통공룡 롯데쇼핑 매장 100개 확대예정…유리한 위치 입점 CJ와 충돌키도
드럭스토어 후발주자 롯데쇼핑은 지난 2013년 롭스 홍대 1호점 개점으로 CJ올리브영에 대항할 신호탄을 처음 발사했다. 같은 해 10개 개점, 2014년 30개, 2015년 51개로 2년 동안 매장수를 5배로 늘려나가며 입지를 넓혀나갔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안에 100개점으로 롭스 매장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렇게 되면 3년 만에 10배가 늘어나게 된다.
▲ 자료: 각 사.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롭스(LOHBs)의 LO를 롯데의 LO가 아니라 영어 LOVE Health & Beuaty의 약자이다. 헬스와 뷰티 중 롭스는 여성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뷰티마케팅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드럭스토어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백화점 뷰티 브랜드를 롭스에 단독 입점시키는 차별화를 내세웠다.
그 예로 부르주아, 스틸라, 크리니크 등이 있다. 롭스 고객 중 일부는 이들 제품을 할인해서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다고 전했다.
롭스 홍대역점 이용고객 최모씨(21)는 “스틸라, 부르주아 등 색조제품을 사기 위해 롭스에 종종 온다”며 “하지만 다른 제품의 경우엔 굳이 롭스보단 기존에 이용하던 CJ올리브영에 가서 구매하는 편이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롭스 홍대역점에서 만난 다른 여성 고객들도 롭스에 단독입점한 백화점 브랜드를 구매하러 롭스를 이용하는 소비 성향을 보였다.
금감원 공시 및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2014년 기준 시장 점유율 60%, 지난달 기준 매장수 570개로 드럭스토어 시장을 독보적으로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2, 3위도 아닌 후발주자 롭스를 CJ도 마냥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좋은 위치의 매장들을 하나둘 씩 선점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롭스가 CJ올리브영과 한 건물에 있거나 바로 옆 또는 50m이내 거리에 매장을 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CJ와 롯데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CJ올리브영이 갑자기 나가고 대신 롭스 매장이 들어서자 롯데가 업계 1위의 매장자리를 빼앗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가 건물주에 높은 임차료를 제시하자 건물주가 CJ올리브영을 쫓아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 지난달 말 가로수길, 왕십리 엔터식스, 홍대역 등 롭스 매장에선 단독으로 백화점 브랜드가 입점돼 있거나 다양한 품목에서 프로모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포인트 3배 적립 행사는 상당수 미용·뷰티 품목에서 이뤄졌다. ⓒ스카이데일리
이후 CJ그룹은 바로 옆 건물에 입점한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를 CJ올리브영 매장으로 바꾸는 것으로 대응했다. 당시 허민석 CJ올리브영 대표는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CJ올리브영 매장이 롭스로 바뀐 사례는 신촌 현대백화점 인근에서도 있었다.
홍대의 LG팰리스의 경우, 지하철 9번 출구와 바로 연결된 지하 1층에는 롭스 매장이 있고 1층에는 CJ올리브영 매장이 들어서있다. 지하철 출구에서 약속을 기다리는 여성들이 롭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자주 보이며 CJ올리브영 보다 유리한 접근성을 선점하는 것처럼 보였다.
홍대역점 롭스 고객 조모씨(20)와 김모씨(22)에게 이용 이유를 묻자 친구와 약속을 기다리다가 구경할 겸 들어온 것이라고 답했다. 홍대역점 롭스에는 고객이 앉아서 기다리면서 거울을 볼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창가 쪽에 마련돼 있어 잠시 휴식을 원하는 고객의 발걸음을 끌었다.
롭스, 다양한 승부수 불구 “같은 가격이면 올리브영”…충성 고객 유치 고전 중
롭스는 접근성 좋은 매장위치, 잦은 할인 행사, 브랜드 단독 론칭, 포인트 3배 적립, VIP 가입 할인제도 등 다양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롭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포화상태인 드럭스토어 시장 경쟁구도 틀이 어느 정도 잡혀있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업계의 중론이다. 무리한 외형확장이 적자로 이어질 경우 제2의 신세계처럼 굴욕적인 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심심찮게 제기됐다.
홍대, 가로수길, 강남 등 주요 지역의 CJ올리브영과 롭스 이용고객들에게 롭스의 마케팅에 대한 반응을 묻자 상당수가 “아직까진 롭스보단 CJ올리브영을 택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4년 12월 기준. ⓒ스카이데일리
대다수 고객들은 CJ 포인트 적립의 장점을 꼽았다. CJ ONE 포인트는 CJ올리브영뿐만 아니라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CGV 등 다수의 CJ계열사들과 통합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가로수길 CJ올리브영 매장 고객 이모씨(26)는 “같은 가격이라면 (포인트)적립을 위해 CJ올리브영을 간다”며 “세일기간일 때는 가격을 비교한 뒤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더 저렴할 경우엔 바로 옆 매장인 롭스에서 구매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롭스 또한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롯데닷컴 등과 연동된 엘포인트 적립을 중요한 마케팅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실제로 롭스 매장에선 다수의 제품에 포인트 3배 적립 행사 문구가 표시 돼 있다. 다수는 아니였지만 일부 고객들이 엘포인트 때문에 롭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롭스 왕십리 엔터식스점 이용고객 중국인 주정의씨(27)는 “평소 롯데백화점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CJ올리브영보단 엘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롭스가 더 좋다”고 답했다.
CJ올리브영의 충성 고객들은 CJ ONE카드는 있지만 엘포인트 카드가 없는 상황에선 신규로 발급하기 번거롭기 때문에 그냥 CJ올리브영에 가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롭스가 주요하게 내세우는 차별성 중 하나인 기존 드럭스토어 매장에는 없지만 롭스에만 단독으로 판매하는 백화점 브랜드 입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본인이 잘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다는 입장과 그 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해 롭스를 간다는 입장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 지난달 말 서울시내 4개 올리브영 매장을 둘러 본 결과, 행사상품 중 품절된 상품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올리브영 홍대역점 경우엔 ‘미스트 테스터’ 대부분 동이 나 있을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다녀간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단독 입점 된 브랜드를 구매하러 가는 고객들 또한 양 사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제품 구입 시엔 CJ올리브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왕십리 엔터식스 CJ올리브영 이용고객 이재형 씨(28)는 “스틸라를 구매하기 위해 롭스를 간 적은 있긴 하지만 다른 물건 구매할 땐 가격대가 동일하다면 포인트 적립을 위해 CJ올리브영을 간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롭스는 VIP가입고객에겐 따로 10%의 할인율을 적용해 주거나 뷰티품목에 포인트 적립 3배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소비자들 80% 이상은 자주 사용해왔고 접근성이 좋은 CJ올리브영을 가게 된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소비자들 반응에 롭스 관계자는 “아직 CJ올리브영에 비해 점유율이 미약한 편이지만 화장품과 건강에 관심을 가진 고객들이 꾸준히 있고 그 시장의 가능성을 볼 때 롭스의 성장 또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롯데 엘포인트 역시 젊은 고객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며 “앞으로 점포시스템을 개선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모바일앱 출시 및 PB(독자상품) 개발을 통해 지속적 성장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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