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지 않은 헤어샵 매장에서는 여전히 천차만별의 고무줄 요금과 바가지 요금이 성행하고 있다. 아예 가격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설사 가격표가 있더라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같은 브랜드의 헤어샵에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사진 속 가격표시처럼 ‘기장추가 없음’이라고 알린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대부분은 기장 추가 요금이 있었지만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6월 30일 ‘미용업소 가격게시 및 사전정보 제공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복지부는 이달 15일부터 지침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일부 헤어샵에서는 정부 지침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미용 가격의 기준은 여전히 제멋대로인 곳이 적지 않았다.
강남일대 절반 가격표 없어…가격 공지해놓고 다양한 핑계로 금액 부풀리기
기자가 강남 및 수도권 일대 10여군데 헤어샵을 조사한 결과 가격을 고시하고 있는 곳은 절반이 채 안됐다. 나머지 헤어샵에서도 바가지요금이 성행하고 있었다. 가격을 고시한 곳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머리 길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고 공지했지만, 길이에 대한 규정이 없어 애매한 선에서 가격 협상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가격표가 있음에도 고객이 먼저 보여달라고 요청하기 전까지는 가격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가격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스타일 상담부터 들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헤어샵 외부에 할인 가격을 홍보 중인 가게조차 막상 안에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졌다. 디자이너의 경력이나 머리 길이 또는 염색약에 따라 추가 가격이 붙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쉽게 볼 수 있도록 고지된 가격은 부분 헤어나 숏커트 기준일 뿐이었다. 실제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과 2배 가량 차이가 나기도 했다.
▲ 소비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광고 문구와 달리 샵 안에 들어가면 기장 차이를 내세워 가격을 올려 받기도 했다. 하지만 광고 글에는 그런 문구가 쓰여 있지 않았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염색 상품 등을 선택하면 ‘머리가 손상되기 쉽다’며 트리트먼트(영양)를 함께 받을 것을 권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같은 프랜차이즈 지점들조차 ‘고무줄 가격’…디자이너 실력차라며 경력공개 안하기도
같은 지역 내 같은 프랜차이즈 지점에서조차 가격이 달랐다. 기자가 방문한 J 브랜드 매장 경우 강남 1, 2, 3호점과 신논현역점 4군데 매장 모두 가격표는 존재하지 않았다. 동일한 조건으로 상담 받은 가격 또한 모두 달랐다.
1호점과 3호점은 컷이 2만5000원부터, 2호점에서는 3만원부터, 신논현역점은 4만원부터라고 했다. 고객이 직접 방문 상담을 받기 전까지는 알 방법이 전혀 없었다.
염색 가격 또한 매장 별로는 물론이고 고객이 원하는 기장에 따라 차이났다. 하지만 기장에 관한 명확한 기준은 없었다. 기자의 머리카락은 가슴까지 내려올 정도로 긴데 염색 가격은 J헤어 1호점에서는 15만원, 2호점, 3호점에서는 18만원, 신논현역점에서는 20만원을 각각 불렀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내에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대체 뭘까. 헤어샵에서는 디자이너의 경험과 실력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실력과 경험 차이 또한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J 헤어 본사에 문의한 결과 홍보팀 직원은 “디자이너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디자이너의 프로필과 경력을 알려 드리지는 않고 있다”며 “가격 차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 안다. 가격 기준에 대해 검토 중이며 고객에게 명시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강남의 O헤어샵은 가격표를 내걸었고 가격표에는 염색 5만5000원부터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헤어샵 담당 직원은 “가격표에 적힌 금액은 뿌리염색 기준이며 머리 전체를 염색하려면 기본 7만5000원부터 15만원 사이”라고 밝혔다.
기본인 7만5000원은 턱선 기준이며 그 보다 긴 경우는 머리 길이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고 했다. 디자이너는 기자의 머리 길이를 가늠하더니 13만원이라고 불렀다. 기자가 길이를 조금 자를 거라고 말하자 그럼 12만원에 해드리겠다며 협상을 시도했다.
컷 가격 또한 변화를 조금 주면 2만원, 변화를 많이 주면 2만5000원이라고 얘기했다.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준다는 말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가격 차이는 디자이너가 부르기 나름이었다.
▲ 강남의 J 헤어샵에서 컷과 염색을 받았다. 컷은 담당디자이너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디자이너의 경력과 프로필을 알 수는 없었다. 담당 지점장은 저렴하게 자르고 싶다고 하면 경력이 짧은 디자이너를, 잘 짜르고 싶다고 하면 가격이 높은 디자이너를 배정해준다고 했다. ⓒ스카이데일리
머리 손질 끝날 때까지 정확한 가격 몰라…사후에 ‘울며 겨자먹기’식 지불
기자가 강남의 유명 헤어샵을 방문해 직접 머리 손질을 부탁했다. 처음엔 지점장이 어떤 헤어스타일과 가격대를 원하는지 물어봤다. 컷 가격은 3만원부터 4만5000원이며 디자이너에 따라 다르다고 전했다. 저렴한 가격을 택하자 “경력이 짧은 디자이너를 배정할 수밖에 없으며 나중에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안들 수 있다”며 일종의 협박성 발언까지 건넸다.
상담 후 담당 디자이너를 만나 헤어스타일 상담을 받았다. 디자이너는 염색의 경우 기장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며 어깨 기준 15만원부터 시작해 길이에 따라 2만원씩 더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2만원의 기준은 디자이너 눈대중일 뿐, 정확한 길이를 알려주지 않았다.
머리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머리 길이가 조정됐다. ‘이 정도 길이면 도대체 얼마지?’라고 속으로 되물어볼 정도로 도무지 가격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가격을 얘기하며 가격대에 맞춰 기장을 줄여달라고 요청하자 담당 디자이너는 “가격에 맞춰 길이를 줄이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가격을 알려주지 않은 채 머리를 손질했다.
기장 손질이 끝난 후 디자이너가 청구한 금액은 염색 18만원이었다. 청구된 금액에 관해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지만 이미 모든 과정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컷 3만원 염색 18만원으로 총 21만원이 들었다.
▲ J 헤어 한 곳에서는 문 앞에 간단하게 금액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염색 8만원이란 가격은 뿌리염색(부분염색) 기준이며, 전체 염색의 가격은 15만원부터 시작됐다. 실제 기자가 같은 브랜드의 샵에서 컷과 염색을 한 결과 컷 3만원, 염색 18만원으로 총 21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통신사 할인 15%를 받아 총 17만8500원을 지불했다. ⓒ스카이데일리
우선 미용 의자에 앉힌 후 상담…협박 아닌 협박성으로 고가 상품 선택 유도하기도
기자가 직접 머리를 다듬었던 디자이너를 제외하면, 상담 받았던 대부분의 헤어샵에서 트리트먼트(영양)를 권했다. 트리트먼트의 가격은 10만~ 20만원까지 다양했다. 기자가 방문한 헤어샵 디자이너들의 대답은 공통됐다.
디자이너들은 헤어스타일 상담이 끝난 후 머리가 손상돼 있기 때문에 영양공급이 필요하다며 트리트먼트를 추천했다. 그들은 “트리트먼트를 하지 않으면 머리가 부스스해지기 때문에 머릿결이 쉽게 손상이 된다”며 “염색도 오래가지 않을 뿐더러 나중에 펌을 할 때 제대로 안될 수 있다. 트리트먼트를 하면 머릿결이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아끼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권유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적지 않다. 최근 유명 미용실에서 열펌을 한 박정원(25) 씨는 “지난주 12만원을 주고 열펌을 했다. 헤어디자이너가 머릿결이 상했다며 영양을 권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머릿결이 더 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펌이 끝난 후 머릿결이 더 상했다”며 “나중에 찾아가니 담당 디자이너는 ‘원래 머릿결이 상했고 그렇기에 트리트먼트를 권하지 않았냐’며 되레 큰소리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나왔다”며 분을 삭히지 못했다.
또 다른 고객 임연주 씨(가명, 30)는 “디자이너가 머리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옵션을 붙여 나중에 계산할 때는 초반에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싼 금액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선 미용 의자에 앉힌 뒤 머리 상담이 들어가기 때문에 스타일과 가격이 마음에 안 들어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무줄 가격에 강매 식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을 상대로 카카오의 선결제 방식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응답한 모든 고객들은 한결같이 “진작부터 이런 시스템이 나와야 했다. 여성들은 미용실 의자에 앉으면 그야말로 봉이 되는 기분이다. 문제가 돼도 호소할 길이 없다. 앞으로 가맹점이 많아지면 카카오 헤어샵 가맹점을 적극 이용하겠다”는 등의 반응들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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