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이 우리나라 물건을 구입할 때 사용하는 화폐는 대부분 달러다. 선박, 철강, 자동차 등 전 세계 원자재와 제품들은 달러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대부분 국가들의 상업은행, 중앙은행, 다국적 기업할 것없이 달러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한다. 세계의 ‘기축통화’라는 지위를 누리고 있는만큼 달러없이는 경제 행위 자체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미국이 금융시장에서 오랜 기간 지배적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외국은행의 경우 미국 정부의 독점적 조치에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금융당국의 조치를 따르지 않는 외국계 은행들은 미 금융시스템에서 축출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글로벌 업무를 전혀 볼 수 없게된다. 해당 은행 입장에선 사실상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014년 BNP파리바에 90억달러 벌금을 매긴 바 있다. 쿠바와 이란 등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와 금융거래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BNP파리바는 자국 프랑스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음에도 벌금을 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술적 진보가 이러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이목이 집중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가 그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등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 세계적 기류인 금융혁명에 대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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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을 비롯한 많은 금융선진국들이 핀테크 기술을 각 분야에 접목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핀테크 기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등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혁명 대비에 나섰다. 비트코인ATM [사진=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등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혁명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최근 금융당국도 ‘핀테크’ 정책의 초점을 ‘육성’에서 ‘발전’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에 나섰다.
금융업계 및 핀테크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핀테크 발전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증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금융기법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을 비롯한 많은 금융선진국들은 핀테크 기술을 각 분야에 접목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뒤늦게 핀테크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금융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현금없는 사회’ 열리나…전 세계 ‘비트코인’ 차세대 화폐 급부상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제도화를 본격 추진한다. 이미 가상화폐와 관련된 정책방향이 결정된 미국·일본 등 금융선진국들의 동향을 참고해 이르면 내년 3월 제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가상화폐다. 지난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개인 혹은 집단에 의해 개발됐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 나머지는 베일에 가려져있다. 통상 화폐라고 하면 중앙 정부나 발행 기관의 통제가 이뤄지지만 비트코인은 이러한 주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P2P 방식으로 작동하는 분산 구조로 이뤄져 있어 누구나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어 모두가 발행 주체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존 가상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생성될 수 있는 양이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돼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적다. 수량이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주식이나 금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셈이다.
▲ 자료: 금융결제연구원 ⓒ스카이데일리
비트코인을 생성하는 과정도 ‘채굴’이라고 부른다. 개발자에 의해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반복적인 수학문제를 풀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채굴 프로그램은 10분 단위로 새로운 블록이 생성 및 저장되는데 가장 먼저 채굴에 성공한 채굴자는 25비트코인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비트코인 개발 초창기에는 50비트코인이 보상으로 지급됐지만 지금은 25비트코인으로 감소했다. 이는 4년마다 발행이 반감되도록 프로그램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용PC를 통해 1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5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채굴기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공동으로 채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채굴된 양은 1200만 비트코인으로 시가총액 105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이렇게 생성된 비트코인은 자신의 계좌에 저장해 화폐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채굴이 어렵다면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파는 방법도 있다.
비트코인 계좌를 지갑이라고 부르는데 시중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 필요한 신분확인 과정이 생략된다. 거래시 익명이 보장되는 셈이다.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지갑 개수에도 제한이 없다. 자금 세탁이나 ‘검은돈’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사용자 편의성을 내세우며 세계적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이 사용가능한 매장 및 업체 수가 10만여 곳을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핀테크 신기술을 기반으로 둬 공인인증서 등이 필요없다. 편리한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더욱이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수수료 없이 외환송금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세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26일 기준 비트코인의 시세는 655.32달러로 지난해 11월 372.53달러에서 1년도 안돼 2배 가까이 올랐다. 변동성 우려가 높았던 지난 6월 브렉시트 발표 당시엔 최고가 762.43달러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대체화폐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엇갈린 전망 속 잇단 제도화 통한 핀테크 도입 나선 금융선진국들
▲ 자료: 비트코인 거래소 [도표=한지은]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비트코인이 가상화폐임에도 높은 유동성, 낮은 거래비용, 익명성 등을 기존 어떤 통화보다 잘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영국과 독일, 스위스 등에서는 비트코인을 제도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운용중이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현금’과 같은 화폐로 인정해 공공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금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5월 비트코인에 부과했던 8% 소비세를 없애면서 가상화폐를 ‘현금’과 같은 지불 수단으로 인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수는 2500개에 달한다. 최근 1년새 4배정도 증가한 수치다.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미국은 이미 지난 2013년 자금세탁방지기구(FinCEN)가 비트코인 거래소를 화폐중개업으로 규정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방안 마련에 발빠른 조치를 취했다.
올들어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뉴욕주 금융서비스국은 비트라이센스를 발급해 가상화폐 시장 관리에 나섰고,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3월 규제 개선 작업 일환으로 핀테크 혁신육성안을 담은 백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중국과 태국 등에서는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비트코인 사용을 금지하진 않았지만 통화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버냉키 미국 연준의장은 비트코인에 대해 “위험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망하다”며 “더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반면 폴 크루그먼 교수는 “화폐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가격 변동이 실물 화폐에 비해 지나치게 심한만큼 현금을 완벽히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핀테크 핵심 ‘블록체인’ 곧 대세…“지각 한국, 미래도 금융후진국 우려”
▲ ⓒ스카이데일리
비트코인이 실물화페를 대신할 화폐로서의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지만 금융시장 발전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전문가들 역시 입을 모으고 있다.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은 핀테크 기술 발전의 핵심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거래 기록이 저장된 거래장부 전체를 가리킨다. 거래장부를 공개, 분산해 관리한다는 뜻으로 ‘공공 거래장부’ 또는 ‘분산 거래장부’ 로도 불린다. 해외송금, 크라우드 펀딩, 주식거래, 공인인증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핀테크 핵심 기술로 지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비트코인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 가상화폐가 가진 한계점 및 문제점을 개선한 새로운 방식의 가상화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금융정책연구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뛰어난 IT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각종 규제로 금융선진국들에 비해 핀테크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며 “핀테크 기술력을 높이지 않으면 금융후진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큰 만큼 예측 가능한 규제환경을 만들어 금융혁신을 도모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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