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부유층 시니어 세대가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가격보다는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또한 자신들의 개성추구와 자존감을 충족시켜주는 패션소품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스카이데일리 DB]
최근 씀씀이가 큰 고령층들인 소위 ‘부유층 시니어 세대’가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시간적 여유와 경제력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에 ‘명품 소비족’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100세 시대로 불릴 정도로 수명이 길어진 요즈음 ‘시니어’의 기준이 점차 애매해 지고 있다. 시니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40~50대 못지않은 외모와 체력을 유지하는 노년층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니어 층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이들의 비중이 다른 연령층 보다 높아 유통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가격보단 품질을 중시하는 큰 손 소비 형태를 보여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5년 트렌드 및 소비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자산의 61%가 50세 이상 시니어 소유다. 50대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한다. 종합하면, 전체 인구구성의 3분에 1 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는 인구가 국가 전체 자산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 문양의 나전칠기 사던 강남 부잣집 사모님들, 이제는 유럽 수입가구 눈 돌려
▲ 자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2015 소비자행태조사 보고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과거 ‘부잣집의 필수품’으로 불렸던 ‘나전칠기’의 위상은 이제 옛 말이 됐다. 최근 몇 년 새 위상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나전칠기’는 옻칠한 목제품의 표면에 얇게 간 조개껍데기(나전, 우리말로는 자개)를 여러 가지 형태로 오려서 박아 넣은 공예품이다.
부유층 여성 시니어들의 최신 트렌드가 고스란히 반영된 곳으로 평가받는 논현동 가구거리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논현동 가구거리를 찾아 확인한 결과, 이태리 수입제품 매장은 한집 건너 하나씩 양쪽 거리에 마주보고 있을 정도로 즐비했으나 나전칠기 가구매장은 단 한 곳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나전칠기 매장의 상황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는 최근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업황이 나빠져서 이제는 월세도 내기 힘들다”며 “한 때 3000만원에 팔던 장롱을 지금은 1200만원에 내놨는데도 도통 팔리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엔틱가구 및 수입가구 매장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 중에는 경제력을 갖춘 부유한 여성 시니어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유럽 스타일의 건물 외관을 뽐내는 한 수입가구 매장은 타 업체와의 경쟁으로 인해 1층에만 일부 제품을 전시할 뿐 2~3층 전시장은 비공개로 하고 있었다. 타 매장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프리미엄 가구를 찾는 수요층이 ‘희소성’을 우선적으로 여기는 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 고급가구 매장이 양 길가에 늘어서 있는 논현동 가구거리의 주 고객층은 부유층 시니어 세대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구 혹은 자녀들의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매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부분 수입가구 제품은 수천만원대를 호가한다. 사진은 논현동 가구거리 내에 위치한 가구매장 내·외부 전경 ⓒ스카이데일리
덕분에 이 매장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장 관계자는 “이태리 산 최고급 목재로 장인이 일일이 수작업해 만든 가구이기 때문에 가격대는 일반가구보다 높게 책정됐다”며 “하지만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은 금액대가 다소 높더라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구매하면 사후서비스까지 해주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해 한번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재구매율은 낮은 편이다”며 “그러나 꼭 본인이 아니더라도 자녀 혼수장만 혹은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하기 때문에 수요는 꾸준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태리 명품 수입가구 매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 직원들은 “VIP고객은 6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 매장은 가장 비싼 소파 가격이 27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값 비싼 고급 제품들이 다수 존재했다.
매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가의 제품을 사는 분들은 연령층이 높다”며 “원하는 가죽컬러와 섹션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논현동 가구거리에 위치한 고급 엔틱가구 매장 더갤러리 관계자에 따르면 고급 엔틱가구는 일반 가구에 비해 가격대가 높다보니 주 수요층이 경제적 능력을 갖춘 고령층이 많았다.
김명규 더갤러리 전무는 “침대의 경우만 보더라도 매트리스와 합쳐 1000만원대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고가의 제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며 “(건물)임대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분들이 많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펜, 더 이상 쓰는 도구가 아니다…눈이 즐거운 패션아이템 부상 ‘최대 5000만원’ 호가
▲ 박근일 펜카페 대표에 따르면 한정판 고급 만년필 수집을 선호하는 콜렉터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50~60대 이상이다. 또한 기업인의 경우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수 백만원이 넘는 펜을 구입하기도 한다. 사진은 펜카페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년필 ⓒ스카이데일리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전문직 종사자 및 임원들 책상 위에는 고급스런 데스크 세트가 마련돼 있기 마련이다. 데스크 세트의 필수품 중 하나인 만년필은 과거부터 중후함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만년필에 대한 인식은 바뀌고 있다. 단순한 필기구가 아닌 패션아이템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정장주머니 윗주머니에 꽂힌 만년필은 개성을 표현해주는 명품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사회적 지위를 갖춘 일정 나이 이상의 남성들, 즉 부유층 남성 시니어들 사이에서 남다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젊은층들은 10~20만원대 저가 제품을 선호하지만 사회적 지위와 연령대가 높을수록 고가의 제품을 찾는다. 최근에는 만년필 브랜드 중에서 명품으로 통하는 몽블랑·워터맨·오로라·펠리칸 등의 브랜드를 한 데 모아놓고 판매하는 편집숍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명동에 위치한 ‘펜카페’ 역시 그중 한곳이다.
박근일 펜카페 대표에 따르면 한정판 제품 등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층은 보통 50~60대 이상이다. 한정판의 경우 재질도 물론 좋지만 희소성이란 특수한 가치로 인해 가격대가 높게 책정돼 있다.
저렴한 한정판은 100~300만원대에 형성돼 있지만 고가 제품의 경우 1000~500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1000만원대가 넘어가는 초고가 제품은 기업 CEO 등이 규모가 큰 M&A나 MOU를 체결하기 전 2자루를 구매한 뒤 계약 후 거래 상대방과 선물삼아 나눠 갖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 대표는 “오로라 대륙시리즈, 몽블랑 작가시리즈 등과 같은 한정 상품이 콜렉터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온라인 구매보다는 실물을 보고 직접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아오며, 부산과 같은 지방에서도 오는 손님들이 다”고 말했다.
힘 없는 노인의 상징 옛 말, 이제 지팡이도 패션…유명인 즐겨찾는 명품지팡이 인기
▲ 지팡이는 더이상 노년층 보행 보조수단에 그치지 않고 패션소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제이스틱의 고객 타겟층 역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인 여력을 갖춘 시니어 들이다. [사진=제이스틱 홈페이지]
과거 나이 많은 노인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지팡이’ 역시 패션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시니어들 사이에서는 지팡이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소품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고급 지팡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제이스틱 박우현 대표는 “국내에서는 크게 지팡이를 쓰는 사람이 두 부류로 나뉜다”며 “하나는 ‘시골 어르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이 높은 어르신’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지팡이가 ‘존경’과 ‘권위’의 좋은 뜻을 갖고 있어 학자들에게는 최고의 선물로 꼽힌다. 제이스틱은 주 타겟층을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시니어’로 제한했다. 덕분에 제이스틱의 고객은 70~80대 노인 중에서도 저명한 교수 혹은 기업인 출신이 많다. 그 중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인물들도 다수 속해있다.
박 대표는 “유럽만 가도 할머니들이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는 경우가 흔한데, 우리나라는 마지막 인생을 멋지게 즐기며 살아야겠다는 노인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며 “그러나 예전보다는 패셔너블한 의류나 소품에 관심을 갖는 시니어 층이 늘면서 명품지팡이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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