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일섭 녹십자 회장이 최근 쥐꼬리 기부금, 도 넘은 일감몰아주기 등의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눈총을 사고 있다. 허 회장이 강조해 온 윤리경영, 사회공헌 등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상위 제약사 중 한곳인 녹십자의 오너 허일섭 회장을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이 무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형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허 회장은 현재 녹십자의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으며 전 계열사의 실질적인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허 회장은 최근 쥐꼬리 기부금, 도 넘은 일감몰아주기 등의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들 논란은 평소 허 회장이 강조해 온 윤리경영, 사회공헌 등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는 특히 더하다.
허 회장은 얼마 전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던 의혹에 무게감을 더할만한 사실이 포착돼 물의를 빚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진료 의혹이 불거져 나왔을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차움병원의 오너 일가와 고급빌라의 위·아래층 호실을 나란히 소유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 선포 후 기부금 축소, 일감몰아주기 등 연이은 구설수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 2012년 시무식 자리에서 “인류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Mission)이며,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우리의 이상(Vision)이다”고 선포했다. 이와 함께 △창의도전 △봉사배려 △정도투명 △인간존중의 네 가지 핵심가치를 제시했다.
그런데 최근 업계 안팎에서 실제 녹십자의 행보는 과거 허 회장의 공언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들어 기부금이 급감한 것은 물론 계열사 간 내부거래 실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3분기 녹십자홀딩스의 기부금(연결)은 약 4억원 가량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93% 이상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간 녹십자홀딩스의 3분기 누적 기부금 중에서도 가장 적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녹십자의 3분기 누적 기부금 추이는 △2012년 25억원 △2013년 13억원 △2014년 18억원 △2015년 58억원 등이었다.
녹십자는 오랜 기간 문제점으로 지목돼 온 내부거래 행위 역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계열사 간 과도한 내부거래 행위가 비판받는 결정적 배경에는 ‘상생협력 위배’가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허 회장의 언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비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례분석’에 따르면 녹십자 내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녹십자이엠, 녹십자엠에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두 기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내부거래 의존도가 유독 높아 비판을 받아 왔다.
코스닥 상장사인 녹십자엠에스는 녹십자가 최대주주(42.1)에 올라 있긴 하지만 오너 일가 역시 상당수 지분을 소유한 기업이다. 지난해 3분기 허일섭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친익척, 관계사 임원 등)은 26.6%에 달한다.
▲ 허일섭 녹십자 회장 [사진=뉴시스]
녹십자 내에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녹십자이엠 역시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을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시켰다. 최근 6년간 녹십자이엠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57.28% △2011년 52.14% △2012년 67.42% △2013년 59.32% △2014년 72.04% △2015년 80.48% 등이었다.
녹십자이엠이 거래한 특수관계자는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녹십자엠에스, 녹십자웰빙, 녹십자랩셀 등이었다. 녹십자이엠이 이들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액 추이는 △2010년 148억원 △2011년 131억원 △2012년 360억원 △2013년 313억원 △2014년 536억원 △2015년 776억원 등을 각각 나타냈다.
대통령 비선진료 파문 두 축 녹십자·차움병원, 각 오너 고급빌라 위·아래층 나란히 소유
허 회장은 얼마 전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던 의혹에 무게감을 더할만한 새로운 사실이 포착돼 물의를 빚고 있다. 허 회장은 차움병원 오너 일가와 서초구 양재동 소재 고급빌라의 위·아래층 호실을 나란히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정당국 및 복수의 언론매체 등에 따르면 차움병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진료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당시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은 차움의원 재직 당시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대리처방한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맡았다. 불똥은 김 전 원장이 소속돼 있던 녹십자로도 튀었다.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허 회장은 현재 서울 강남 양재동 소재 신동아빌라 한 호실을 소유했다. 허 회장은 녹십자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던 지난 1994년 11월 전용면적 244.06㎡(약 74평) 규모의 이 호실을 매입했다. 현재 시세는 약 35억선에 형성돼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 허일섭 회장은 현재 서울 강남 양재동 소재 신동아빌라 한 호실을 소유했다. 해당 호실의 아래층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진료 의혹 논란이 불거진 차움의원 오너 일가가 소유해 주목되기도 했다. 녹십자는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원장이 이정노 차움의원 전 원장으로부터 최순실씨를 소개받는 등 비선진료 의혹에 휩싸여 타격을 받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허 회장 소유 호실 바로 아래층은 차움의원 오너 일가 소유의 호실이 위치해 있다. 두 호실 모두 소유주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면 이웃사촌 지간인 셈이다. 해당 호실의 소유자는 차광은 씨다. 차 씨는 지난 1999년 해당 호실을 친언니 부부로부터 매입했다. 매각 주체는 앞서 해당 호실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했던 차광혜 씨와 이정노 차움의원 전 원장이다.
이정노 전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진료 의혹의 주인공인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에게 최순실 씨를 소개해 준 주인공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김 전 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를 이정노 전 차움의원 원장이 소개해 처음 만났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 전 원장은 차움의원에 근무하던 2011~2014년 사이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처방한 사실로 물의를 빚었다. 김 전 원장은 특히 차움의원에서 녹십자아이메드로 옮겨간 이후에도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주사제를 대리 처방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상만 전 원장은 각종 의혹에 휩싸이자 지난해 11월 녹십자의료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최근 2년여 간 녹십자에서 31차례에 걸쳐 총 2027만원 어치, 10종류의 의약품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최순실 등이 연루된 각종 구설수에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면서 녹십자는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허 회장이 강조한 ‘정도투명’과 관련된 경영 철학에 대해서는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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