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9월 국회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이 개정안의 주요한 내용은 신탁업자 등에게도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해 주는 것이었다. 기존의 조합 방식 이외에도 신탁방식으로도 재건축을 추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작년 3월 이 법이 시행되면서 신탁방식 재건축·재개발에 눈독을 들이는 신탁사와 재건축·재개발 지역 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신탁방식 추진을 결정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바로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다. 지난 1971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단지는 다른 신탁방식 재건축 단지에 비해 재건축 진행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여의도에서 신탁방식 재건축을 가장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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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시범아파트(사진)는 지난 1971년에 완공된 아파트로 지어진지 거의 50년 가까이 흘렀다. 대한민국 첫 고층 대단지 아파트의 문을 열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처음으로 재건축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인데, 당시 추진위원회가 설립됐지만 이후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스카이데일리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여의도에 지어진 이른바 고층 신식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이하·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시범아파트는 지난 1971년 완공돼 올해로 지어진 지 46년여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 주민들은 물론 부동산 투자자들의 안타까움을 샀었다.
15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시범아파트는 13층, 24개동, 1790세대로 구성돼 있다. 60.9㎡(약 18평), 79.2㎡(약 24평), 118.1㎡(약 38평), 156.9㎡(약 48평) 등 4가지 평형대로 구분돼 있다.
시범아파트는 ‘튼튼한 아파트를 짓겠다’는 정부 정책에 의해 지어진 아파트답게 외관상으로는 전혀 손색이 없지만 내부는 상당히 노후화 돼 그동안 주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어왔다. 수도관이 부식 돼 물이 새는 일이 잦았고 과거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중앙난방 방식이라 난방비도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지난 2008년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 요구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일이 있다. 그러나 사업은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나머지 흐지부지 됐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주민 일부가 추진위 구성을 위해 주민동의를 받기 위해 다니면서 재건축 사업이 재추진되기 시작했다.
▲ ⓒ스카이데일리
이런 가운데 최근 시범아파트가 새로운 재건축 사업 방식인 ‘신탁방식’을 채택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돼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신탁재건축 정비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업무협약(MOU) 체결 대상 예비신탁사 사업제안 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국내 신탁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자산신탁이 사업 참여 의향서와 제안서를 제출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기 위한 최소 요건인 주민동의률 75%를 넘겼다. 지난 1월 20일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지 약 40일 만이다. 신탁회사가 재건축 단독 시행자로 지정되려면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시범아파트는 현재 정밀안전진단을 담당할 업체 선정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무리하겠다는 게 추진위의 계획이다. 이에 4월 중 사업시행자 지정과 안전진단을 마친 뒤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등 인허가 진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초과이익환수제란’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가구당 평균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금액분에 대해 최고 50%의 세율을 적용해 환수하는 제도다. 지난 2006년 9월 도입됐으며,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관광명소로 유명한 63빌딩과 한강공원을 마주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작년 3월부터 허용된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이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재건축 추진 시간을 대거 단축시킨다는 복안이다. ⓒ스카이데일리
국내 첫 현대식 고층 대단지 아파트, 사상 첫 신탁방식 재건축 속도·투명성 ‘두 마리 토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시범아파트의 신탁방식 재건축 추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주민들은 물론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일고 있다. 노후화 된 건물 대신 현대식 건물이 지어지고 여기에 종상향까지 추진되면 사업성도 어느 정도 담보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탁방식 재건축이 가진 최대 장점인 빠른 사업 추진을 기대하는 여론이 남다르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지난해 3월 관련 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시행으로 신탁사가 재건축사업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재건축 대상 지역의 토지 등 소유자들이 자체적인 모임인 조합을 만들어 그 조합을 중심으로 재건축을 진행해나가는 방식만 가능했었다.
이번에 처음 도입된 ‘신탁방식’은 재건축에 동의하는 토지 등 소유자의 권한을 양도 받은 신탁사가 재건축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두지휘해서 재건축을 추진해나가는 방식이다. 토지 소유주들은 별도의 조합 설립하지 않아도 된다.
신탁방식 재건축 추진의 장점으로는 빠른 사업 추진 속도와 투명함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여의도시범아파트의 재건축 신탁을 맡은 한국자산신탁 관계자 역시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할 경우 신탁사와의 신탁계약 체결부터 입주 시작까지 약 6년 7개월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탁사가 밝힌 6~7년 사이의 기간은 일반 조합 추진 방식에 비해 약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지구 단지 중 가장 빠르게 재건축이 진행된 개포주공2단지의 경우만 보더라도 거의 16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신탁방식은 그동안 조합방식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을 야기했던 투명·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조합장의 전횡, 정보 비공개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탁회사 측에서 재건축 추진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감 또한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의 주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주민들은 입을 모아 “신탁방식이 비교적 생소하다”고 말하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카이데일리
1차 목표는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전…“사업추진 속도 높여 올해 관리처분인가 신청”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신탁방식 채택은 조합원들과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 올해 안으로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게 되면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단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방식 채택을 통한 빠른 사업 추진으로 인해 수익성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시범아파트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아직까지 안전진단을 받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신탁회사 측에서 빠르게 드라이브를 건다면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사업 수익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호응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자산신탁 역시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무리 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신탁방식 추진 방식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빠른 추진 속도다”며 “이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단지에 시범아파트가 해당되지 않도록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며 “일정대로 일이 마무리된다면 12월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신탁방식 추진에 대한 토지 등 소유자 주민 동의율이 75%가 넘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들은 ‘신탁방식’에 대해 비교적 생소해 하면서도 나름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범아파트에 30년 넘게 거주 중이라는 이순이(80·여)씨는 “전국을 통틀어 우리 아파트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방식의 재건축이라고 하니 생소하다”며 “주민들이 다함께 뜻을 모아 추진하기로 결정했으니 사업이 잘 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아파트 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59·남)는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재건축이 늦춰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며 “그래도 주민들 대부분이 재건축 동의를 하고 있다고 하니 어찌됐든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주민들과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 부문에 있어 ‘수수료’ 부분에 대해 약간의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수수료가 비교적 높게 책정된다면 이 역시 비용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수수료를 책정 할 때는 수탁자 대상 호실 가격의 3.5%, 일반 분양 대상 호실 가격의 5.5%정도를 수수료로 책정할 예정이다”며 “하지만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사실상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에 거의 절반 이하로 수수료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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