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독일 명품 브랜드 MCM을 인수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던 성주그룹이 최근 몇 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부진이 시작된 시점이 오너인 김성주 회장의 정치 참여 행보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부진의 이유로 ‘오너 외도’를 꼽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일고 있다. 사진은 MCM 본사 ⓒ스카이데일리
국내 패션업계에서 재벌가 딸의 ‘자수성가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성주그룹의 최근 행보를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 2005년 패션업계 최초로 해외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며 승승장구 했지만 최근 들어 그 위상이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주그룹 부진의 이유로 오너의 외도가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됐다. 특유의 추진력과 결단력으로 성주그룹을 일군 김성주 회장은 지난 2012년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후 더욱 유명세를 탔지만 정작 기업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패션업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패션업계 자수성가 아이콘 재벌家 막내딸, MCM 앞세워 수천억 패션기업 일궈
27일 패션업계 등에 따르면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자수성가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그는 재벌총수인 고(故)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일찌감치 온실 속 화초가 되길 거부한 인물로 꼽혀 왔다. 김 회장이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아버지가 그냥 주시는 돈은 안 받겠다”며 아버지인 고 김 회장의 구두를 닦은 대가로 용돈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는 이미 업계에선 유명한 얘기다.
“여자가 결혼만 잘하면 되지 무슨 공부냐”는 아버지의 불호령을 무릅쓰고 끝내 해외 유학길에 올랐던 이력 또한 ‘특유의 도전정신’의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유학 시절 지인의 소개로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유명 백화점 블루밍데일에서 일했던 그는 1980년대 후반 귀국한 후 1990년 성주그룹의 모태인 성주인터내셔날을 세웠다.
김 회장은 성주인터내셔날 설립 후 GUCCI, Sonia Rikyel, YSL 등 해외 유명 명품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따냈다. 블루밍데일에서 갈고닦은 노하우에 김성주 회장 특유의 도전정신까지 더해진 성주그룹은 해가 갈수록 빠르게 성장했다.
설립 15년이 지난 2005년 성주그룹은 매출 600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해 성주그룹은 독일 명품 브랜드 MCM의 본사를 인수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패션기업이 해외 명품 브랜드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성주그룹이 최초였다.
MCM을 사들인 성주그룹은 더욱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실용적인 가격까지 더해진 MCM 제품에 많은 여성들이 열광했다. 이 과정에서 성주디앤디 중심으로 지배구조 전환을 꽤해 현재는 ‘김성주 회장→성주디앤디→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갖춰져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말 기준 성주디앤디의 지분 94.8%를 소유했다.
MCM의 선풍적인 인기 덕분에 성주그룹의 사세는 날로 커졌다. 앞서 600억원대에 불과했던 성주그룹의 매출액은 지난 2013년 말 기준 4500억원(성주디앤디 연결 매출액)까지 급증했다. 최초 MCM인수 당시에 비해 무려 7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그 이듬해인 2014년에는 매출 규모가 더욱 올라 59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성주그룹은 활동 무대도 한층 넓혔다. 지난 2006년 배를린에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2009년 뉴욕 플라자·삭스 핍스 애비뉴 등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그후 중국 상하이(2010년)·홍콩 엔터테인먼트 빌딩(2011년)등 아시아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오너 정치 외도 후 실적·이미지 내리막길…“최순실 사태 후 MCM도 비호감” 분분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그칠 줄 몰랐던 성주그룹의 성장세(연결실적)는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대전환을 맞았다. 매출액 규모는 늘었지만 실적지표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내리막길로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다.
금융감독원 및 성주그룹 등에 따르면 성주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성주디앤디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2년 601억원·454억원, 2013년 각각 824억원, 638억원 등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4년에는 772억원·477억원, 2015년에는 683억원·380억원 등 연거푸 하락세를 거듭했다.
이런 가운데 성주그룹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오너인 김 회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인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대본부작을 맡으며 같은 당의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김 회장이 적극 지지하던 박 전 대통령은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 회장은 2014년 10월 기업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올랐다. 김 회장은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임명되기 바로 직전 같은해 9월 자신의 입으로 “더 이상 정치 참여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김 회장을 둘러싼 ‘말 바꾸기 논란’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그 후로 대한적십자 총재직을 역임하던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뒤흔든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라는 악재에 휘말려 상당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최순실 주도의 비밀모임인 ‘팔(八)선녀’에 멤버라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의혹은 단순히 소문으로 그쳤지만 김 회장은 그동안 쌓은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김 회장은 또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불거져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의 파편을 맞고 있기도 하다. 그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고, 그후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올랐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 성주그룹은 지난 2005년 MCM 인수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사진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김 회장의 정치외도 이후 성주그룹과 대표 브랜드인 MCM에 대한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은 시장에서 더욱 확실하게 나타났다. 서울의 대표 상권인 중구 명동,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 위치한 MCM매장은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다.
매장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간혹 몇몇의 외국인이 잠시 들락거리는 정도였다. 국내 소비자들의 MCM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기까지했다. 명동에서 만난 김민경(21)·황채연(21)씨는 “MCM은 가격만 비싸지 별로 바뀐 게 없다”고 혹 평했다.
소비자 김소영 씨(38)는 “트렌드와 동떨어진 브랜드다”며 “앞으로도 MCM을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함께 있던 박은진(27) 씨는 “누가 요즘 MCM 차고 다니느냐”며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브랜드다”고 일축했다.
김 회장의 정치 외도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남경민(25) 씨는 “김성주 회장은 과거 여혐(여자 혐오)발언을 내뱉어 물의를 빚은 적 있는데, 그후로 MCM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며 “더욱이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성주그룹은 김 회장의 정치 외도가 실적 부진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내비쳤다. 성주그룹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성주그룹의 실적 하락이 김성주 회장의 정치 행보와 관련돼 있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며 “최근 경기침체로 명품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저조한 편인데, MCM 역시 그 중 하나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주수요층이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을 갖춘 이들인 만큼 불황이 오더라도 성장곡선이 완만해지지 MCM처럼 역성장을 보이진 않는다”며 “성주그룹의 부진은 오너가 본업(경영)이 아닌 외도(정치행보)에 신경 쓰면서 이미지 하락을 부추겼다는 해석 외에는 따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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