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범 팀장(금융부)
최근 주주총회 현장에서 주주권익 향상을 외치는 소액주주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기존 이사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경영진의 과실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해명 및 책임을 촉구하는 등 주주권익 제고를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소액주주들이 늘고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주요 신흥국가 가운데 한국은 기업의 지배구조 건전도나 투자자 보호 수준이 낮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IMF가 발표한 세계금융안전(GFS) 보고서에서 한국은 투자자보호와 소액주주보호, 기업감사기준 등 6개 항목에서 하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소액주주보호지수는 3.4점을 받아 집계 대상 20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6.1)과 말레이시아(5.3), 태국(4.9) 등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매 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가는 수년째 박스피(박스+코스피)에 머물러 있는 증시 역시 투자 매력을 절감시키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는 국내 증시 상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명됐다.
지난달 기준 국내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전망치는 9.4배다. PE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이 18배를 기록해 가장 높았고 일본과 영국 역시 14.5배를 기록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인도(17.1배), 대만(13.2배), 브라질(12.2배)보다 한국은 낮았다.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한국은 0.96배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PBR이 1미만이면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국내 자본시장 발전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 마저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지난 24일 열렸던 ‘슈퍼 주총’에 나온 CEO들은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주주친화 정책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현금배당 확대가 대표적이었다. 금융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리딩뱅크 탈환을 무던히 강조했던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배당성향을 꾸준히 25%로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KB금융은 주당 12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23.2% 수준으로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4979억원을 배당했다. 그런데 올해 KB금융 주주총회는 주주친화 정책의 결과로 보기에는 상식과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해 여론의 이목이 쏠렸다.
당시 KB금융은 소액주주 위임을 받고 온 시민단체 대표의 출입을 막아 한바탕 소란이 일었었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이미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의결권대리행사권유’를 밝힌 바 있다. KB금융 보통주 321주를 소유한 윤 대표는 이날 7만여주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고 윤 회장의 경영책임을 묻고 사퇴를 촉구하는 공개 질의를 할 예정이었다.
그가 윤 회장에게 제기하려 했던 의혹은 ▲지난 2003년 국민카드 합병과 관련해 1조6000억원의 분식회계로 중징계를 받고도 회장에 취임한 건 ▲취임 후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은 법인세와 이자 약 57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의 행방 건 ▲현대상선 고가 매입 건 등이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주총장에 입장조차 못했다. KB금융 직원들이 주총장 밖에서부터 윤 대표의 입장을 철저하게 통제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일렬로 나란히 서서 저마다 팔짱을 끼고 ‘인간 바리케이트’를 치는 모습을 보였다. “나 역시 소액주주인데 왜 못들어가게 하느냐”라고 묻는 윤 대표의 외침에도 KB금융 직원들은 팔짱을 낀 채 둘러싸기만 할 뿐 별다른 대꾸도 없었다.
윤 회장이 배당성향을 최대 30%까지 확대해 주주가치 극대화에 나서겠다고 발언한 그날, 그 장소에서 소액주주의 권리가 무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윤 회장의 당시 발언에 신뢰감이 무너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지난해 세계 GDP 순위 13위를 기록한 한국은 정작 투자 매력도면에서 신흥국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를 윤 회장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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