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자주 변화를 겪으면서 학부모 및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오는 5월 이른바 장미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주자들이 입시 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거센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또 바꾼답니까? 좀 제대로 알고서 바꾼다는 것인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대신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하는 한편 수능 자격고사화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 입시교육과 일반교육을 분리하는 5(초등)-5(중등)-2(진로탐색) 학제 개편도 간판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대선 주자들의 입시 공약을 언급하자 대뜸 반감을 드러냈다. 후보들은 저마다 입시 제도를 혁신하겠다고 외쳐댔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은 원색적으로 표현하면 ‘이를 바드득 가는 수준’의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길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짧게는 정부정책이 바뀔때마 변하거나 달라졌다. 최근 3년 동안만 해도 해마다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2017학년도 수능에선 수준별 AB형 수능이 1년만에 폐지됐고, 2018학년도 입시에서는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변해 국영수라는 축이 무너진다. 내년에는 문이과 통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중·고생 자녀를 둔 박현주씨는 “입시 제도가 계속 바뀌다 보니 교육 당국에 대한 불신만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부모들은 대입이 바뀔 때마다 입시 설명회를 찾아다녀야 하는데, 후보들은 너무 쉽게 제도 변화를 얘기한다”며 “사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안 해본 방법이 어디 있나”고 되물었다.
문재인 후보 공약 오락가락 자기 모순…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황당하다” 비판론
오는 5월 치러질 ‘장미 대선’을 앞두고 대선 공약은 예전처럼 사교육비 감소 및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에 가깝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무슨 수를 써도 백약이 무효인 공약(空約)에 그칠 게 뻔한데 후보 캠프 측만 자신만만하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 입시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고 자사고 등 특목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것”이라며 “대입은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 등 크게 3가지 축으로 수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공약 발표 후 상당수 외고 및 자사고 학부모들은 지지 철회 의사를 내비췄고 교사들은 “수시 축소란 정시 확대를 뜻하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장 황당한 공약’이라고 질타했다. 수능 확대는 문 캠프 측이 내세운 고교 정상화에 역행하는 퇴행적 정책이라며 비난했다.
그러자 문 캠프의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수시만 줄일 뿐 수능 선발을 늘리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시, 수시 말고 또 다른 전형이 있었나. 수시를 줄이면 정시가 늘어야 하는 게 상식인데 도대체 무슨 말장난인지 모르겠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잠을 줄이되 깨어있는 시간이 늘지 않도록 하겠다” 등의 패러디도 빗발쳤다.
반면 안희정 후보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부담을 주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학종)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수능 위주 객관적 평가 선발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각각 학종 축소, 수능 확대 등 상대적으로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 대선주자들의 공약은 대체로 예전처럼 사교육비 감소 및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고, 자사고 등을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해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 등 크게 3가지 축으로 수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스카이데일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대신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하는 한편 수능 자격고사화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 입시교육과 일반교육을 분리하는 5(초등)-5(중등)-2(진로탐색) 학제 개편도 간판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강남 학부모들은 “또 학생들 마루타 예약”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강남에선 정시 선발을 늘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도 정시 선발 확대 목소리가 더 많았다.
서울대 입학처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수시 선발을 줄이면 강남 등 교육특구 학생이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며 “출발점이 다른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학생부전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997년 도입된 수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정시 선발 인원을 넘어섰고 2017학년도에는 69.9%까지 치솟았다. 2018학년도엔 73%가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상위권 대학에선 수시 입학사정관제의 일종인 학종이 대세다.
하지만 정유라 사태 등으로 인해 학종은 ‘학생배경 전형’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신뢰가 떨어졌다. 학종은 교과 성적뿐 아니라 비교과 활동, 체험 및 독서 활동 등을 두루 평가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단 한번의 시험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정시만이 아니라 수시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더불어 비교과나 면접 사교육까지 추가해야 했다. 고소득층에 유리해 ‘현대판 음서제’ 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이런 이유로 대선 주자들은 ‘수시비중의 축소’를 주창했지만 정시 확대 또한 시대 흐름과 맞지 않아 어정쩡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정답이 있는 5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인 정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어울리지 않고, 공교육 대신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EBS 연계율을 높여 도시와 지방 간의 간극을 메우려했지만 많은 문제점을 양산했다.
사교육비 감소-공교육 정상화 한목소리… 하지만 정시, 수시 사이에서 자기모순 빠져

▲ 학부모들은 대선주자들의 교육공약을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에 가깝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사교육비 문제는 대학의 서열이 존재하는 한 지속될 사안으로 정시·수시 등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았다. ⓒ스카이데일리
대입 제도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학생 및 학부모들은 대선주자들의 교육 공약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조은수(18) 학생은 “앞으로 바뀔 것도 혼란스러운데 또 다시 바꾼다니 어떻게 해야할 지 종잡을 수가 없다”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또 “어머니도 정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입시 설명회를 찾아 다니지만 어찌해야할지 난감해 하신다”고 덧붙였다.
윤예원(18) 학생 역시 “사교육비 문제는 대학의 서열이 존재하는 한 지속될 사안으로 정시·수시 등의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들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사교육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교생 자녀를 둔 손정민(47·여)씨는 “정치인들은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너무 모르고 얘기한다”며 “설령 교육제도를 야심차게 바꾼다고 해도 대학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즉 대학들 또한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입시 전형을 자기 입맛에 맞게 변형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 돼서 수시, 정시 중 어느 쪽의 비중을 높이든지 학원비로 지출되는 돈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대학이 수시 전형을 늘리면 저소득층은 좇아가기가 더욱 힘들 뿐”이라고 전망했다.
손 씨의 자녀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과학탐구 단과 수업을 받고 있다. 이과 학생으로 상위권 대학의 수시 전형을 준비하고 있다. 수시 모집이라도 수능 최저등급을 통과해야 하기에 시험 준비에도 전력투구해야 한다.
수험생 중에 수시 한쪽만 노리는 학생은 매우 드물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모르기에 내신· 수능 양쪽 모두 대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대학 측에서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학생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립 서비스에 불과한 얘기로 소화한다.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더라도 대학 서열이 있는 한 입시는 상대 평가이기에 ‘고통총량 불변의 법칙’은 늘 적용돼왔다는 지적이다.
박현숙(가명) 씨도 대선 주자들의 교육 공약에 대해 “입시 제도를 너무 쉽게 본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번에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고 이과에서도 사탐까지 해야 되지 않느냐”면서 “몇년 간 바뀐 게 도대체 몇 가지인지도 헤아리기 힘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학부모들 상당수는 입시 제도만 쥐락펴락해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일부 부모들은 사회 및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