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진 기자(정치사회부)
한 수험생이 종료 벨이 울린 뒤 답안지를 작성하다 응시무효처리가 된 것이다. 수험생은 울며불며 시험감독에 사정했다. 아니 매달렸다. 하지만 시험감독도 어쩔 수 없었다. 해당 고사장 시험감독을 맡은 이는 현업 공무원이었다.
그도 이들과 같은 수험생 시절을 거쳤다. 그만큼 누구보다 그 순간 해당 수험생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을 숨긴 채 답안지를 수거해야만 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공무원 수험생들은 절박하다. 앞서 소개된 무효처리가 된 수험생의 눈물이 이를 대변한다. 공무원시험을 이틀 앞두고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시족’(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강의실 앞자리에 앉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은 이제 일상이 돼 버린 이들. 이들 중 누군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홀로 밥을 먹는 ‘혼밥’도 이들에겐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짧은 시간 내 음식을 목구멍으로 집어넣고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엉덩이를 떼야 했다. 그 짧은 식사시간에도 손에는 책이 들려있었다.
벌써 수년째 이 시험 하나에만 올인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서른 안팎의 나이가 되도록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 공부를 이어가는 이들에게 인간관계는 사치였다. ‘이번만큼은’이란 심정은 그들을 죄여오는 불안요인이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공시족 인구는 25만7000명에 달한다.
왜 공무원에 매달려야 하는 것일까. 수험생들을 가르친다는 한 강사는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사기업의 대우가 좋지 못하기 때문”이라 그 배경을 설명했다.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인 셈이었다. 단순히 창업·취업활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일부 기성세대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 셈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공시광풍’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17조1429억원이라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명목GDP 대비 1.1%규모다. 보고서는 이 같은 손실의 배경으로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고용창출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올바른 원인파악에 있다. 분명 공시족 양산은 사회적문제다. 그리고 우린 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단순한 공무원 채용확대는 답이 아닐 것이다. 불안정한 현대사회의 단면에 맞서 우리가 힘을 모을 때다.
질 좋은 고용이 선제돼야 한다. 손쉬운 창업도 대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차기 정부와 우리가 고민하고 또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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