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범 팀장(금융부)
이는 금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계 부채’가 한국 경제 뇌관이라 불릴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역시 빼놓지 않았다. 대선주자들 모두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제시한 공약만 살펴보면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공약대로 추진한다고 해도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공약은 말 그대로 임기 내에 달성할 것을 국민과 약속한 것인데, 대선주자들이 내건 공약대로 가계부채를 잡으려다 오히려 서민금융이 피폐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1344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공약에서 가계부채 해소가 가장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가계부채 해소 공약은 실효성면에서 의문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규제 일변도 공약을 내걸고 있다. 최근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왔던 ‘대출 조이기’ 등 규제정책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 배경으로 지목된다.
문 후보는 가계부채 총량규제와 빚 탕감 등을, 안 후보는 기존 부동산 대출규제였던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먼저 문 후보의 가계부채 총량규제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또 빚 갚을 능력이 없는 203만여명에 대해 22조6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탕감해주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안 후보의 ‘LTV 및 DTI 관리 강화’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 50%였던 LTV와 DTI가 박근혜 정부 들어 각각 70%, 60%로 완화된 것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사실상 방법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내놓은 금융공약이 모두 규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은 비슷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인 서민층 대출 환경이 악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가 시행한 여신가이드 라인은 1금융권에서 밀려난 저소득·저신용 한계가구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를 초래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은 저금리 및 대출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17년만에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대선주자들의 규제 일변도 금융공약이 서민들을 대출절벽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조건적인 총량규제가 시행되면 2금융권에서 밀려난 이들 중 상당수가 살인적인 금리를 책정하는 사채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선 규제만이 이뤄진다면 능사가 아닌 셈이다. 소득과 부채, 채무유형, 대출특성, 자활의지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서민금융은 없고 귀족금융만 있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대선주자들은 다시 한번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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