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둘러싸고 일자리 질 향상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새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란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으로 지난 2010년 4110원에 이어 매년 10% 이내의 폭으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년 15~16% 가량 큰 폭으로 임금이 인상돼야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 영세 상인들이 위축되고 이는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진다고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등록사업자 규모는 479만개로 이 중 248.2만개(51.6%)가 매출 46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시내 주요 상권들을 찾아 직접 영세 상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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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으로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을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피맛골’(사진 위쪽) 및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 ⓒ스카이데일리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최저임금 1만원’을 둘러싼 여론의 반응이 분분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저임금을 1만원 올려 기본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고용인과 피고용인, 양쪽으로부터 모두 외면 받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22일 정치권 및 전문가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일자리 대통령’을 자청한 문재인 당시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당초 공약대로 일자리 질 향상을 목표로 내세웠다. 우선적으로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및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막상 공약 실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우려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켜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고용인 중에는 영세 상인들도 상당수 존재해 이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매년 15~16% 인상 예상…일자리축소 및 물가상승 등 경제악순환 ‘우려’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취지는 노동자들의 기본 소득 보장 및 일자리 질 향상 등이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정책 수혜자인 피고용자(노동자)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인건비 상승은 결국 고용 축소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최저시급 인상은 결국 피고용인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 소재 물류창고에서 근무 중인 김선형(가명·35·남) 씨는 “최저시급이 오르면 월급은 오르겠지만 회사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신규 직원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인원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회사뿐 만 아니라 다른 회사도 아마 같은 조치를 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구업계 종사하는 최진우(32·남) 씨는 “최저시급 인상으로 연봉은 오르겠지만, 아무래도 기업들도 제품 가격을 올릴 것 아니겠냐”며 “결국 가격이 오른 제품을 내가 구매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최저시급 인상 전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최저시급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아르바이트생을 직접 고용하는 영세상인들 사이에서 더욱 높게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상당수의 영세 상인들이 생계유지 곤란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인건비 부담을 면하기 위해 직원을 줄이거나 제품 단가를 올리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시내 주요 상권 취재를 통해 만난 대다수의 영세 상인들은 생계유지 곤란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었다. 최근 장기 불황으로 어려운 경기에 최저임금까지 대폭 인상되면 영세 상인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빚더미에 내몰릴 수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문을 닫은 상가들 ⓒ스카이데일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성철(가명·42·남) 씨는 “현재 아르바이트생 3명을 고용해 같이 일하고 있는데, 다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하는 학생들이라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고 가게를 유지해야 그나마 이들에게 최저시급이라도 챙겨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급을 올려줄 수 없는 처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인근 카페들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음료 가격을 올리기 부담스러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게 되면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종각역 인근의 한 중화요리전문점 사장 허만엽(47·남) 씨는 “예전에 배달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했었는데, 당시 최저임금 6000원 정도로 아르바이트생 1명 당 월 50~60만원의 급여를 챙겨줬다”며 “그들에게는 적은 돈이겠지만 개인사업자로서 매 월 100만원이 넘는 고정비를 지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 후 경기가 계속 악화되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1명으로 줄여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며 “만약 최저시급이 오른다면 요리, 배달 등을 혼자서 도맡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심성희(가명·61·여) 씨는 “현재 6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며 “식당 종업원들의 월급을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이들에게 100만원의 급여를 준다면 매달 600만원의 돈이 인건비로 빠져나가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현재 매출로는 이들의 급여를 충당하기 힘들어 종업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자료: 통계청 ⓒ스카이데일리
프랜차이즈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미정(38·여) 씨는 “요즘 경기가 어려워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편이다”면서 “분식점 인근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대에 찾아오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늘면 종업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종업원들도 다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는데, 업주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종업원들을 해고하면 결국은 가계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근로자 보다 못 버는 영세상인 수두룩…“영세상인도 국민이다” 반발 무성
주목되는 사실은 국내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일반 근로자에 비해 적은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최저시급 1만원 인상 결정은 고용주에 대한 역차별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의 ‘자영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등록사업자 규모는 479만개에 달했다. 소득 구간별 등록사업자 규모는 △1200만원 미만 101만8000개(21.2%) △1200만원~4600만원 146만4000개(30.6%) △4600만원~8800만원 67만9000개(14.6%) △8800만원~1억5000만원 51만9000개(10.8%) △1억5000만원~3억원 47만3000개(9.9%) △3억원~5억원 24만8000개(5.2%) △5억원~10억원 22만3000개(4.6%) △10억원 이상 14만7000개(3.1%) 등이었다.
연 4600만원 이하, 12개월로 나누면 월 383만원도 못 버는 사업자가 전체 479만개 중 248.2만개(51.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매출액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로 가져가는 돈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절반 혹은 그 이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면 2015년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은 273만원으로 세금을 제하더라도 200만원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아직까지 통계 수치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역시 2015년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지난 2010년 이후 꾸준히 올랐다. 특히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상승률 보다 더욱 많이 올라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통계청 ⓒ스카이데일리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10년 4110원 △2011년 4320원 △2012년 4580원 △2013년 4860원 △2014년 5210원 △2015년 5580원 △2016년 6030원 등에 이어 올해 6470원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 2010년 2.8%의 인상률을 보인 데 이어 최근 3~4년간 약 7% 가량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대로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향후 매년 15~16% 가량 꾸준히 올라야 가능하다.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각종 단체에서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미흡하고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우려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15~16% 가량 급격하게 임금을 인상해야 된다”며 “이렇게 인건비가 오르면 영세 상인들은 직원을 감원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세 상인들이 감원을 하게 되면 일자리 감소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빚더미에 내몰려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이다”며 “무작정 최저임금만 올릴 게 아니라 이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임금 불평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실제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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