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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닥민심<5>]-국내 연구개발(R&D) 투자위축 논란
좌클릭 전가의 보도 재벌개혁에 한국 땅 떠난다
오너십 칼질 분위기에 짐 챙기는 총수들…돈 보따리 들고나가 외국서 투자
김성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5-01 00:07:44
오는 9일 치러지는 ‘장미대선’에 출마한 각 후보들을 비롯해 정치권의 최근 화두는 단연 재벌개혁이다. 사상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태를 낳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민들의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자 정치권에서 앞다퉈 대기업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재벌 때리기에 대기업들의 큰 손 투자라고 할 R&D산업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기업들은 물론 업계 종사자들 및 관련 전문가들은 모두 재벌개혁 기조로 인한 R&D산업 위축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편성된 400조5000억원의 정부 예산 중 R&D 예산 규모는 19조3000억원에 불과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R&D산업의 위축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대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가 조성돼 있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일대와 판교 일대를 찾아 재벌개혁으로 인한 R&D산업 위축을 우려하는 이들의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

 ▲ 최근 정치권에서 ‘재벌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R&D 부문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국가 R&D 경쟁력 확보에 있어 대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만약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R&D부문 투자 역시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주요 대기업들의 본사 ⓒ스카이데일리
 
“R&D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해야 할 분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크다. 그나마 주요 대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가 없더라고 자신들의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쏟아 붓는다. 최근 중국 등 해외 다른 여러 나라들이 지속적인 R&D산업 투자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없어지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본다”
 
한 대기업의 연구개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진원(가명·34·남) 씨는 국내 R&D산업의 현재 실태와 향후 전망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재벌개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대기업 규제의 날을 세우자 국가 R&D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을 통해 보수와 진보 모두 재벌기업에 대한 좌클릭 공약들이 넘치면서 재벌개혁은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되고 있다. 이에 오너십 칼질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도 좋지만 오너만을 바라보고 투자가 결정되는 한국 기업들의 관행을 하루아침에 개혁하는 것은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 땅 떠나겠다” “국내에서 굳이 많은 투자를 할 이유가 있나” “미래투자 환경을 죽인다” 등의 여론이 형성되면서 오너들이 돈 보따리 짐을 챙기고 해외로 나가려는 분위기가 엿보이고 있다.
 
관련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 등에 따르면 R&D산업은 ‘미래로 가는 창’으로 표현된다. 나라의 10년, 나아가 20~30년 후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R&D산업은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닌 먼 미래의 이익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인내력과 끈기 등이 요구된다. 비용적인 측면에도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R&D산업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이고 아울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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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 기업 전체 R&D 부문 투자액 49조8545억원 중 상위 20개 대기업이 투자한 금액은 총 28조4444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 R&D 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 및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재벌개혁이 국내 R&D 산업의 위축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사진은 주요 대기업들의 R&D센터가 다수 위치한 판교테크노벨리 일대 전경 ⓒ스카이데일리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중심으로 R&D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중견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R&D산업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벌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불거져 나오면서 R&D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R&D의 특성상 총수의 결단과 강력한 의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으로 총수의 영향력이 축소되면 R&D산업 투자는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업계의 여론이다.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 필요…대기업 중심 육성 촉구”
 
 ▲ 자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스카이데일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2016년 산업기술주요통계열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연구개발비 상위 20개 대기업이 R&D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총 28조4444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기업 전체 R&D부문 투자액인 49조8545억원의 57.1%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국내 R&D부문 투자에 있어 대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주장을 방증하는 수치다. R&D산업 일선에서 활동 중인 대부분의 연구원들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가 R&D연구개발센터가 다수 모여 있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성남시 분당구 판교 등을 찾아 직접 만난 R&D산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실정 상 대기업 중심의 R&D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고 입을 모았다.
 
우면동 인근에서 만난 홍석재(33·남) 씨는 “우면동 일대에 대기업들의 연구개발단지가 조성된 것에서 나타나듯 현재 국내 R&D산업은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대기업들이 R&D에 손을 떼게 되면 국가 경제가 크게 흔들릴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성공했다는 김경호(27·남) 씨는 “전기전자학과를 전공하며 대학 시절부터 대기업 연구개발직을 꿈꿔왔다”며 “대기업이 확실히 연구비 등의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뤄져 프로젝트 등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말혔다.
 
이어 그는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연구개발직은 유망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진로를 R&D 분야로 희망하고 있는 만큼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려면 아무래도 대기업의 R&D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 이영지(가명·30·여) 씨는 “삼성 갤럭시 휴대폰이 세계 시장에서 아이폰과 대등하게 힘을 겨룰 수 있었던 이유는 오너의 강력한 결단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연구개발에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며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나쁘게 볼 것이 아니라 이처럼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힘쓰는 점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스카이데일리는 R&D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가 모여 있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일대와 판교 일대를 찾았다. 대부분의 R&D산업 분야 종사자들은 R&D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 보다는 전폭적 지원을 단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일대 R&D센터 ⓒ스카이데일리

신준헌(36·남) 씨는 “R&D산업은 연구비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산업이다”며 “엘지·삼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 덕분에 그나마 글로벌 기업들과 겨룰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을 규제한다고 해서 좋아질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판교에서 만난 김진수(가명·33·남) 씨는 “R&D산업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산업이다”며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쏠려 있다고 해서 대기업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기업의 R&D산업을 독려해 중소기업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박선주(28·여) 씨는 “R&D산업이 대기업 위주로 치우쳐져 있다 보니 이 쪽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취업의 문도 좁은 편이다”며 “규제가 아닌 지원으로 대기업들의 R&D산업 투자를 장려하면 산업 성장뿐 아니라 채용도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씨는 또 “중소기업은 사실상 열악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주저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요즘 사회의 각종 불안요소들로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채용 규모를 줄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사회의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체 예산의 5% 불과한 정부 R&D투자…전문가들 “재벌 때리기 멈춰야”
 
많은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R&D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 수준은 미비한 편이다. 정부 예산 대비 R&D 예산 비중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최근 5년 그 수치는 △2012년 5% △2013년 5% △2014년 4.9% △2015년 4.9% 등이었다.
 
 ▲ 자료: 기획재정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체 연구개발비 중 정부 재원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 10%p 가량 뒤쳐진 상태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 재원 비중은 지난 2014년 24%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EU는 35.5%, 미국은 34.6%, 캐나다는 48.6% 등을 각각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R&D투자 금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 절대 액수로는 세계 6위 등의 규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의 미비한 지원 속에서도 그나마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부 및 정치권에서 대기업들의 R&D투자를 지원하기는커녕 ‘재벌개혁’을 통해 대기업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어 업계 종사자들을 비롯해 전문가들의 시름을 날로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박사는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재벌개혁은 기업의 지배구조 변경,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지배주주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개혁이다”며 “이러한 개혁이 이뤄지면 소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져 기업들은 R&D등 중장기적 이익보다는 단기적인 이익만을 쫓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이어 “물론 R&D산업 자체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R&D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되는 산업이다”며 “때문에 재벌개혁을 통해 지배주주들의 권위가 떨어지면 이러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장려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게끔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를 통해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 일자리 창출 등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드러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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