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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닥민심<1>]-청년층 일자리 급감 논란
어줍잖은 재벌개혁 열풍, 청년들만 희생양 전락
살얼음 대기업들 대거 취업문 닫았다…취준생 “누굴 위한 개혁이냐” 분분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4-25 00:07:26
사상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태를 촉발한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들 사이에 반(反)기업 정서까지 확산시켰다. 최순실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재단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경유착’의 폐단이 드러났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2월에는 재벌총수 9명이 한꺼번에 국회 청문회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까지 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국민 여론은 전경련 해체론까지 불거지게 했다. 국내 5대 경제단체중 하나인 전경련은 한국기업연합회(이하·한기련)로 간판을 바꿔달기에 이르렀다. 앞서 전경련은 기업들이 최순실 재단에 돈을 내도록 모금책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삼성, 현대차 등 주요 회원사들이 탈퇴를 결정하면서 한기련은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은 또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했다. 이는 사실상 각 계열사 별 자율경영 체제로 간다는 의미로 비춰져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여론의 반응에 민감한 정치권 역시 반기업 정서를 놓치지 않았다. 진보 성향의 인사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반기업 정책들을 대거 쏟아냈다. 아울러 5월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진보성향의 대선 후보들이 재벌개혁을 화두로 제시했다. 하지만 오히려 기업들 사이에서는 반기업 정서가 ‘재벌개혁’으로 탈바꿈한 데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상당했다. 보수 또는 중도성향의 국민들도 더불어 우려감을 보였다. 취업시장 침체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취업을 앞두고 있거나 이직을 준비 중인 젊은층들의 걱정스러운 여론도 형성돼 주목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한 재벌개혁의 실효성과 더불어 취업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최근 청년들의 고용절벽이 더욱 높아지면서 취업시장 불황이 심화되고 있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재벌기업에 대한 섣부른 개혁론 때문에 청년층의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연세대학교 앞 전경 ⓒ스카이데일리

“바늘구멍 보다 좁은 취업의 문, 정치인들이 아예 막아버릴 생각 인가요”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심화되면서 취업시장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특히 내달 9일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재벌기업에 대한 개혁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 같은 여론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취업컨설팅 전문가들과 대기업 인사담당자 등에 따르면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나아가 그룹해체까지 이뤄지게 되면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취업을 앞두고 있거나 이직을 준비 중인 젊은층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오로지 인기만을 생각한 선심성 공약에 젊은 사람들의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며 “적어도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기업 정책을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늘구멍 보다 좁은 취업의 문, 채용시장 큰 손 대기업마저 채용 줄이면 진짜 큰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17년 상반기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에 따르면 응답기업 200곳 중 18곳(9%)이 신입사원 채용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17곳(13.5%)은 지난해보다 신규채용을 줄이기로 했다. 이처럼 채용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인다는 기업 비중은 2015년(11.6%)과 지난해(11.5%) 등에 비해 약 2배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취업준비생(이하·취준생)들의 근심걱정이 날로 깊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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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대학가, 학원가 등에서 만난 취준생들은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이 앞으로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우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특히 취업 준비생 중 상당수는 대기업들의 채용 축소 움직임에 대해 상당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 대학가 및 학원가 등에서 만난 취업준비생들은 대기업들의 채용 축소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취업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보다 좋은 어학성적을 내고자 학원수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진은 강남역 일대 토익학원에서 공부하는 청년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신촌 Y어학원 로비에서 만난 오지영(23·여·가명)씨는 “항공운항과에 재학 중이지만 채용문이 좁아지면서 이제는 아예 전공을 살릴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 씨는 “처음에는 대형항공사, 그 다음에는 저비용 항공사, 그 다음에는 외국항공사 취업을 준비했다”며 “하지만 채용규모와 횟수가 모두 줄어들다보니 결국 전공과 관련 없는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대학 3학년 재학 중인 박기은(25·남)씨는 “대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 수준의 월급이나 복지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취업시장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대기업이 채용 규모를 줄이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답했다.
 
좁아진 취업의 문은 결국 다수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일명 ‘공시족’을 낳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무원 임용경쟁률이 46.5대 1(국가직 9급)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반 기업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공무원 임용 경쟁률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시족들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정현(27·남·가명) 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 중에는 기업체 취업을 준비하다가 높은 경쟁률 때문에 포기한 이들이 다수 있다”며 “최근 기업체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공무원 임용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데, 만약 지금 보다 취업이 어려워진다면 대한민국은 ‘공무원 공화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1년 반 정도 수험생활을 한 김태준(26)씨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대기업 채용문이 좋아지면 그만큼 고스펙자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니 경쟁률이 더 높아지지 않겠냐”며 “아직까지는 공무원시험이 가장 공평한 시험이라 생각하지만 이마저도 무너지게 될까 걱정이다”고 강조했다.
 
“대안 없는 ‘재벌때리기’ 결국 애꿎은 서민·젊은층 피해…누굴 위한 개혁인가”
 
 ▲ 높아진 취업문턱은 취업준비생들을 공무원 시험으로 눈길을 돌리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수험생이 늘어난 결과, 지난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은 46.5대 1을 기록하는 등 날로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노량진 학원가 일대 전경 ⓒ스카이데일리

현재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대내외 각종 악재가 꼽히고 있다. 특히 채용 시장의 큰 손인 대기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정세가 채용 확대를 가로 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치권까지 합세해 재벌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점은 사태를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혔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은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를 분명해야 한다”며 “계열사 거래 제한, 총수사면제한, 지주회사 요건강화 등 여러 가지 규제가 많아지면 결국 기업들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아무것도 못한다는 의미에는 채용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반기업 정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과거에도 있긴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가 벌어진 최근에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전 국민을 간접 피해자로 만드는 위험한 현상이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자체가 위험한 생각이다”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 중 상당수가 대기업 납품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대기업이 각종 규제로 어려워지면 중소기업 경영 악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기업의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규제보다도 앞으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불확실성이다”며 “좋은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기관차와 같은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은 채용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대기업들의 채용확대를 가로막는 ‘재벌때리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경우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후 그룹채용을 폐지하고 각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하면서 취업문이 대폭 좁아졌다. 사진은 국내 주요 대기업 본사 ⓒ스카이데일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로 삼성그룹 사태가 꼽히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콘트롤타워 부재 현상을 겪고 있다.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이 자리를 비웠고,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삼성그룹의 위기는 결국 채용 축소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룹채용을 폐지하고 각 계열사에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6일 마지막 그룹 공채 시험을 실시했다. 그룹채용이 폐지되면 사실상 삼성그룹 채용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상적으로 그룹채용을 시도하게 되면 넉넉한 인원을 뽑아 각 계열사로 보내지만 각 계열사에서 따로 채용을 실시하면 필요한 인원 외에는 추가로 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상은 벌써부터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채용 홈페이지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카드·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건설부문)은 대졸 신입직을 채용하지 않는다. 또 호텔신라, 삼성SDI, 에스원, 삼성물산(리조트부문), 삼성증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하계인턴을 뽑지 않는다.
 
다른 대기업들 역시 올해 들어 채용인원을 점차 줄이고 있다. 특히 건설부문은 상황이 심각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등은 상반기 채용 없이 하반기에 채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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