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총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360조원에 달했다. 높은 가계부채는 소비 부진, 내수 불황, 경기 회복세 지연 등 경제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국가적 이슈로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일제히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대부분은 ‘대출규제’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대출규제 움직임에 많은 국민들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특히 생계형 대출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우려는 남달랐다. 무조건 대출을 막아버리면 결국 생계를 위해서라도 사채 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민들을 위한 대출규제가 서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도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게 되면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 더 큰 뇌관으로 작용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스카이데일리가 정치권의 가계대출 규제 움직임에 대한 국민 여론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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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이 보이자 가뜩이나 높은 제1금융권 대출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대출 문턱이 높아지게 되면 불법 사금융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창구 전경 ⓒ스카이데일리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이 가속화 되는데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일고 있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줄이고 서민생활 안정을 꾀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오히려 서민들의 고충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1·2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높이게 되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자영업자들 대부분은 “장사를 하다보면 급전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은행대출을 받을 때가 많은데 대출 문턱이 높아지게 되면 결국 사금융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서초동의 한 음식점 사장은 “한 번 사채를 쓰게 되면 신용등급이 계속 떨어져 결국은 사채의 구렁텅이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은 가계파탄 이라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 문턱 높이는 것이 능사 아니다…대출수요 줄이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344조원에 달했다. 지난 1분기(금융감독원 속보치 기준)에는 136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부채 문제가 대한민국 경제의 ‘뇌관’이 된지 오래지만 이젠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및 정치권 등은 이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치 못하고 있다. 내달 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대선후보들 역시 다양한 가계부채 대책들을 공약으로 내놨다. 그런데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출규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감축을 위해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강화 정책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소비자들이 상호금융, 저축은행, 보험 등 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1·2금융권을 싸잡아 대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의 대출규제 움직임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높다. 대출을 규제하면 가계부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국민 대다수는 자칫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자영업자들 중 상당수는 금융권의 ‘서민 대출 옥죄기’에 많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제도권 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이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식당 내부 ⓒ스카이데일리
특히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불안감에 확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최근 확산되는 금융권의 ‘서민 대출 옥죄기’ 행보에 상당한 우려감을 표출했다.
개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화자(47·여) 씨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프랜차이즈 빵집 때문에 장사가 계속 어려워져 다른 업종을 찾아 보려고 시중은행에 찾아갔지만 대출을 거절 당했다”며 “이후 미소금융을 통해 겨우 500만원을 대출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매 월 연명하기가 급급한 상황이었데 혹시 장사가 안 되는 달이면 대출 없이는 생활비 감당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 대출을 조이면 장사하는 사람들은 죽으란 소리나 다름 없다”고 한숨지었다.
프랜차이즈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호(41·남) 씨는 “3년 전에 사정상 회사를 그만두고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가맹비용, 인테리어비용 등 이미 사업을 시작할 때 창업비용으로 꽤 많은 빚을 졌다”고 말했다.
그는 “2층이라는 입지환경 탓에 매출 상황이 좋지 않아 최근에 임대료마저 내기 빠듯한 상황이 몇 번 있었다”며 “계속 장사를 하려면 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1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아 결국에는 지인을 통해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촌에서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희선(56·여) 씨는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려는 정치권을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오 씨는 “대출 문턱을 높인다고 해서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서민들을 위한다면 무분별하게 대출을 규제할 게 아니라 우선 대출수요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그는 “당장 생계 때문에 대출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이 수두룩한데 1·2금융권에서 모두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결국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죄다 사채나 쓰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석중(33·남) 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급전이 필요하거나 생계가 막막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다”며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1·2금융권이 안되면 대출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고리채 또는 불법 사금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무분별한 대출규제, 결국 더 큰 경제 뇌관 키우는 상황 자초”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규모 급증의 심각성이 큰 이유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및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서민경제 파탄을 불러올 만한 심각한 사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게 한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 가계부실이 증가하게 되고, 나아가 다수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수순이다.
전문가들은 “1·2금융권에서 대출공급을 줄여도 대출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결국 불법 사금융 시장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며 “무분별한 대출규제 보다는 대출수요를 줄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1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2금융권의 증가세는 가팔랐다. 1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9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반면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3000억원 늘었다.
▲ 전문가들은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1·2금융권의 대출수요가 불법 사채시장으로 대거 몰릴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총장은 “대출문턱이 높아질수록 제도권 내에서 구제받을 방법을 잃는 서민들이 늘어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불법 대부업체 홍보물 ⓒ스카이데일리
설상가상 지난달부터 시행된 상호금융 여신심사가이드라인 및 2금융권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인해 2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1·2금융권의 대출수요가 불법 사채시장으로 대거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상훈 저축은행중앙회 공보팀장은 “현재 저축은행 쪽도 가계대출 성장 폭을 연 5.4%로 제한하는 ‘대출총량’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취약 차주들이 1금융에 이어 2금융권에서도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1금융과 2금융권 모두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면 서민들은 대출을 받을 길이 막혀 대부업이나 사금융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총장도 1·2금융권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감을 표했다. 그는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수요층들이 대부업쪽으로 몰려오겠지만 대부업계도 지난해 최고 이자율이 27.9%로 인하된 이후 공급을 15% 정도로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장은 “풍선효과로 대출수요가 대부업계에 몰려든다고 해도 소화해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며 “결국 대부업권에서도 대출이 막히면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나 7~10등급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쏠리게 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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