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LH)는 과거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의 합병으로 새롭게 태어난 공기업이다. 앞서 LH를 구성하는 한 축인 대한주택공사는 정부가 건설업자들의 폭리를 막고 양질의 값싼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하에 설립된 공기업이다. 또 다른 축인 한국토지공사는 과거 주택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정부가 택지지구 개발을 목적으로 출범시킨 한국토지개발공사가 그 전신이다. 공익적 성격이 짙은 ‘주택공급’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두 기업을 뿌리로 둔 LH는 그들의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따라서 지금의 LH는 여전히 공익적 성격이 짙은 ‘서민주택공급’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덕분에 LH는 국민들의 주거 안정이 목적인 각종 주택정책을 실행하는 ‘첨병’ 역할을 맡아왔다. LH가 실시하는 거의 모든 사업의 수혜자는 ‘서민’이 대부분이었다.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각 후보들 역시 서민들에 대한 주택공급과 관련된 정책에 있어서는 ‘LH를 통해서’라는 말을 교과서처럼 내뱉고 있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주택정책 부문에서 LH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LH가 ‘본분을 망각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서민들의 고혈을 짜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갖고 서민을 울리는 모순된 태도로 ‘양의 탈을 썼다’ ‘국민재산을 약탈하고 강탈한다’ 등의 원색적인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LH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게 일고 있는 시점에 차기 대권주자들이 LH를 앞세운 각종 주택공급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는 점은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LH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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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진)의 토지 강제 수용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서민들은 LH가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턱없이 적은 보상금을 지급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전북 익산=이경엽 기자] “서민들 고혈 빨아서 서민들 주택걱정 없애준다는 게 정상 입니까”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LH)가 추진하는 많은 사업들로 인한 각종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서민’이라는 점에서 공익성과 공공성을 기업정신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높다.
LH가 서민들에게 원활한 주택공급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고, 실제 실시하는 사업 대부분이 그런 취지와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논란은 LH의 존립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안이라는 여론 또한 비등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LH를 앞세운 각종 주거공급 대책 공약들이 나오자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LH에 의존한 주거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앞으로 더 많은 서민 피해자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전조증상 같다”고 꼬집었다.
“평당 260만원 짜리 땅, 150~170만원 주면 사실상 그냥 뺏는 것과 뭐가 다른가”
‘호남권 철도교통의 집결지’라고 불리는 익산역에서 도보로 5분정도 떨어진 곳에는 ‘익산평화지구 도시주거환경개선사업(이하·익산평화지구) 예정지’가 위치해 있다. 익산평화지구는 LH가 6만3821㎡(약 1만9305평) 규모의 부지에 887세대의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887세대 중 200세대는 임대주택이다.
익산평화지구는 지난 2005년 처음 계획이 발표된 이후 LH 재정 악화 등의 이유로 사업이 10년여 가량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업 재개가 본격화되고 있다. LH는 지난 2015년 기존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토지보상을 실시하며 사업 추진 의지를 공고히 했다.
▲ 전라북도 익산시 평화동 평화지구 도시개발사업 부지 내 원주민들은 LH가 시세에 못 미치는 터무니 없는 보상비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원주민들은 사업대상지 곳곳에 LH를 원색 비난하는 현수막(사진)들을 내걸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기존 원주민들이 LH측의 토지 보상이 터무니없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사업 예정지 일대에는 개발에 반대하는 원주민들이 붙여 놓은 현수막이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현수막에는 ‘쫓겨나면 갈 곳 없다’, ‘재산 강탈 반대’ 등의 보기만 해도 섬뜩한 문구가 가득했다.
변상순(54)씨는 사업 예정지 내에 2층 높이의 상업용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건물 1층에서는 ‘광일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변 씨는 LH의 보상금액이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며 개발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지난 2005년 평화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익산평화지구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을 때 토지 전체에 대한 보상가가 380억원이라고 들었다”며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금액을 보상해 주겠다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매일사’라는 이름의 페인트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기(68)씨는 “사업을 시작한 2005년에 보상을 해줬으면 다른 곳에 가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며 “하지만 10년 동안 부동산 시세는 물론 물가가 몇 배나 올랐는데 보상금은 처음에 정한대로 그대로 간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LH가 제시한 보상금으로는 인근에 가게를 열기는커녕 아파트도 들어가기 힘들다”며 “LH의 행태는 우리 같은 서민들의 고혈을 빠는 행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다수의 주민들에 따르면 LH 측이 변 씨에게 제시한 보상금은 대지면적 3.3㎡(1평)당 180만원이다. 박 씨 역시 본인 명의로 된 건물에 대한 보상금으로 대지면적 3.3㎡당 170만원을 제시받았다.
부동산 등에 따르면 이들이 LH로부터 제시받은 보상금은 실거래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시 시스템만 봐도 지난달 평화동에 위치한 한 건물은 대지면적 3.3㎡당 26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건물은 변 씨와 박 씨, 두 사람 소유 건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LH가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겠다며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씨는 “이번 달 말까지 이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들에게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작정하고 버티겠다면 7월 말까지는 이해해주겠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든 내쫓겠다는 협박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집, 땅, 심지어 기르던 나무까지 뺏긴 서민들…“LH, 서민 위한 복지첨병 맞나요”
▲ 양원지구 비상대책위원회(사진) 관계자는 “LH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인해 금싸라기 역세권에서 푼돈을 받고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고 제기했다. 이들은 “인근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쫓겨났다”고 말한다. ⓒ스카이데일리
서울의 한 지역에서도 LH의 횡포로 인해 심각한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양원지구 원주민들 역시 LH가 주도하는 개발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강제로 쫓겨나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주민들 역시 LH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자신들의 토지를 거의 뺏어가다시피 했다고 주장했다.
정상국 양원지구 공공주택 주민비대위 사무장은 “양원지구는 서울지하철 경춘선 양원역과 신내역이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이기 때문에 토지기준으로 3.3㎡당 1500만원에서 1800만원까지 나가는 요지중의 요지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평균적으로 3.3㎡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의 보상비만 받고 사실상 쫓겨났다”고 말했다.
정 사무장은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의 약 10% 정도는 양원지구에서 이주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달 말까지 이주하라고 LH로부터 고지를 받은 상태지만 마땅한 이주대책이 없고, 집을 구할 돈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이어 “LH로부터 아무리 늦어도 6월 말까지는 비워달라는 강요를 받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양원지구 인근에 위치한 신내데시앙아파트의 59㎡(약 18평)형의 시세는 최저 3억7000만원이다. 3.3㎡당 2000만원이 넘는 셈이다. 양원지구 원주민들 사이에서 바로 이웃한 아파트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쫓겼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과거 양원지구 내에서 거주했던 양 모(78)씨는 “과거에 양원지구에 살다가 보상금을 받고 인근의 신내지구로 이사를 갔다”며 “소유하던 토지를 반 강제로 빼앗기고 원래 살던 집보다 반도 안 되는 규모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LH로 인한 피해 사례는 토지 강제수용에만 그치지 않았다. 대법원 앞에서 석 달 넘게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박흥식(69)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 10지구 개발과정에서 LH로부터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수목(樹木)’을 억울하게 뺏겼다고 주장했다.
▲ 대법원 앞에서 석 달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흥식(사진) 씨는 과거 조경사업을 하다가 LH와의 분쟁에 휘말렸다. 그는 자신이 나무를 기르던 땅이 LH의 남양주 별내10단지 사업 예정지로 편입되면서 나무들의 소유권을 억울하게 뺏겼다고 하소연했다. ⓒ스카이데일리
박 씨는 “그동안 나무를 심고 길러서 판매하는 조경사업을 했었다”며 “약 6600㎡(약 2000평)정도의 땅을 빌려서 2만 그루 넘는 나무를 길렀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LH로부터 나무의 이식비 명목으로 보상금을 받았는데 갑자기 보상금의 명목이 이식비에서 취득비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식비라면 옮겨진 나무의 소유는 내 것이지만 취득비라면 나무들의 소유권이 LH로 넘어간 것이 된다”며 “저렴한 가격에 그동안 키워 온 나무를 전부 빼앗길 처지에 놓인 것이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그 후 더욱 황당한 일이 일어났는데 갑자기 나무의 강제 이전에 따른 행정대집행비 명목으로 3000만원이 청구됐다”며 “LH는 취득비를 지급하고 소유권을 주장했는데, 만약 그렇다면 자기 소유의 나무를 옮긴 것뿐이므로 행정대집행비가 나에게 청구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LH측은 나무의 소유권을 박탈하고 행정대집행비도 청구하고 있는 것이다”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LH를 서민 주거복지의 첨병으로 삼겠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런 LH에게 그런 중책을 맡기다니 그것은 ‘코메디’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H는 전국 곳곳에서 개발 사업을 둘러싼 보상비 문제를 두고 원주민들과 심각한 갈등을 격는 상황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LH 보상관리부 관계자는 “어느 사업지구나 보상비가 적다고 했으면 적다고 했지 많다고 하는 경우는 없다”며 “감정평사사 들이 객관적으로 평가한 금액에 따라 보상할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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