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날마다 은강 지방항만관리청의 점용 허가를 받은 목재 공장의 저(貯)목장에 나갔다. 저목장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온 원목들이 쌓여 있었다. 저목장에 바닷물이 들어오면 원목들이 떠올랐다. 코끼리지게차가 그 원목들을 건져 올렸다. 해방동 주민들은 인도네시아에 내린 햇빛을 받아 크게 자란 인도네시아 산 원목의 껍질을 벗겼다. 사람들은 그 껍질을 벗겨다 땔감으로 썼다. 남는 것은 팔았다’ 70년대 문학작품,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일부다. 인천 중구 북성포구 옆 ‘대성목재’ 공장에서 땔감을 구하는 장면을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한국 문학에서 ‘북성포구’는 서민들의 숨결이 깃든 곳으로 빈번하게 등장해 왔다. 최근 북성포구는 새단장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시설이 지나치게 낙후된 데다 오염된 갯벌로 악취까지 심해 어시장 상인들의 생계도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인천시는 뜻을 모아 오염된 갯벌을 매립해 다양한 시설을 조성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사업은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갯벌 매립은 북성포구의 문화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의 훼손이라며 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악취로 인해 생존권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시민단체의 행동을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인천 중구 북성포구를 찾아 현장의 실태와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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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성포구는 인천의 유일한 갯벌포구다. 현재 북성포구 앞 갯벌은 오염물질이 쌓여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심한 악취도 풍기고 있다. 북성포구 주민들은 수도·전기 등의 기본적인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데다 악취까지 심해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북성포구 앞 갯벌 ⓒ스카이데일리
인천시의 유일한 갯벌포구인 ‘북성포구’의 매립공사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오염물질로 인한 악취 및 열악한 환경에 시달렸던 북성포구 지역주민들의 민원으로 인천시가 환경개선사업에 나섰지만 환경단체가 반발해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북성포구는 70∼80년대 만석부두·화수부두 등과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어항으로 꼽히던 곳이다. 특히 인천 앞바다에서 새우, 갑오징어, 주꾸미, 조기, 광어 등을 잡아 어선 위에서 파는 ‘선상파시(波市)’로 명성이 자자했다. 옛 정취를 고스란히 담은 횟집부터 아름다운 낙조로 예술가, 문학가,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옛 일’에 불과했다. 현재 북성포구는 생존권과 환경보존의 가치충돌로 극심한 갈등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북성포구 지역 주민들은 수십년간 시대에 뒤떨어진 열악한 생활환경과 오염물질이 가득한 갯벌의 악취 등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북성포구는 갯벌 정화시설은 물론 화장실, 수도, 전기 등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사방에 공해를 유발하는 공장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포구로 연결되는 길도 좁아져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의 발길마저 차츰 줄어들었다.
결국 2010년 11월, 북성포구 인근 지역주민 1251명은 인천시에 갯벌매립 청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갯벌을 매립해 공간을 넓힌 뒤 이곳에 주차장, 화장실, 녹지공간 등을 조성하는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북성포구를 다시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에서였다.
지역주민들의 청원은 6년이 흐른 후에야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11월 인천시와 동구청·중구청 등은 협약을 체결하고 ‘인천북항 준설토투기장 호안축조공사’라는 이름의 북성포구 환경개선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북성포구 전체 32만㎡의 갯벌 중 물양장과 배가 오가는 포구를 제외한 7만㎡ 규모의 갯벌을 매립할 계획이다. 그곳에 준설토 투기장(항로 수심 유지를 위해 갯벌과 모래를 퍼내 매립하는 곳) 및 해안 둘레길·휴양공간·녹지공간 등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사업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제동이 걸렸다. 인천녹색연합,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인천YMCA, 건축가, 사진가 등이 환경개선사업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환경개선사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1월 ‘인천 북성포구 살리기시민모임(이하·시민모임)’을 출범시킨 후 갯벌 매립 반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특히 ‘인천북항 준설토투기장 호안축조공사’가 갯벌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해당 사업이 매립을 통한 투기성 사업에 가깝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북성포구 지역주민 “공장 지을 땐 가만히 있더니 뒤늦게 환경 찾나” 성토
스카이데일리는 현재 실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보기 북성포구를 찾았다. 북성포구는 인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걷는 내내 거대한 화물차량들이 수시로 오갔다.
대한제당공장, 대한제분연구소, 대한사료공장, 대성목재 공장 등의 사이로 난 길을 걷다보면 ‘북성포구 가는 길’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서자 좁은 골목길이 약 400m 가량 펼쳐졌다.
포구에 들어서자 흙이 높게 쌓인 갯벌이 눈앞에 펼쳐졌다. 시원하게 펼쳐진 경관과 달리 어디선가 풍겨오는 악취가 코를 괴롭혔다. 북성포구 인근 지역은 한 눈에 보기에도 열악해 보였다.
물양장(선박이 안전하게 접안해 화물 및 여객을 처리할 수 있도록 부두의 바다 방향에 수직으로 쌓은 전면 수심 4.5m 이내인 벽) 옆으로 늘어선 어시장은 기본적인 수도 시설은 커녕 전기도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포구 중간쯤 위치한 간이 화장실은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었는데 이곳을 지나가자 지린내가 진동했다.
▲ 북성포구 개발사업인 ‘인천북항 준설토투기장 호안축조공사’에는 갯벌 매립도 포함돼 있다. 여러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부터 ‘투기(投機)’를 위한 ‘투기(投企)장’ 이라고 주장하며 갯벌 매립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북성포구에 놓여있는 간이 화장실, 수도가 나오지 않아 집에서 길어온 물통,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시장 천막, 공간이 좁아 거리로 나와 있는 잡동사니들 ⓒ스카이데일리
43년을 북성포구에서 장사했다는 ‘용수호’ 사장은 “세상에 이런 데가 어딨냐”며 “여기서 43년을 장사하는데 이런 데서 먹고 살라니 말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람들이 오면 기분 좋게 휴식도 취하면서 밥도 한 그릇 먹고 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냄새만 나고 심각하게 낙후돼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사람들이 와도 주차장도 마땅치 않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며 “겨우 개발이 된다고 해서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외부 환경단체가 나타나 막고 있으니 삶의 희망이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대째 가게를 이어 오고 있다는 ‘남수호’ 이정수 사장도 “이곳은 선상에서 고기를 판매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갯벌에서 악취가 나니까 생선에서도 냄새가 날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며 “인근 공장들 때문에 이미 갯벌은 자정능력을 잃은 지 오래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경단체들이 그렇게 환경을 생각했다면 공장이 들어설 때부터 반대를 했어야 하지 않나”며 “오히려 지금은 갯벌 일부를 매립해 녹지공간 등을 조성하는 게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매립 반대자 중 이곳이 사진이 잘 나와서 없애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는데,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 사람들에게 이곳은 취미를 즐기기 위한 곳이지만 우리에게는 밥줄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진 한 컷 찍으려고 낙후된 데서 계속 장사하라는 환경단체의 발언은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40여 년간 북성포구에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처음에는 갯벌에 이렇게 흙이 쌓이지 않았는데 공장이 하나둘 들어선 이후부터 흙이 쌓이기 시작했다”며 “갯벌에 흙이 쌓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미 자정능력을 잃었는데, 그걸 매일 지켜보는 우리 심정은 어떻겠나”고 하소연했다.
인천시 “오해 너무 많아”…포구 기능 상실 아닌 활성화, 환경개선이 목적
현재 매립공사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는 준설토 투기장(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파낸 바닷속 흙을 쌓아 만든 곳)이 ‘땅 투기’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기라고 하기에는 북성포구의 환경과 입지 조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주민들의 끊임없는 호소와 설득에 인천시가 사업 명목을 찾은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하는 주장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시가 매립구역을 준설토 투기장으로 조성하기로 한 이유는 북성포구가 선박이 오고 가는 항만지역이기 때문이다. 항만 주변은 선박이 더 잘 드나들도록 하기 위해 항로를 준설(수심을 깊게 하기 위해 흙을 파내는 일) 해야 한다.
▲ 인천시는 ‘땅 투기’를 하기에는 북성포구 자체의 부지가 큰 장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매우 열악하게 살았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상 가장 필요한 준설토 투기장을 채택해 추진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 갖춘 북성포구를 개발이 아닌 환경을 보존하면서 주민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선을 손질하는 한 상인 ⓒ스카이데일리
따라서 퍼낸 준설토를 쌓을 투기장은 필수다. 북성포구의 이런 특징을 고려해 시와 주민들은 어차피 필요한 준설토 투기장을 매립지역에 만드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해수청) 역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승인했다.
인천시청 항만과의 이만이 주무관은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매립을 중점적으로 하다 보니 여러 의견을 받았고 그 중 준설토 투기장 조성 사업이 채택됐다”며 “사실 땅 투기라고 하기에는 부지 자체가 썩 좋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업 자체가 무조건적인 개발을 통해서 도시화되는 것만이 아니다”며 “도시계획으로 들어가면 녹지도 40%이상 포함돼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도시계획을 진행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특히 현재 반대 단체에서 주장하는 포구 기능의 상실, 생선가게·선상파시 등 어업 불가 등의 우려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해당 사업의 목표는 오히려 포구 기능의 활성화이기 때문에 이들이 운영하는 선상파시나 물량장을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주무관은 “배가 잘 들어오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맞게 물 깊이를 늘리는 것일 뿐이다”며 “물량장 옆으로는 호안(제방이 유수로 인해 침식되고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구조물)을 쌓을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북성포구 살리기 시민단체에 속해 있는 인천 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총장은 “준설토 투기장 반대와 관련해 활동하는 분들 중 문화 영역에 속한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며 “문화적 가치에 대한 부분이 있는 인천만의 특색을 매립해 버리는 것을 지켜볼 수 없으므로 주민 생활이 개선되면서도 이 부분이 협의될 수 있는 대안을 강구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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