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26 03:48
뉴스 > 富동산 > 식품·요식·유흥
[현장코드=1인칭 기자가 뛴다]-<16>전통주 갤러리
“꼬냑·위스키 저리가라…이젠 국산명주 마신다”
매달 4종류 고급술 시음 진행, 고풍스러운 세련미 물씬…“전통주 괜찮네”
서예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1 01:06:27
 ▲ 전통주 갤러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 내에 위치해 있다. 갤러리에서는 전통주 전시·시음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갤러리 내에 위치한 전통주 매장에서는 이색적인 전통주 제품의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은 강남역 인근에 있는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 ⓒ스카이데일리

“전통주 갤러리, 거기 가면 안동소주 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 기자는 전통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딱 하나 알던 안동소주도 그나마 대학 시절 경북 안동으로 전공답사를 간 덕분에 어렴풋이 이름만 기억하고 있던 정도였다. ‘전통주 갤러리라고 해봤자 정종 같은 옛날 술이나 몇 개 전시돼 있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며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전통주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통주 갤러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해당 건물 내에는 1층 전통주 갤러리, 2층 식품명인 카페 이음, 3층 식품명인체험관 등이 각각 들어서 있었다. 층별 현황을 인지한 그 순간에도 크게 흥미롭다는 생각을 갖지 못했다. 평소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크게 관심 갖지 않던 것들 뿐 이었다. 전통주 갤러리를 향해 걷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나는 와인이 좋은데”
 
고리타분한 전통 옛 말, 고풍스러운 세련미 물씬…“전통주 괜찮네”
 
전통주 갤러리에서는 전통주의 전시·홍보부터 시음·체험 프로그램, 전통주 안내·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갤러리 내부로 진입하자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고루하다’는 선입견이 약간이나마 가시는 듯 했다. 인사동에 위치한 고급스러운 느낌의 전통 찻집과 세련된 화랑이 절묘하게 결합된 느낌을 받았다.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자 누구나 시음이 가능한 ‘이달의 시음주’ 4종류가 눈에 들어 왔다. ‘와 술이다. 그것도 공짜 술’이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며 한 걸음에 달려갔다. 이곳에서는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 오후 1·3·5시에 전통주 시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민등록증에 잉크가 마른 ‘성인’이라면 누구나 사전신청을 통해 체험해 볼 수 있었다.
 
 ▲ 전통주 갤러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달의 시음주를 볼 수 있다. 시음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술은 순 국산농산물 인증(골드라벨)을 받은 우리 술 4종이었다. 사진은 갤러리에 전시된 이달의 시음술 ⓒ스카이데일리

4종류의 술 모두 얼핏 봐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순 국산농산물로 만들어 졌음을 인증하는 금딱지(골드라벨)가 붙어 있었다. 위풍당당하게 붙어 있는 이 금딱지는 주원료와 누룩 제조에 사용된 농산물이 100% 국산일 경우에만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광고
시음 프로그램에 등장한 술의 종류는 그야말로 ‘술 뷔페’를 연상케 했다. 소위 ‘전통주 4대 천왕’으로 불리는 막걸리, 약주, 증류식 소주, 한국와인 등이었다. 막걸리 부문은 포천일동막걸리에서 만든 ‘담은’, 약주 부문은 초정리 광천수가 들어간 ‘세종대왕 어주’, 증류식 소주(전통소주) 부문은 여주산 고구마로 빚은 ‘려’, 한국와인 부문은 충북 영동의 ‘컨츄리 켐벨와인(스위트)’ 등이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술을 당장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전통주가 무엇인지, 전통주의 역사, 제조 방법 등의 설명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시절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만큼이나 지겹게 느껴졌으나, 눈앞에 술을 보니 어느새 지겨움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설명이 끝나고 첫 잔을 들이켰다. 첫잔으로 막걸리 ‘담은’을 마셨다. 평소 막걸리를 좋아하지만 특유의 톡 쏘는 맛이 가끔 거북할 때가 있었던 탓에 사뭇 조심스러웠다. 역시 명품은 달랐다. 막걸리가 아니라 흡사 부드러운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 듯 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은 처음 갤러리에 들어올 때의 시큰둥했던 감정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훌륭했다.
 
 ▲ 시음 프로그램은 전통주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4가지 종류의 술을 시음해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사진은 시음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이달의 시음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입을 한차례 헹구고 나서 다음 전통주를 맛봤다. 초정리 광천수가 들어간 약주 ‘세종대왕 어주’였다. 흔히 ‘청주’라 불리는 약주는 ‘맑은 술’을 의미한다. 조선 초기까지 약주는 약재를 넣어 빚은 술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점차 청주를 대체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세종대왕 어주’의 첫 잔을 들이키는 순간 왜 술 이름에 존경하는 세종대왕의 이름이 들어가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원래 이름은 세종대왕의 눈병을 고치기 위해 초정리 관청수를 썼다는 일화에서 착안했지만 맛 자체가 그야말로 왕이나 마실법한 술에 가까웠다. 먹는 순간 속으로 ‘이건 사야해’를 외쳤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단맛이 입 안에 감돌았다.
 
두 번째 술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새 세 번째 술을 담은 잔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술잔에는 여주산 고구마와 여주 쌀을 발효해 블랜딩(2가지 이상의 술을 혼합하는 작업) 한 ‘려’가 담겨져 있었다. 도수가 무려 25도나 됐다. 생각보다 높은 도수에 약간의 두려움이 들기도 했지만 예상외로 맛이 좋았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넘김이 특히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마신 술은 한국식 와인 ‘컨츄리 캠벨와인’이었다. 아쉽게도 이 술은 마시기도 전에 이미 맛 평가가 끝나버렸다. 옆에 있는 한 여성이 마시자 마다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맛있다’를 연신 외쳐댔기 때문이다. 아쉬움 반, 기대감 반의 감정으로 술잔에 담긴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옆에 있던 여성 보다 더 많은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는 감정이 들을 정도로 맛이 괜찮았다. 해당 와인을 만든 컨츄리 와이너리는 3대째 운영되고 있다.
 
시음 한 번, 재료만 듣고 곧장 구매 결정…“오랜 만에 효도나 해볼까”
 
 ▲ 전통주 갤러리 직원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전통주는 증류식 소주다. 선물용으로 주로 사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기자 역시 전통주 갤러리에서 오미로제(사진 왼쪽)와 세종대왕 어주를 구입했다. ⓒ스카이데일리

기자는 마시자마자 “이건 사야해”를 연발했던 ‘세종대왕 어주’와 문경 오미나라에서 제조된 ‘오미로제’를 구입했다. 이달의 시음술의 경우 양조장에서 파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오미로제’는 세계 최초로 오미자로 만든 와인이었다. 평소에도 와인을 좋아하는데 포도가 아닌 오미자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소리에 흥미가 돋았다. 장밋빛 색깔을 띤 액체는 눈으로만 봐도 군침이 돌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채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오미자는 단맛·신맛·쓴맛·짠맛·매운맛 등 5가지 맛이 모두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득 이번 명절에는 여기서 약주와 위스키를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함께 간만에 술잔을 기울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올랐다. 전통주를 담은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부녀간에 더욱 정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맴돌았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21,675 ▶
어제 157,010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