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식사를 즐기는 혼밥족이 대세다. 스카이데일리 취재결과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혼밥을 선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롯데백화점 지하식당에서 혼자 식사하는 혼밥족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야, 나 혼술 좀 해보고 싶다.”
어느날 기자의 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혼술’은 최근 젊은층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다. ‘혼자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는 행위’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혼자 술 마시고 싶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새벽에 외로워질 때 불러낼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그의 대답에서 궁금증이 싹텄다. 만약 그가 진짜로 ‘혼술’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자발적인 행동일까, 아니면 소외된 이의 궁상일까.
이른바 ‘혼족(어떤 일이든 혼자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 전성시대다. 혼술 뿐만 아니라 혼밥·혼영화·혼여행 등을 일삼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0일 취업포탈 ‘사람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젊은 세대들의 52.5%가 자신을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응답자 86%는 ‘혼족’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기서 궁금증이 또 하나 생겼다. 나홀로족이 자발적 선택에 의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사회에서 소외된 외로운 사람들인지. 결국 방법은 하나다. 바로 기자가 직접 혼족이 돼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혼자 즐기는 여유로운 식사 ‘혼밥’…메뉴·시간 구애 받지 않는 합리적 선택
기자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대학로에 지난달 ‘1인 샤브샤브’ 집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발걸음을 재촉했다. 찾아간 매장의 이름은 ‘샤브보트’다. 이 매장은 샤브샤브 전문 프랜차이즈 채선당이 지난 3월 선보인 1인 식사 브랜드였다. 프렌차이즈 매장인 셈이다.
매장 한가운데에는 혼밥족이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는 바테이블(Bar Table)이 있었다. 손님 1인당 인덕션(전기가스레인지) 1개와 냄비 1개가 각각 주어졌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혼밥 손님은 기자 외에 20대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녀는 약 50분간 천천히 혼밥을 즐겼다. 22세 성균관대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자발적 혼밥족’이었다. 그녀는 “혼자 식사하는 것을 자주 즐긴다”면서 “혼자서 식사 시간을 정하다보니 편리함과 시간절약이 동시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왜 많은 이들이 혼자 노래방에 갈까. 그 이유는 남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데 있었다. 혼자 노래방에 가면 선곡도 맘대로 할 수 있고 비루한 노래실력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스카이데일리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사이에서도 ‘자발적 혼밥’은 흔한 편이었다. 직장인들의 혼밥 장소는 일반 식당에서부터 사내에 위치한 구내식당까지 다양했다. 경기도 수원 영통의 삼성전자에서 근무 중인 정 모 대리는 “혼자 회사 식당에서 밥 먹는 일이 잦다”면서 “회사 식당에서 혼밥족을 꽤 본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사람들과 먹는 저녁은 업무의 연장이나 마찬가지라고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나홀로 즐기는 노래방 ‘혼노래방’…노래 못해도 눈치 안 보고 자유 만끽
‘샤브보트’에서 혼밥을 즐긴 기자는 계속해서 혼족 문화를 즐겨보기로 했다. 뒤이어 찾아간 곳은 1인 노래방이었다. ‘락휴 코인노래방’이라는 이름의 노래방 내부는 여러 개의 방이 나란히 서 있는 형태로 돼 있었다.
빈방을 찾아 들어갔다. 방 크기는 가로*세로가 1.5미터 정도로 아늑한 편이었다. 방음처리가 잘 된 탓에 옆방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노래를 못 불러도 민망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노래 중 음이탈과 쉰소리가 나도 옆에 사람이 없으니 부끄럽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만난 한 ‘혼노래족’ 역시 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역시 남 눈치 볼 필요 없는 점을 혼노래의 장점으로 꼽았다.
국민대학교 학생인 김 모(24살)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혼자 노래방에 온다”며 “친구들끼리 노래방에 가면 방 분위기도 신경써야 해서 억지로 신나는 노래를 부를 때가 있는데, 혼자 노래방에 오면 좋아하는 발라드만 실컷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혼자서 게임을 즐기다 ‘혼게임’…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지만 부끄러움도 들어
지난 2013년 12월 MBC 예능방송 ‘나 혼자 산다’에서는 한 출연자가 혼자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방영됐었다. 실제로 아그리콜라(룩아웃게임社, 2007), 르아브르(룩아웃게임社, 2008), 티켓 투 라이드(데이즈오브원더社, 2004) 등의 일부 보드게임은 1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기자 혼자 아그리콜라(보드게임)에 도전했다. 혼게임은 지루하고 외로웠다. 그러나 꼼꼼하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이 됐다. ⓒ스카이데일리
혼족 문화 취재에 나선 기자 역시 혼게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대학로 대명거리에 위치한 한 보드게임방을 찾았다. 보드게임방에는 보드게임을 즐기는 손님들이 2~3팀 정도 있었다. 그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속에서 기자는 나홀로 게임을 시작했다.
1인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알려진 게임이었지만 막상 혼자 즐기기는 쉽지 않았다. 여럿이 게임할 땐 게임 상대방과 경쟁하지만 혼자 할 땐 스스로의 단점과 싸워야 했다. 그러다보니 게임 내내 흥미 보다는 지겹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마치 묵언수행을 방불케하는 지루한 시간의 역속이었다.
보드게임은 지금까지 체험했던 혼족 문화와는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민망한 감정을 감추기가 가장 어려웠다. 삼삼오오 모여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 게임을 하니, 주변에서 나만 지켜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오랜만에 스스로의 부끄러운 모습을 돌이킬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해 미안함과 고마움의 감정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건배 없는 술자리 혼자 취하는 ‘혼술’…나에 대해 생각하는 혼자만의 시간
최근에는 혼자 술집에 가는 사람, 이른바 ‘혼술족’도 늘고 있다. 인기 케이블 채널인 TVN에서 이 같은 혼술 트렌드를 반영한 드라마 ‘혼술남녀’를 방영할 정도로 그 인기는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드라마는 현재 3%대의 케이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 역시 직접 혼술을 즐겨 봤다. 난생 처음으로 시도하는 혼술의 장소는 대학로에 위치한 봉쥬비어 1호점이었다. 매장 내부에는 이미 혼술을 즐기고 있는 손님이 존재했다. 그는 혼술에 익숙해 보였다. 기자가 접근하자 오히려 약간의 경계감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봉쥬비어 1호점에서 혼술에 도전했다. 여럿이 단란하게 술을 즐기는 가운데 혼술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았다. 취재결과 혼술족은 주로 우울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혼자 시간을 가졌다. ⓒ스카이데일리
혼술을 종종 즐긴다는 성균관대생 김 모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혼자 술을 마신다”고 밝혔다. 그는 “기분이 우울할 때 술은 먹고 싶지만 구구절절 대화를 나누기 귀찮을 때 혼술이 편하다”며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요새는 혼술이 편할 때가 더 많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유는 이 외에도 단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울감을 떨치기 위한 사색의 시간이 필요할 때 주로 혼술을 찾았다. 시중은행에서 일하는 한 여성(33)은 “주 1회 정도 혼자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그녀가 밝힌 혼술의 이유는 “사람에게 마음을 다쳐서”였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텐카페에서 마담으로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한 여성(36) 역시 혼술의 이유는 비슷했다. 그녀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더 외로워서 종종 혼자 술을 마신다”며 혼술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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