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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현장]-동묘 구제시장(벼룩시장·풍물시장)
만원의 무한행복…옷·신발·가방 사고 천원 남았다
어르신들의 ‘홍대’ 옛말…입소문만으로 젊은층·외국인 연일 북새통
이지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30 01:03:05
 ▲ 흔히들 ‘동묘 구제 옷 시장’이라 부르는 ‘동묘 벼룩시장’에는 값싸고 독특한 옷들을 찾는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구제 옷 시장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손님들 ⓒ스카이데일리
 
오래된 의류 제품, 소위 말하는 ‘구제 옷’을 주로 파는 ‘동묘 벼룩시장’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상인들이 모이며 상권이 형성됐다.
 
1983년 6월 서울 장한평에 고미술품 집단 상가가 조성되면서 많은 점포가 그곳으로 옮겨가자 이 자리에 중고품 만물상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는 약 600여 개의 좌판이 모여 시장을 이루고 있다.
 
지하철 1·6호선 환승역인 동묘앞역 3번 출구 앞으로 펼쳐진 ‘동묘 벼룩시장’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시중에서 찾기 힘든 독특하면서도 값싼 의류를 파는 구제 옷 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해당 지역을 찾아 구제 옷을 구매해 보기로 결정했다. 수중에 든 만원 한 장으로 어떤 옷을 구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본격적인 시장 탐방에 앞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창에 ‘동묘 벼룩시장’을 입력하니 호흡기 보호용 ‘마스크’를 꼭 챙기라는 다소 특이한 쇼핑 팁이 보였다. 몇 백 킬로그램 짜리 옷들을 바닥에 쌓아둔 채로 여러 사람들이 뒤적이다 보니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얼마나 많은 옷들이 있으면 먼지가 그렇게나 많이 날까’, ‘정말 싸고 예쁜 옷을 찾을 수 있을까’ 등 다양한 의문점들을 안고 본격적으로 ‘동묘 벼룩시장’ 탐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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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홍대입구’ 옛말…10대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계층 발길 몰려
 
“아가씨, 어디 가려고”
 
동묘앞역에 나선 순간, 등 뒤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제시장을 찾고 있다 답하자 할아버지는 본인의 집을 찾아온 손님인 양 앞장서서 안내를 해줬다.
 
평소 구제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은지를 묻자 노인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간다”며 “예전엔 노인네들밖에 없었는데 요즘엔 젊은 학생들이랑 애 엄마들도 많이들 온다”고 답했다.
 
노인의 익숙한 발걸음을 따라 도착한 시장 안은 더운 날씨의 평일 오후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테이프, 휴대용칼 등의 잡동사니를 파는 좌판들을 지나 코너를 돌자 본격 구제 옷 시장이 펼쳐져 있었다.
 
“골라 골라 한 장에 2000원, 세 장에 5000원”. 시장 상인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리는 곳엔 옷 다발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손님들은 옷더미 주위로 아예 주저앉아 마치 바닷속 진주를 찾듯 옷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 스카이데일리는 동묘 벼룩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원피스 2000원, 신발 3000원, 핸드백을 4000원에 각각 구입했다. 사진은 동묘 벼룩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제품들 ⓒ스카이데일리
 
몸을 비집고 자리를 잡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옷의 상태, 디자인이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이게 웬 횡재야’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
 
밝은 색 셔츠를 보기 위해 집어 든 순간, 손길이 부딪쳤다. 멋쩍은 미소를 띠고 있는 외국인이었다.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교복을 입은 여고생부터 시장 상인들과 손짓 발짓으로 대화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결국 그곳에서 2000원 짜리 하늘색 원피스를 구매했다.
 
시장 곳곳을 둘러보던 도중 빨간 운동화 한 켤레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곳 상인은 눈길을 읽은 듯 “만원만 달라”고 말했다.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곧장 가격 흥정에 들어갔다. 그는 “신어보고 맞으면 8000원에 가면 된다”고 말을 바꿨다.
 
남은 예산이 8000원이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꽃무늬가 그려진 신발 한 켤레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침 발에도 꼭 맞았다. 가격은 3000원, 누가 가져갈 새라 고민 없이 바로 집어 들었다.
 
원피스와 예쁜 신발도 샀으니, 패션을 완성시켜줄 백을 사기로 결정했다. ‘남은 돈 5000원으로 살 수 있는 가방이 있을까’를 생각을 하던 찰나 5000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멋스러운 가죽 핸드백이 시야에 들어왔다.
 
5000원을 주고 만원의 패션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시장답게 다시한번 가격 흥정을 시도했다. 결국 1000원을 깎아 원피스와 구두, 핸드백까지 총 9000원에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의상과 구두, 악세사리까지 다 사고도 1000원이 남은 셈이다.
 
입소문 더불어 TV프로그램 소개…서울의 쇼핑명소로 재탄생
 
 ▲ 동묘시장에서 인근에 위치한 풍물시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청계천 복원 공사 당시 조성된 시장이다. 이곳에선 50년 이상 된 타자기, 미싱기, 교복 등등 지금은 구하기 힘든 희귀한 물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풍물시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 ⓒ스카이데일리
 
별도의 온라인 홈페이지나 마케팅을 하지 않는 동묘 구제시장은 사람들의 입소문으로만 유명세를 타게 된 케이스다. 유명 TV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덕분에 ‘동묘 벼룩시장’은 어느덧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지방에서도 찾아 한번씩 들러보는 쇼핑 명소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굳이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곳은 방송 프로그램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빈티지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손님들이 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옷이 사이즈에 맞지 않더라도 우선 구매한 후 몸에 맞게 수선하는 탄탄한 매니아층이 형성돼있다”고 전했다.
 
동묘 벼룩시장에서 길을 건너 조금만 들어가면 또 다른 구제시장인 ‘풍물시장’이 있다. 이곳은 이명박정부 시절,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공사를 하며 그 인근의 상인들이 이주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한 시장이다.
 
풍물시장 역시 구제시장만큼 저렴하고 특이한 옷들이 많지만 어디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50년 된 타자기, 교복 등 희귀한 물건들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풍물시장만의 예스러운 소장용 물품에 매료돼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김희연(여·60) 씨는 “전국의 온라인 쇼핑몰을 모두 뒤져봐도 풍물시장과 비슷한 물품을 찾을 수 없다”며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 편리하고 가격 흥정이 가능해 동묘 구제 옷 시장에 들르고 풍물시장까지를 한 코스로 종종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동묘 벼룩시장과 풍물시장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옷더미 속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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