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식욕, 성욕 등과 함께 인간의 3대 욕구로 손꼽힌다. 이들 가운데 식욕과 성욕의 경우 오랜 기간에 걸쳐 만족감을 더해주는 산업이 성장해 왔다. 반면 수면은 최근 들어 관련 시장이 형성되는 등 하나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됐다. 2015년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일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이다. OECD 평균 8시간 22분보다 33분 적은 수준이다. 조사대상 18개국 중 최하위다.
수면이 병이 된 사회…잠 쫓던 음료 대신 수면도움 음료 찾는 소비자 증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 28만9526명이었던 수면장애 환자 수는 2015년 45만5886명으로 급증했다.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슬리포 노믹스’ 시장이 형성되 것이다.
슬리포노믹스는 ‘잠(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숙면을 돕는 각종 제품들로 구성된 시장을 일컫는다. 수면안대·귀마개 등 단순 보조용품을 넘어 IT기술을 접목한 ‘슬립테크(Sleep Tech)’로 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잠을 줄여주는 효과 덕분에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너지 음료 시장은 하향세를 걷는 데 반해 숙면에 도움을 주는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캐나다에서 수입된 릴렉스 음료 ‘슬로우카우’는 SNS 등을 통해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 업체인 롯데칠성음료도 지난 5월 ‘스위트슬립’을 출시하며 수면시장에 진입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내달 중 제품명을 변경하고 디자인 등을 리뉴얼 해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맞춤형 침구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브자리는 지난 2014년 업계 최초로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을 런칭했다. 이곳에서는 방문객의 수면습관, 사용 중인 베개높이 파악, 경추측정기를 이용한 목뼈 높이 분석 등을 통해 맞춤형베개를 추천한다.
이브자리는 추천받은 베개 체험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매장 한 편에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슬립앤슬립 코엑스점 관계자는 “보통 방문객들 중 상당수가 베개구입을 위해 방문하는 편이다”면서 “개개인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시간은 많이 소요되지만 그만큼 고객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잠을 자도 어떻게 자느냐가 중요…IT 신기술 접목한 ‘슬립테크’ 등장
최근에는 과학기술이 바탕이 된 숙면도움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 ‘티켓투라이드’는 지난해 수면 건강 어플리케이션 ‘슬립셋(SLEEP SET)’을 출시했다. 슬립셋은 ‘나에게 맞춘 수면건강 컨설턴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헬스케어 유료 어플리케이션이다.
스마트폰에 슬립셋을 설치하고 주위에 스마트폰을 놓고 잠들면 사용자의 수면 데이터가 수집된다.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패턴을 그래프로 보여주고 수면질을 100점 만점으로 수치화 해 사용자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유장선(36·남) 티켓투라이드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혼자서도 건강하고 즐거운 삶이라는 가치를 달성하도록 도움 주자는 취지로 수면어플을 개발하게 됐다”며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데 잠은 큰 동력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어플리케이션 사용자는 약 5000명인데 저렴한 가격으로 수면분석기를 갖는다는 점 때문에 반응이 매우 좋다”며 “수면보다 숙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사회적 현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도 슬립테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9월 독일 가전전시회 IFA에서 수면 분석 및 관리 센서인 ‘슬립센스’를 공개했다. 슬립센스는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숙면 하도록 도와주는 IoT(사물인터넷) 기반 헬스케어 기기다.
1cm 두께의 납작한 원형 형태로 침대 메트리스나 베게 밑에 두면 이용자의 수면 상태를 파악해 효과적인 수면 방법을 알려준다. 삼성전자의 헬스케어 전용 어플리케이션 ‘S헬스’와 연동된다. 아직 개발단계로 출시일은 미정이다.
글로벌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의 경우 최근 핀란드의 수면 모니터링 벤처기업 ‘베딧’을 인수했다. ‘베딧’은 수면측정용 모니터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다. 수면 중 데이터를 축적해 최적의 수면환경을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애플의 인수로 향후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수면기술이 접목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한국수면산업협회 관계자는 “나를 위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면 산업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침구 뿐 아니라 소리, 향기, 온도, 습도 등 많은 환경 요인이 수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려는 다양한 수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4차 산업이 도래함에 따라 사용자 맞춤형 수면 서비스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슬립테크는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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