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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 - 여성의류 사이즈 논란
늘씬한 마네킹몸매 압박 ‘잔혹 다이어트’ 부메랑
30년 전 여성 표준체형 그대로 적용…옷에 몸 맞추다 건강 잃는 사례 빈번
김민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01 0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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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판매되는 여성의류 사이즈가 과도하게 작게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표준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무려 36년 전인 1981년에 제정된 44~6 사이즈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의류매장 마네킹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여성 의류업계가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표준체형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작은 사이즈만을 내놓고 있어 소비자들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들의 건강악화를 불러올 만한 무리한 다이어트를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어 더해졌다. 
 
의류업계 등에 따르면 흔히 44·55·66 등으로 불리는 여성복 사이즈는 과거 1981년 생겨났다. 당시 국가기술표준원이 한국 20대 성인여성의 평균 키와 가슴둘레인 155cm, 85cm 등의 끝자리 두 숫자를 합쳐 55사이즈로 설정한 것이 시초다. 기준점인 55를 중심으로 키는 5cm, 가슴둘레는 3cm 간격으로 각각 가감해 44부터 88까지 지정했다. 예를 들어 44는 키 150cm·가슴둘레 82, 66은 키 160cm·가슴둘레 88cm 등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09년 12월 KS의류치수규격을 개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의 표준체형이 변해 치수의 정확성이 떨어지자 이를 수정하려고 시도했다. 지난해 국가기술표준원이 발표한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평균키는 160.9cm다. 과거보다 여성 평균키가 5cm 이상 늘어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국내 여성의류업체 대부분은 1980년대 재정된 55사이즈를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마저도 44~66 등 한정된 사이즈만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불편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 체형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천편일률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옷들은 건강을 해치는 무리한 다이어트로 내몰여지가 충분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2030 여성 위한 영캐주얼 브랜드 사이즈는 44~66 뿐…온라인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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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영캐주얼 브랜드 대부분 가장 큰 사이즈는 66사이즈였다.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로 44~66 외 사이즈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사진은 명동에 위치한 SPA브랜드 쇼윈도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여성전용 영캐주얼 브랜드 매장 제품을 살펴본 결과, 가장 큰 사이즈는 대부분 66이었다.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 매장에서 판매 중인 셔츠·블라우스 제품은 44~66사이즈에 국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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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매장 관계자는 “옷이 크게 나오긴 하지만 가장 큰 사이즈는 66이다”며 “영캐주얼 층에 있는 브랜드는 거의 대부분이 66까지만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더 큰 사이즈를 찾는다면 전 연령대의 여성이 찾는 여성캐주얼 브랜드 매장이나 여성정장 브랜드 매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캐주얼 브랜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부 브랜드는 77까지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은 66사이즈까지만 팔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브랜드의 경우 55까지만 팔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66을 넘는 사이즈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 온라인샵인 신세계몰에서 판매하는 셔츠·블라우스 베스트 상품 20여종을 살펴본 결과 가장 큰 사이즈는 66이었다. 77사이즈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흔히들 ‘프리사이즈’라 부르는 단일 사이즈 제품 역시 66사이즈 체형까지만 입을 수 있었다.
 
의류업계가 한정된 사이즈만을 내놓는 데 대해 여성 소비자들은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전은지(가명·여) 씨는 “키가 169cm라 다른 여성들에 비해 약간 편인데 55사이즈가 대부분이라 몸에 맞는 옷을 찾기 힘들다”며 “결국 몸에 잘 맞는 옷 구매를 포기하고 큰 사이즈 제품을 주로 파는 브랜드에서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지영(가명·여) 씨는 “백화점 영캐주얼 브랜드는 44~66사이즈만 있어서 옷을 살 수 없다”며 “어떤 브랜드는 프리사이즈라며 단일 사이즈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마저도 사이즈가 여유롭지 않아 옷을 구매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옷에 몸 맞추는 여성들…건강 위협하는 혹독한 다이어트 억지로 떠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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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의류업체들이 작은 사이즈 옷만을 내놓자 건강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혹독한 다이어트를 일삼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옷 사이즈에 몸을 맞추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여성 건강권과 몸 다양성 보장을 위한 ‘문제는 마네킹이야’를 개최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사진은 여성환경연대 기자회견 중 퍼포먼스 모습 ⓒ스카이데일리
 
여성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의류업계가 표준체형을 감안하지 않고 작은 사이즈의 옷만을 내놓는 행태는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작은 사이즈 옷을 입기 위해 건강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혹독한 다이어트를 일삼는 여성들이 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무리한 다이어트가 여성들의 섭식장애 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해지고 있다. 섭식장애는 식이 행동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음식을 아예 먹지 않는 ‘거식증’과 한 번에 몰아 먹고 의도적으로 구토하는 ‘폭식증’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섭식장애로 치료받은 전체 환자 중 81%인 1만44명이 여성이다.
 
이소영(25·여) 씨는 “원하는 옷을 입기 위해 원푸드 다이어트나 보조제 등을 이용한 무리한 다이어트를 한 경험이 있다”며 “당시 코피를 자주 흘렸고 쓰러진 적도 많아 병원에서 링겔을 맞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이어트를 그만 둔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구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원(25·여) 씨도 작은 옷 때문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입고 싶은 옷 사이즈가 너무 작아 더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백화점 브랜드 뿐 아니라 지하상가 의류, 인터넷 쇼핑몰 등 대부분의 의류 매장들은 큰 사이즈 여성은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의류업계가 작은 사이즈의 옷만을 내놓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마른 몸매만을 선호하는 사회적 풍토에 기인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으로 심하게 마르거나 뚱뚱한 몸을 가진 여성을 소외시키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6일 여성 건강권과 몸 다양성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연 여성환경연대는 “한국여성 표준 허리둘레는 70.9cm로 약 28인치 정도지만 마네킹은 62.5cm, 24인치다”며 “직접 온라인·오프라인 의류 매장을 조사한 결과, XXS(엑스엑스스몰)부터 XXL(엑스엑스라지)까지 7단계 사이즈 중 3단계 이하 사이즈만 구비한 브랜드는 31개 중 23개로 74.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 체형에 맞는 옷을 골라 입는 것은 개인선택권일 수도 있지만 여성 건강권을 보장받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다”며 “온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공론화 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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