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편리한 디지털보다 느리지만 감성적인 아날로그 문화가 젊은층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과거에 사용되던 필름 카메라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아날로그적 매력을 담고 있으면서도 사용하기 간편한 일회용·중고 필름 카메라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SLR, 미러리스 등의 디지컬 카메라의 판매량은 감소 추세인 반면 즉석카메라와 일회용 필름카메라의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필름 카메라의 부활로 인해 관련 사업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후지필름의 경우 지난달 23일 일회용 필름 카메라인 ‘퀵 스냅’의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작년 동기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닥의 ‘엑타크롬 필름’도 올해 4분기부터 재생산에 들어간다. 로모그래피는 적외선 필름을 연상케 하는 붉은 색조의 35mm 필름 ‘로모크롬 퍼플’을, 아날로그 카메라·필름 제조사 조르키는 흑백 필름 ‘조르키 포토 모노’ 등을 각각 재출시할 예정이다.
간편하게 접하는 아날로그 감성…중고 필름카메라 구매 증가
젊은층 소비자들은 필름 카메라의 인기 비결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최근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을 찍었다는 박혜린(여·22) 씨는 일회용 카메라의 최대 매력은 아날로그 감성 특유의 단순함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성능이나 렌즈 등이 복잡한 미러리스나 DSLR보다 확실히 단순해서 조작하기 편리하다”며 “같은 장소에서 찍어도 필름으로 찍은 사진은 느낌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진을 잘못 찍으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한 컷, 한 컷 정성을 들여 찍어야 한다”며 “사진에 대한 애정, 가치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많다는 이지수(여·23) 씨는 디지털 카메라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필름 카메라 특유의 분위기를 장점으로 꼽았다. 이 씨는 “필름 카메라의 화질과 표현력을 디지털 카메라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필름 카메라는 필름, 날씨 등의 요소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부하면서 사진 찍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일선 매장 또한 최근의 인기를 실감하는 분위기였다. 필름 카메라 판매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젊은 층의 일회용 필름 카메라 구매가 크게 증가했다”며 “익숙하지 않은 것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젊은 층의 특징이 반영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클래식카메라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환일 대표는 “일회용 카메라를 알아보기 위한 젊은 층의 발걸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에 5명 이상 젊은 층이 가게를 방문하는데, 대부분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비롯한 중고 필름 카메라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익숙하지 않은 감성에 젊은 층들이 매력을 느끼는 거 같다”면서 “바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닌데도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런 색다른 매력이 젊은층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남대문에 위치한 클래식 카메라 전문점 관계자 역시 최근 들어 일회용 필름 카메라 등을 찾는 젊은 층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루에 10명 이상씩은 일회용 카메라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것 같다”며 “일회용 카메라나 필름 카메라 특유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어 더 정성들여 찍어야 한다는 점이 젊은층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충무로의 한 카메라 전문점 대표는 이 대표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 카메라 시장이 완연한 하락세였는데 최근에는 많이 좋아졌다”며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층이 아날로그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당분간 일회용 카메라의 인기는 지속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필름 카메라 수요가 늘면서 관련 분야도 덩달아 각광받고 있다. 한 카메라 수리 업체 관계자는 “필름 카메라가 인기를 끌면서 고장난 제품을 고치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며 “디지털 카메라 등장 후 수리 수요가 많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상당히 바빠졌다”고 말했다.
필름사진 인화를 전문으로 하는 한일사 이동식 대표(가명)는 “최근 들어 사진을 인화하려는 사람들이 발길이 늘고 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필름을 맡기고 사진이 인화되는 시간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장점을 지닌 일회용 카메라의 인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이현섭(가명) 사진작가는 “사진을 인화하는데 드는 비용을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이것은 큰 장점일 수 있다”며 “사진 한 장, 한 장에 공을 들여 촬영하고 그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은 필름 카메라만이 주는 특권이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다시 이렇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하루하루 급변하는 사회에서 예전의 정서를 느끼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며 “기다림과 가치 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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