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개발 현장에서 조합과 종교시설 간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 당초 재개발·재건축 사업부지 내 종교시설들은 현금청산대상자로 분류돼 일방적으로 퇴거하거나 일반 주택분양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사업 구역 내 존속한다 하더라도 조합과의 협의 내용에 따라 보상이 천차만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종교시설의 거취는 조합에 의해 결정됐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다. 조합의 뜻대로 움직였던 종교 시설들이 최근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속속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다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내 종교시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거여2재정비촉진구역 1지구 역시 비슷한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지난 4월 관리처분계획인가 취소판결을 받은 거여2재정비촉진구역 1지구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조합과 종교시설 간 분쟁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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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혀 ‘강남권 마지막 오지’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거여2재정비촉진구역 1지구(이하·거여2-1구역) 재건축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 무허가건물이 밀집해 있어 소위 ‘개미마을’로 불려온 이곳은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 취소판결을 받았다.
앞서 거여동은 2-1구역과 2-2구역 등 둘로 나뉘어 재개발사업이 진행돼 왔다. 2-2구역의 경우 분양을 앞두고 있는데 반해 2-1구역은 어렵게 얻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취소되면서 사업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관리처분계획은 종전의 토지나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 및 그 이외의 권리(지상권, 전세권 등)를 정비사업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권리로 변환시켜 배분하는 계획을 말한다.
주민들의 이주가 한창이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난항에 빠지게 된 배경에는 조합과 사업지 내 종교시설과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1950년대 설립된 거암교회는 조합과 이주대책 보상 등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재개발사업이 진행되자 관리처분계획인가 취소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조합 측 손을 들어줬으나 4월에 열린 2심에서는 교회가 승소했다. 2심에서 패소한 조합 측이 즉각 상고를 하면서 양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 판결의 주요 요지는 조합이 대지를 보유한 교회 측에 분양일정 통보 및 기타 제반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특히 관리처분계획의 ‘전부 취소’라는 결론이 내려진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지난해 4월 서울 마포구 대흥 제2주택 재개발구역에서도 조합 측과 월산교회 간 유사한 갈등이 빚어진 바 있으나 당시에도 교회 부지를 중심으로 ‘일부 취소’ 판결만 났다. 만약 대법원이 2심 재판부와 같은 잣대를 적용해 결정을 내린다면 전국 재건축·재개발 사업대상지에서 비슷한 문제가 재발할 전망이다.
교회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센트로 김정우 변호사는 “2심 판결에는 종교시설에 대한 이전 대책 없이 관리처분계획을 진행하는 것은 헌법에 나온 보상지침에 대해서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며 “월산교회에 이어 거암교회에서도 이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은 향후 재개발 사업에서 종교시설의 대한 판례가 바뀌고 있는 의미이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교회는 그 지역의 종교적 커뮤니티, 즉 공적 역할을 하는 특수성이 존재하는 시설이다”며 “일반 아파트처럼 사고파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한 지역에 뿌리를 내린 후 수 십년 동안 주민과 화합하는 곳인데 똑같은 잣대로 보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거여2-1구역, 2심 패소 후 갈등양상까지…조합·교회 치킨게임 양상도
관리처분 취소판결이 내려진 거여2-1구역 다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절차적 하자만 수정해 재차 관리처분을 된다’는 낙관론과 ‘현 상태가 간단하지 않고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는 우려론으로 나뉘어 갈등양상으로까지 치닫는 상황이다.
조합 내부에서 마저 분열이 발생한 데에는 법원 판결 후에도 조합과 교회 양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이유가 크다. 조합은 다른 방법으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교회는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갈등이 치킨 게임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조합은 다른 방법으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교회는 다시 사업진행을 막기 위해 소송을 거는 식이다.
실제로 거여 2-1구역은 현재 교회 측의 재판 승리로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취소된 상태지만 조합은 판결과 별개로 새롭게 마련한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를 송파구청에 다시 제출한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이달 말 인가를 받게 된다. 교회 측은 조합이 별다른 대화 없이 인가를 받는다면 그에 따른 소송을 다시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거암교회 관계자는 “판결 이후에도 조합은 구청에 관리처분계획변경 인가를 신청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조합이 계속해서 협의 없이 진행한다면 우리도 계속 소송을 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거여 2-1구역 조합 측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되면 이주비 대출 이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며 “교회에 대한 보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사업 진행을 위한 협상의 여지는 열어두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양측의 분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송파구청도 중재에 나섰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도시관리국장이 조합과 교회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중재를 위한 면담을 계획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사업 지연이 되지 않도록 중재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종교시설 지침 반영되는 법원 판결 늘어…종교시설 관련 기준 마련되는 과도기
서울시는 이 같은 갈등을 우려해 이미 지난 2009년 ‘서울시 뉴타운 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이하·처리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처리방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이전계획 수립시 관련 종교단체와 협의 △기존 부지와 이전 예정부지는 ‘대토 원칙 △현 종교시설 실제 건물 연면적에 상당하는 건축비용 조합 부담(성물 등 가치가 큰 종교물품에 대한 제작설치비 고려) △사업기간 동안 종교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임시장소 마련·이전비용 등이 있다.
그동안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법원 판결에서 이러한 지침이 반영되면서 앞으로 일어날 분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우 변호사는 “그동안 재개발 현장에서 종교시설은 현금청산자로 간주되거나, 협상을 해놓고 보상금을 헐값으로 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서울시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해 지침을 마련한 것이고 판례에도 반영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분쟁들이 종교시설에 대한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형성 된지 30년 밖에 되지 않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도정법)’은 아직 수정할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한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거여 2-1구역과 비슷한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한결 현진혁 변호사는 “종교 시설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할 권리에 대해 법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제기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며 “민법·상법 등은 이미 수천년전부터 나온 법이지만 재개발·재건축 등이 포함된 도정법은 개발 위주로 마련돼 아직 허점이 많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지금도 판례에 따라 도정법이 수정되고 있고 종교시설에 대한 기준 역시 형성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며 “헌법 제23조 제3항 ‘재산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으면 조합원의 재산에 대한 수용이나 제한을 허용될 수 없다’는 내용이 그 근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택을 소유한 자에게 아파트를 제공하듯이 교회 역시 지금과 비슷한 규모의 종교 부지를 주고 지어주는 것은 분양권을 소유한 교회가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며 “다만 지금은 보상이나 이전 후 신축과 관련된 부분들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지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관리처분계획에는 한 두 명이 포함된 게 아니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여러 분쟁이 일어난다”며 “종교시설처럼 특수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개별로 맞춤형 관리처분계획을 할 수 있게 개선이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해당 분쟁에서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이해관계자들의 협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한데 이혜관계자들 끼리 의견 좁히기가 쉽지 않다”며 “감정문제로 번져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조합, 교회 모두 힘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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