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100일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연인들이 챙기는 100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출생 후 100일이 되는 날에는 잔치를 벌이고 입대 장병들은 100일이 돼서야 첫 휴가를 받아 울타리 밖으로 나설 수 있다.
다른 듯하지만 100일이 갖는 의미는 ‘안착’이라 볼 수 있다. 새로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면역력도 갖춘 아이가 세상에 올곧게 설 수 있음을 축하하는 자리다. 100일휴가 역시 햇병아리와 같던 장병이 어느새 군인이 돼 가고 있음을 선보이는 자리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번 정부는 역대 정부와는 다른 모습으로 출발했다. 사상초유의 대통령탄핵으로 급하게 치러진 선거였으며 당선확정과 동시에 인수위원회 과정도 없이 업무를 시작해야 했던 정부였다.
국민의 손으로 일군 탄핵을 거쳐 출범한 정부였기에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갑작스레 업무를 시작한 탓에 내각구성 등에 있어 서툴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잡음을 양산하기도 했지만 국민들은 높은 지지율로 화답하며 기다려줬다.
그 기다림이 갖는 의미는 이날 하루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던 ‘고마워요 문재인’이란 키워드가, 그리고 같은 날 선보인 문 대통령 기념우표의 선풍적인 인기가 대변해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문재인정부 입장에서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와 정책적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정책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재인노믹스’, ‘J노믹스’라 불리는 경재정책이 그러했고 최근 발표한 보건정책 ‘문재인케어’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간 많은 국민들이 요구했던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취지지만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 머뭇거리게 된 정책들이었다.
이를 단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재원확보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못한 상태다. 취임 후부터 줄곧 돈이 드는 정책들에 있어서는 비슷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재원마련보단 달콤한 정책을 선전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셈이다.
의구심을 품고 있을 이들도 국민이다. 정책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선심이 아닌 고민한 정책임을 증명해야 한다. 선심과 고민을 판가름하게 될 기준은 현실성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문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들의 현실성을 가늠하는 잣대는 재원마련 여부다.
높은 지지율은 말 그대로 순간의 지지율이다. 하락할 수도 상승할 수도 있다. 등락폭이 완만하리란 보장도 없다. 결국 정치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겨우 100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하루는 4700만 국민의 하루임을 잊어선 안 된다.
100일잔치를 끝낸 문재인정부의 다음은 돌잔치다. 그날엔 문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듯 나라다운 나라의 기틀이 잡히길 바란다. 고민한 정책임을 인정받고 모두가 공감하는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그날의 잔칫상에 올려진 술이 국민의 피가 아니길, 그날의 안주가 국민의 살이 아니고 그날 울리는 풍악소리가 국민의 울음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길 그리고 일을 위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그리고 내각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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