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인해 ‘골목깡패’라는 오명까지 얻게 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직접 주도해 만든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가 매장 내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원성이 높게 일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이 당초 편의점 브랜드를 출범시킬 때 ‘상생’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상생’을 표방했지만 정작 현실은 소상공인들의 ‘생계 위협’이라는 결과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마트24’ 인근 한 식당업주는 “처음에는 소상공인들을 위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니 오히려 지금은 다른 브랜드들 보다 더한 행태를 일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세계 편의점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교체…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수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정용진 부회장은 본인이 직접 주도한 편의점 사업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로부터 약 1달여가 흐른 7월 초 신세계그룹 편의점 사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이 베일을 벗었다. 신세계그룹은 우선 브랜드명을 기존 ‘위드미’는 ‘이마트24’로 변경했다.
높은 인지도와 신뢰도 등을 갖춘 ‘이마트’의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매장 내에는 이마트를 상징하는 노브랜드 PB상품(대형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을 다수 채웠다. 이마트24는 프리미엄 전략도 내세웠다. 편의점에서 집밥에 가까운 식사와 후식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주변 식당을 찾던 고객들의 발길이 이마트24시로 향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위드미(현·이마트24) 충무로2가점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김경진(26세·남) 씨는 “편의점에서 즉석밥이 아닌 갓 지은 밥을 먹을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럽다”며 “식사 후에 바로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어 직접 조리한 음식을 판 이후에는 점심시간에 이곳을 자주 찾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진희(30세·여) 씨는 “편의점 ‘이마트24’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을 파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다소 적응이 안 되긴 했지만 몇 번 이용하다 보니 편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특히 ‘이마트’라는 브랜드 덕분에 안심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보니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때는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변화됨에 따라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공간과 생활공간이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용진 편의점 등장 후 매출 30% 뚝…힘없는 소상공인 손쓸 방법 없다”
그런데 고객들의 발길이 ‘이마트24’로 몰리자 인근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목상권 피해 문제가 점차 심각성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대근(64세·남·가명) 씨는 “이마트24가 코엑스 몰 내에서 음식을 파는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도 엄밀히 따지면 신세계그룹 세입자인데 주인이 직접 나서서 강력한 경쟁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상도의에 크게 어긋난 행동이라고 본다”고 귀띔했다.
위드미(현·이마트24) 충무로2가점 인근에서 1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해 온 이순자(61세·여·가명) 씨는 “지난 5월 생긴 이곳 편의점은 오픈 직후부터 식사를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며 “그 이후 매출이 기존 보다 약 30% 이상 줄어들어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기 충무로는 대부분 직장인 장사라 점심시간 대에 고객 이탈 현상이 발생하면 매출에 바로 타격을 입는다”며 “신세계는 편의점 오픈 초기 전단지까지 나눠주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영세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주목되는 점은 즉석조리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 타 지역 이마트24 주변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반응이 좋으면 점차 다른 매장으로 확대시킬 가능성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소재 한 이마트24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미자(55세·여) 씨는 “우리 같은 작은 밥집들은 손님 한 명이 아쉽다”며 “안 그래도 경기가 어려워 장사가 잘 안되는데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이거 팔고 저거 팔고 밥장사까지 하면 우린 어떻게 먹고 사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가난한 서민들 푼 돈 뺏기에 혈안이 된 것 같다”고 성토했다.
이동주 을살리기 운동본부 정책실장은 “치킨·어묵 등도 한 편의점에서 팔기 시작하니 타 브랜드 편의점들도 경쟁적으로 진출해 동종제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본 선례가 있었다”며 “‘프리미엄 매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후 직접 조리 제품을 판매하는 이마트24의 행태는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협할 만한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통업계가 시대 흐름에 편승한다는 이유로 전통적인 편의점의 개념에서 벗어나 인근 골목상권의 생계를 위협할만한 품목들을 도입하고 있는데, 정작 이에 대한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며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수민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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