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소상공인·골목상권 보호 등의 상생협력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지역 상인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대기업들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새정부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기업 규제 방안 마련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최근 행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새정부 출범 이후 복합쇼핑몰과 신규 매장 출점 등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신세계의 부천복합쇼핑몰 신규 입점이 인근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부천시의 요청에 따라 무기한 연기를 결정했다. 그동안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광주 신세계 복합시설 건립 갈등도 최근에는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기 북부 지역의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발생해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논란이 잠잠해지는 타 지역과 달리 의정부시에서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의정부 신세계백화점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취재했다.
|
▲ 최근 경기도 북부 지역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의정부 지역에서 신세계백화점(의정부점)이 골목상권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2년 4월 출점 이후 경기 북부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왔지만 오픈 당시 의정부 소상공인들과 맺은 상생 협력을 단 한 차례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지역 상인들의 원성이 높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스카이데일리
최근 정치권을 비롯해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 상생협력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경기 북부지역 최대 복합 쇼핑시설인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골목상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9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정부점(이하·의정부점)은 경기 북부지역의 첫 백화점이다. 지난 2012년 4월 오픈 이후 1년 만에 1000만명이 방문하는 등 경기 북부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최근 오픈 당시 의정부 소상공인들과 맺은 상생 협력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지역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의정부 지역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입점과 동시에 기존에 약속된 상생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의정부시가 백화점 인근 반환 공여지인 ‘캠프 홀링 워터’ 부지에 임시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혜 가능성을 제기하는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의정부 지역 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 침해도 모자라 특혜까지 받으려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개점 이후 매출 급격히 하락, 먹고 살 걱정에 매일이 지옥”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의정부시 민자역사 사업주관자로 선정된 이후 10년 만에 문을 연 의정부점은 연면적 15만340㎡(약 4만5478평), 매장면적 4만9861㎡(약 1만5083평) 등의 규모다. 개점 이후 경기 북부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왔다.
의정부점은 수도권 북부 중심도시인 의정부를 비롯해 경기북부의 남양주·양주·포천·동두천·파주·구리·고양 등의 인근 도시들을 배후 상권으로 하며 개점 사흘 만에 매출 12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인근에 위치한 의정부역 지하상가, 의정부 로데오거리, 의정부 제일시장 등 시내 주요 상권은 의정부점 개점 이후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일부 상인들의 경우 생계까지 위협을 받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의정부 지역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골목상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의정부역 지하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허미진(가명·38·여) 씨는 “의정부는 인구가 50만명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상권도 다른 대규모 도시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라며 “이에 대형 백화점 하나만 들어서도 인근 상인들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세계백화점에서는 명품도 팔지만 잡화 등 저렴한 제품들도 많이 판매하고 있다”며 “지하상가에서 판매하는 의류·신발 등 품목이 많이 겹쳐 백화점으로 손님이 몰리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백화점 인근 ‘의정부 로데오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윤대성(30·남) 씨는 “백화점 내 푸드코트에는 다양한 음식점이 입점해있고 그곳에서는 떡볶이, 순대 등과 같은 분식도 판매한다”며 “먹거리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백화점으로 몰려 가게 매출이 크게 떨어졌고 최근에는 임대료 내기도 빠듯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상인 김철훈(41·남) 씨는 “의정부점은 백화점 특성상 각종 정기 할인 행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1년에 거의 100일 넘게 행사를 진행하는데, 행사를 통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다 보니 우리는 끌어들일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희(34·여) 씨는 “신세계백화점에서 각종 할인 행사 등의 내용을 의정부 시민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하는 등 대규모 홍보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은 대규모로 홍보를 할 수 있는 방안이 없지 않다 보니 인지도도 백화점에 밀리고 결국 매출도 줄다보니 계속 장사를 이어가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이영철(가명·45·남) 씨는 “신세계가 백화점 개점 전에 약속한 상생협력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점 전에는 지역 소상공인들을 다 책임질 것처럼 하더니 막상 문을 열자마자 철저하게 얼굴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의 상생협력이 이슈로 부상했는데 신세계는 마치 무시라도 하듯 상인들의 생계 위협 행위를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인근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백화점 개점 이후 매출이 하락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당수의 상인들은 생계유지에 우려를 표하며 상생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신세계백화점에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의정부 제일시장·로데오거리·지하상가 ⓒ스카이데일리
이상백 의정부 제일시장번영회 회장은 “재래시장이나 인근 골목상권들은 1년 중 6월이 가장 성수기다”며 “그런데 백화점이 들어선 이후에는 성수기인 6월에도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백화점 오픈 전에 신세계 측과 지역민 우선 고용, 재래시장 홍보 등과 같은 상생 협약을 맺었었다”며 “하지만 오픈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신세계가 약속한 내용 중 이행한 사항은 단 하나도 없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재래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인근 상인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번영회 측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신세계 측에 수차례 상생협약에 대한 이행을 요구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 측은 단 한 번의 피드백도 없는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신세계백화점 진입로 부근 임시주차장 조성 두고 ‘특혜 의혹’ 모락모락
의정부점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더불어 특혜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의정부시가 백화점 진입로 부근에 위치해 있던 미군 부대 이전 부지 일부에 조성할 예정인 임시주차장을 놓고 인근 주민들이 백화점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 의정부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의정부3동 캠프 홀링 워터 남측 부지 1만2444㎡(약 3771평)에서 시민공원을 제외한 3200㎡(약 969평) 부지에 임시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7월 착공해 9월까지 준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의정부시는 앞서 의정부3동 일대 주민들의 잇따른 주차 민원과 심각한 주차난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임시 주차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전용 주차장이나 다름없다”고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신세계백화점은 의정부시가 백화점 진입로 부근에 위치한 미군 부대 이전 부지 일부에 임시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주민들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백화점 진입로 부근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백화점 전용 주차장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미군 부대 이전 부지에 위치한 임시 주차장 ⓒ스카이데일리
의정부시민 한상원(가명·33·남) 씨는 “인근 주민들을 위해 임시 주차장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그곳은 백화점 손님들 때문에 진입 자체가 힘든 곳이다”며 “백화점 주차장 입구 맞은편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백화점 야외 주차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한 씨는 “미군 부대 이전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는데 일부를 임시주차장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며 “하필 신세계백화점 주차장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해있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백화점 주차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수희(39·여) 씨는 “백화점과 의정부역이 맞붙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주말만 되면 인근에 주차할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주차난이 문제가 심각하다”며 “백화점을 이용하는 손님으로서는 임시 주차장으로 인해 주차공간이 넓어져 좋지만 인근 주민의 입장으로서는 주차난 속에서 거의 백화점 주차장으로 활용되다시피 되는 현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주차장 특혜 의혹에 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미군 부대 이전 부지에 조성되는 임시 주차장은 주차난이 심각한 의정부3동 주민들을 위해 조성되는 것이다”며 “일부 신세계백화점 고객이 차량을 주차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특혜와는 거리가 멀다”고 일축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