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서구 지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강행하고 있어서다. 이미 강서구가 의료관광특구로 지정 된데다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도 한방병원 설립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반대 여론을 단순히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며 사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지역 주민들의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강서구 내에는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층 인구가 유독 높아 한방병원 설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단순히 지역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분열로 이어질 기미를 보여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교육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장애학생의 권리와 의료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권리가 상충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강서구 가양동 공진초등학교 부지 활용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교육청과 지역 주민간의 갈등 양상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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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이하·공진초) 부지 개발 문제를 두고 서울시교육청과 주민들 간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신설을 강행하고 있는 반면, 주민들은 한방병원 건립이 유리하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및 강서구 등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공진초 부지를 선정했다. 지난 2002년 설립된 특수학교 경운학교 이후 17년 동안 서울에 특수학교가 새로 생겨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강서구가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된 상황에서 사전타당성 조사 역시 한방병원 설립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특수학교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해당 부지에 한방병원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특히 서울 25개 구 중 양천구, 영등포 등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구가 8곳이나 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미 1개의 특수학교가 존재하는 강서구에 또 하나의 특수학교를 만드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불합리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 의견 듣는다더니…특수학교 설계 공모 추진 등 막가파식 조폭행정” 분분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강서구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 중이다. 부지 5000㎡를 활용해 지어지는 학교엔 106명(16학급)의 지적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과정과 전공과가 들어설 예정이다.
주민들은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공진초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 건립안을 발표한 이후 주민들은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특수학교 신설 의지를 공고히 할수록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공진초 부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월 ‘강서구 지역 공립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특수학교 설립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날 열린 토론회는 파행됐다. 강서구 주민이 아님에도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인 학생 부모회 대표가 화근이 됐다. 지역 주민들이 장애인 학생 부모회 대표에게 퇴장 요구를 했지만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토론 역시 진행되지 않았다.
며칠 전 교육청은 다시 한 번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5일 가양동 탑산초등학교에서 같은 내용의 2차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성태 국회의원, 장애인단체와 학부모단체, 강서구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갈등은 단순히 해당 지역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됐다. 사회시설 유치에 따른 지역주민의 희생이 과연 옳은지를 두고 여론의 반응이 갈렸다.
스카이데일리는 토론회가 열린 가양동 소재 탑산초등학교를 직접 찾았다. 토론회 시작 전 탑산초 정문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강서양천공동행동’의 기자회견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기자회견을 여는 시민단체를 향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는 주민들이 여럿 목격됐다.
토론회장인 탑산초 강당으로 향했다. 강당 내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조 교육감 인사말에는 장애인 학부모 쪽에서만, 한방의료원 설립을 추진하는 김 의원의 인사말에는 주민 쪽에서만 박수가 터져 나왔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중에도 강당 뒤편에서는 양 측의 말싸움으로 소란스런 광경이 연출됐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추진 비상대책위원회(이하·비대위) 측은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는 교육청의 행정예고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손동호 비대위원장은 “주민 공청회는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고, 오늘 토론회 역시 교육청이 방향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1차 토론회가 파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달 25일 특수학교 설계공모를 강행했다. 비대위 측은 “7월 시작한 특수학교 설계 공모를 당장 멈추고 해당 부지를 복지부에 매각해 한방병원을 짓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큰 병원 가려면 1시간”…부족한 병원에 불편 호소하는 주민 외면
공진초 부지 활용 문제는 서울시교육청과 지역 주민 간에 갈등을 넘어 사회 분열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방병원 설립이 지역 균형 발전 및 타당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근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지역 주민들의 주장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서울시 및 가양동 주민 등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국립한방병원 설립 타당성 조사’에서 공진초 부지는 수도권 7개 부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서구가 2015년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된 데다 주변에 이미 한의학 관련 인프라가 조성돼 있어 상징성 및 적정성 확보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공진초 부지에서 직선거리로 270m 가량 떨어진 곳에는 대한한의사협회가 위치해 있다. 바로 옆에는 한의학의 대가인 ‘허준’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허준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대한한의사협회와 허준박물관이 자리 잡은 이유는 허준 선생의 고향이자 동의보감을 집필한 지역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서구는 고령화를 넘어 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병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한방병원 건립 주장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라고 부른다.
서울 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강서구 전체인구는 60만6823명이다. 65세 이상 인구는 7만3981명으로 전체의 12.1%를 차지한다. 강서구 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4년 10.8%, 2015년 11.4% 지난해 11.8% 등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강서구 내 병원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2014년 행정안전부가 조사한 한국도시통계에 따르면 강서구에 있는 종합병원은 3개에 불과했다. 인구 1만명 당 종합 병원 수가 0.05개에 그친 셈이다. 이 수치는 병원을 주로 찾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지금보다 적었을 때 집계된 수치라는 점이 주목됐다.
공진초 주변 주민들 역시 병원 부족을 문제로 지적하며 한방의료원 설립을 호소했다. 공진초 주위 아파트는 대부분 임대아파트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이들이 대부분인 셈이다. 거주민들 역시 노인, 장애인 등이 많은 편이다. 그동안 이들은 근처에 마땅한 병원이 없어 불편을 호소해 왔다.
공진초 인근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김형철(56·남) 씨는 “대부분 주민들은 한방병원이 지어지길 바라고 있다”며 “평소에는 작은 개인 병원에 다니지만 큰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지하철, 버스 등을 타고 한 시간 정도 나가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갈 수 있어 힘든 점이 한 둘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이진숙(65·여·가명) 씨는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이미 강서구에는 특수학교가 한 곳 있는데 왜 또 짓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시설이 부족한 곳에 지어 형평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25개 구 중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구는 무려 8곳이나 됐다. 이미 1개의 특수학교를 갖춘 강서구에 추가로 짓는 데 대해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방의료원 설립을 적극 추진하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지역은 임대아파트 단지가 많고 고령의 어르신들도 상당수 거주하지만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오랫동안 먼 지역에 위치한 병원을 다니느라 고생하고 있는데 만약 가까운 곳에 한방의료원이 생기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한층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학 대가인 허준 선생의 탄생지인 가양동 지역은 허준박물관, 허준로, 허준축제 등 각종 행사가 많고 한의학과 관련된 스토리가 탄탄하다”며 “강서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라클메디’ 정책과 발맞춰 의료시설을 구축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면 우리나라 한의학의 우수성도 알리고 관광수입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주민들은 강서구 지역에 이미 장애인 시설이 많이 모여 있는 등 충분히 배려하고 살아왔다”며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대부분이 임대 아파트 단지라 강서구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추후 주민과 장애인 학부모 양 측 이야기를 모두 듣고 합의점을 찾아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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